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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국가, 그리고 정치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자림로 양옆으로 삼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는데, 도로 확장 과정에서 삼나무 수천 그루가 잘려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제주도는 주민숙원사업이며 교통난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러 시민은 숲길 보전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9월 몇몇 뜻있는 시민들이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서 문화제 행사를 진행하려 했었는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행사는 끝내 열리지 못했습니다. 인근 마을주민들이 의도적으로 문화제를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상황을 담은 기사와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한 분의 페이스북 글을 읽어 보시죠.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송당마을 주민들은 시민문화제 참여 시민들의 주차를 막기 위해 마을 소유의 거슨세미 오름 주차장 입구에 덤프트럭을 세워놓는 한편 금백조로 삼거리 갓길에도 10대 정도의 덤프트럭을 주차해 놓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행사장 바로 옆에 대형 덤프트럭과 트랙터 등을 세워놓고 시동을 켜놓았고 3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행사를 막기 위해 모여들었다는 것. (중략) 마을 주민들은 “나무가 다 베어진 마당에 왜 남의 동네와 와서 간섭이냐” “내가 어릴 적 심은 나무를 베었다. 삼나무를 베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 “우리 동네 사람들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왜 다른 동네 사람들이 와서 그러느냐”라고 시민문화제 참여 시민들에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참여 시민들 역시 “비자림로가 송당주민들 만의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이렇게 길을 넓게 확장하지 않더라도 해결 가능하다”고 마을 주민들에게 응대했다. 출처: 제주환경일보 고현준 기자 원문: https://goo.gl/ptahhF 그런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행사가 시작되자 옆에서 크게 뽕짝을 틀고 진행을 방해했으며 급기야 송당리 개발위원회 청년들과 일부 주민들이 무대로 난입해 사회자를 가로막고 여기저기서 욕을 해댔다. 가수가 노래 할 때는 앞을 가로막고 뒤에서 밀쳤다. 내...

발행일 2019-10-20

민주주의도 측정할 수 있을까? (feat. 포스트 민주주의)

더 민주적인 세상이 있다면, 민주적인 세상이 있고, 민주적이지 않은 세상도 있고, (양념반 후라이드반처럼) 반만..민주적인 세상도 있을까요? 빠띠쿱의 역사가 내다보이는 빠띠쿱을 수식하는 단어와 슬로건빠띠쿱의 역사가 내다보이는 빠띠쿱을 수식하는 단어와 슬로건 2018년 9월 말 빠띠쿱의 슬로건은 ‘민주적인 삶과 문화를 만듭니다.’에서 ‘더 민주적인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슬로건이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알렸다면, 이번 슬로건은 우리가 ‘왜’, ‘무엇을 위하여’ 활동하는지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빠띠가 해왔던 모든 활동이 ‘더 민주적인 세상’을 위해 해온 것으로 귀결될 수 있죠. ‘더 민주적인 세상’을 상상해보노라면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평화롭게 사는,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세상 같습니다. 빠띠쿱 슬로건을 바라보며 의식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다 *‘더’, ‘민주’에 한동안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민주주의’란 관념도 자로 재듯 측정할 수 있을까? *더 민주적인 세상이 있다면, 민주적인 세상, 민주적이지 않은 세상도 있고, (양념반 후라이드반처럼) 반만..민주적인 세상도 있을까? _ 그나저나, 민주주의가 뭐지? 사회, 시민, 플랫폼처럼 평소에 자주 쓰는 ‘민주주의’란 단어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민주주의’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며, 문자 그대로의 민주주의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민주주의’ 사전적 정의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리, 법치주의 따위를 그 기본 원리로 한다.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 국민이 권력을 가짐과 동시에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정치 형태.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민주주의(民主主義, democracy)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며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

발행일 2019-10-20

청소년 100명, 캠페이너가 되다!

캠페이너 인생게임 툴킷 이야기 1 빠띠에서 개발한 시민주도 캠페인 디자인 워크숍 <캠페이너 인생게임>을 3편의 글로 소개합니다. 2018년 시작된 캠페이너 인생게임은 이제 100명의 참여자들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버전으로까지 발전했는데요. 1편에서는 100명의 청소년과 함께한 ‘청소년 캠페이너 인생게임’ 사례를 소개하고, 2편에서는 이 게임에서 빠띠가 발견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캠페이너 인생게임 툴킷’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청소년들과 함께한 캠페이너 인생게임 “청소년들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을 하고 싶어요.” 어느 봄날 아름다운재단의 나눔교육 반디사업 담당자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빠띠는 그때 2018년 NPO 파트너 페어에서 진행했던 캠페이너 인생게임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캠페이너 인생게임’을 청소년 버전으로 만들어서 할 수 있겠다고 말씀드렸지요. 캠페이너 인생게임은 말 그대로 캠페이너의 인생을 짧은 시간 안에 직접 살아보는 게임인데요. 말과 글로 캠페인을 전달해서 배우기보단 직접 실행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식일 거란 생각에서 만든 워크숍입니다. 캠페인 활동 중 중요한 과정(기획, 네트워크 모으기, 스토리텔링, 촉구하기 등)이 각각 퀘스트로 구성하고, 각 퀘스트의 플레이 방법과 보상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게임플레이어가 된 듯이 빠져서 짧은 시간에 캠페인의 A부터 Z까지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100명의 청소년과 어떻게 게임을 하지?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달랐습니다. 이전에 진행한 캠페이너 인생게임은 캠페인에 대해 직간접적 경험이 있는 비영리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20명 규모의 워크숍인데요. 이번에는 캠페인을 해본 경험이 없는 청소년들이 무려 100명 이상 모이는 자리에서 2~3시간 워크숍 안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흥미로운 도전이 되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발행일 2019-10-20

팀 빠띠, 슬로건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올해 팀 빠띠는 보다 더 많은 민주주의 활동가들이 모여, 민주적인 플랫폼과 가이드,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말들도 필요해졌습니다. ‘슬로건이 바뀌었다’는 말 보다는, ‘슬로건을 업데이트 했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 빠띠. 올 한해 슬로건이 업데이트된 과정을 소개합니다. 따라가시다 보면, 팀 빠띠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빠띠의 2017년 *(2017년 혜성처럼 나타난 가브크래프트와 타운홀)*(2017년 혜성처럼 나타난 가브크래프트와 타운홀) 빠띠가 외롭게 자리를 지키던 지난 해와 달리, 올해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앞당기기 위한 더 많은 플랫폼이 생겼습니다. 팀 빠띠가 새로운 시도를 가열차게 한 한 해였어요. 대표적으로 **빠띠의 기능이 안정되었고, 시민이 온라인 캠페인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가브크래프트, 투표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타운홀**까지 만들어졌어요. 플랫폼 뿐만 아니라 **민주적 커뮤니케이션 가이드, **이슈 커뮤니티 가이드를 만들어 민주적인 문화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프로젝트 정당 **우주당**을 만들고 서포트하기도 했습니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 정치가 드라마틱해진 덕분에 필요한 플랫폼도 많이 만들어졌어요. 빠띠 플랫폼을 처음 만들었을 때 슬로건에 ‘정치’를 빼면 안되느냐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정치/민주주의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각종 교육과 행사가 넘쳐나고 있는 걸 보니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이러려고 대통령이 된 건 아니었겠지만..)*(이러려고 대통령이 된 건 아니었겠지만..)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게 된 2017년, 앞으로 우리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팀 빠띠는, 빠띠답게 빠띠에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빠띠로 빠띠 슬로건 정하기 *(팀 빠띠라면 이 많은 제안 앞에서 혼란이 아닌 민주주의의 향기를 느껴야합니..)*(팀 빠띠라면 이 많은 제안 앞에서 혼란이 아닌 민주주의의 향기를 느껴야합니..) 빠띠에...

발행일 2019-10-20

'빠띠, 저 지리산 다녀오겠습니다!' 2018 지리산 포럼 후기 1

‘2018 지리산 포럼’ 후기 1 2015년~2018년 4년간 진행되어온 지리산 포럼입니다. 올해 주제인 ‘작은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에 빠띠가 초대되어 달리와 저 쩨리가 3박 4일간 지리산에 머물다 왔습니다. 우리 세션에서 발표 했던 내용을 말할까? 아니면 지리산 포럼을 지내며 느꼈던 이야기를 할까? 고민 끝에 지리산 포럼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꺼내보고자 합니다. 빠띠는 지리산 포럼이 처음입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어떤 준비를 하면 되느냐고 여쭤봤는데요,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포럼이니 맘 편~히 오라고 말해주셨습니다(feat. 산내면에 사시는 조아신님). 결론은 쉬지 못했습니다. 매일 매일 식사시간 혹은 짧은 티타임 시간에도 빠띠씨는 토론을 하게됩니다.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공동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슨 이야길 할 것인가?”(aka. 추석이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무엇인가?) 푹 쉴 수 있다면서요. 왜 거짓말 하셨어요 왜!푹 쉴 수 있다면서요. 왜 거짓말 하셨어요 왜! SCENE 1. 시민은 있지만 시민은 없다. “우리가 말하는 수 많은 시민들은 다 어디에 있나요?” -어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질문 중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시민사회단체였다. 20년이 훌쩍넘은 활동가 한 분이 언제부턴가 시민사회단체에 시민들이(혹은 청년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던지셨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분들은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제안을 해주셨는데, “여러 시민사회단체끼리 엮지 마세요. 수 많은 연대가 있어도 결국 일은 한 단체에서만 하게 된다니까요.”, “우리 단체는 계속 고령화 되고 있어요. 청년들이 들어오지를 않아요.” 이 장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시민사회’일까 ‘시민’일까? ![시민씨냐 단체씨냐 그것이 문제로다. (출처: 아프리카tv)*(/static-assets/images/빠띠씨-저-지리산-다녀오겠습니다/0u96BkJYjtGYACN5K.png) 주인공이 시민이라면 시민의 욕구는 어디서 시...

발행일 2019-10-20

빠띠쿱의 민주주의 메타포어, 왜 빠띠쿱은 협동조합이 되었나요?

2019년 1월, 빠띠는 공식적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이 되었습니다. 더 민주적인 세상을 위해 2015년 10월에 만들어진 조직이니 대략 3년 만이네요. 이 글에서는 왜 빠띠이 협동조합으로 변경하게 되었는지 빠띠의 민주주의 메타포어 관점에서 풀어 보고자 합니다. 뜬금없지만, 그림 퀴즈를 시작해봅시다. 제시어는 ‘민주주의’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그림으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야한다면 어떤 그림을 그릴까요? 머릿속에 잠시 이미지를 떠올려볼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이 모두 다른 이미지를 떠올렸을 수도 있고, 어쩌면 이미지로 쉽게 떠올리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 활동가들이 모여있는 빠띠는 4가지 메타포어로 종종 빠띠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를 설명합니다. 바로 물고기떼, 광장, 돌탑 그리고 프랙탈입니다. 이 중에서 오늘은 프랙탈에 대해 좀더 깊게 살펴보죠. 프랙탈 프랙탈은 일부 작은 조각이 전체와 비슷한 기하학적 형태를 말합니다. 어렵게 이야기하면 자기 유사성이라고도 하고요. 놀랍게도 자연에서 이런 형태가 자주 별견됩니다. 번개, 강줄기, 나무, 산호, 구름 등. 빠띠는 인간 사회의 정치 구조도 프랙탈 형태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사회의 작은 부분에서 전체까지 모두 빠띠의 혁신적인 민주주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작은 부분의 변화가 전체를 변화시키도 하고 역으로도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에서 발견한 프랙탈 빠띠가 프랙탈을 다루는 방법 정치 구조를 개선하고 혁신적인 민주주의를 고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빠띠 스스로 그러한 민주주의가 반영된 모습을 갖춰야 했습니다. 프랙탈이란 메타포어를 바탕으로 빠띠의 내부에서부터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것과 빠띠의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것이 무관하지 않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빠띠는 다음의 몇 가지 기본적인 철학이 반영된 조직 형태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필요를 위한 조직 빠띠의 민주주의는 거대담론, 거대이슈 뿐만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이슈까지 다양한 레벨을 넘나들며 참여할 수 ...

발행일 2019-10-20

국제촛불대토론회 회고, 왜 일상의 민주주의일까요?

아이슬란드, 튀니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생각해보다. 지난 5월 24일 빠띠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회에서 주최한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촛불항쟁 국제토론회에 다녀왔다. 학교에서 이론으로 깨쳤던 것, 빠띠에서 경험, 지난 가을 2017 미래혁신포럼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스쳐지나갔다. 아이슬란드 사례, ‘국회 개혁 이후 우리의 과제' 작년에 2017 미래혁신포럼에서 만난 비르기타 욘스도티르는 이번 토론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비르기타의 이야기는 작년에 들었을 때와 또 달랐다. 비르기타Birgitta Jónsdóttir(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우주당 멤버들 ㅣ글쓴이:초록머리(맨 왼쪽) (딴소리) 작년에 한국에 왔을 때 전해준 우주당의 맨투맨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친구들이 어디서 났냐구 엄청 좋아했다고.. “국회를 바꾸고 끝이 아니라 개개인 모두를 바꾸는 일이 변화의 핵심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시작할 때부터 강조한 것은 8년의 국회의원 임기 동안**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서 본인이 생각한 만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대의민주주의는 잘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일까? 물론 외국의 사례와 우리나라의 시스템, 문화와 역사의 맥락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아이슬란드는? 아이슬란드는 의회의 역사가 우리나라와 다르게 어마어마하게 길지만 인구는 33만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작은 도시 정도 인구다. 우리나라는 아이슬란드의 150배, 5천만의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서울시만 해도 천만명,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산다. 무언가 결정하는 일만 비교하면 엄청나게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인데, 아이슬란드는 조직률이 84% 정도 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변...

발행일 2019-10-20

리모트워크와 빠띠

오늘은 민주주의 말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직장과 가정이 분리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죠. 그런데 직장의 일과 아닌 것으로 구분되는 삶이 인류사에서 얼마나 되었을까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제가 그쪽 방면에 지식이 짧아 잘 모르지만, 고작 몇백 년 아닐까요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그렇다면 직장이란 걸 만들어서 한군데 모아 놓고 온종일 일을 하는, 이런 삶을 왜 시작했을까요? 언뜻 떠오르는 건 상사가 직원이 일하는지 한눈에 살펴보고 직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겠다 싶네요. 혹은 동료 간에 뭔가 질문을 던지면 즉각적으로 대답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혁신은 모두가 한 방에 모여 있을 때만 일어난다는 속설 때문일 수도 있겠고요. 뭐 이유는 생각해보면 끝도 없네요.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로 직장의 시간과 가정의 시간이 분리되면서 우리 삶의 형태는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분리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죠. 이런 변화를 통해 우리는 어떤 것을 취하게 되었고 어떤 것을 잃어버리게 되었을까요? 빠띠는 리모트워크를 합니다. 사무실도 없어요. 왜냐구요? 빠띠 구성원 중에 누구는 서울에서, 또 누구는 제주에 삽니다. 심지어는 일본과 호주에 사는 분도 계십니다. 이렇게 리모트가 당연히 도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심 요걸 계기로 직장의 일과 아닌 것이 잘 버무려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을 오롯이 나와 내 주변 공동체를 위해 쓰고 싶었고, 그래서 빠띠 일이 어느 직장의 일이 아닌 정말 나의 일이 되면 했거든요. 이 요구사항에 대해 리모트 근무는 정말 좋은 도구입니다. 장소가 주는 효과가 엄청나거든요. 예전에 출퇴근 근무할 때는 집을 나서기 시작해서 사무실에 딱 들어가는 순간 직장인 모드로 변신이 완료되더라고요. 가정의 일, 나의 일은 싹 잊어버리죠. 완벽한 자아의 분리입니다. 원격 업무를 3년째 하고 있는데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항상 “달리” 저 입니다. 모든 시간...

발행일 2019-10-20

[민주주의 서울] 시민의 명령이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지원하라!

서울의 공론장 ‘민주주의 서울’, 요즘 이런 시민제안들이 올라옵니다. 또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달력을 책상 위에 놓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는 국민청원 시즌2를 준비하며 설문조사를 실시했죠. 온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장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집니다. 서울시의 공론장 ‘민주주의 서울’에서도 새해를 맞아 시스템을 정비하고 새로운 실험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빠띠에 새로 합류한 견습 크루 보리와 함께 ‘민주주의 서울’에서 요즘 어떤 시민 제안들이 올라오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민주주의 서울, 어떤 곳일까? 그간 빠띠의 활동을 지켜본 분들이라면 ‘민주주의 서울’을 아실 테지만, 이 글에서 처음 접하실 분들을 위해 짧은 소개를 적어봅니다. 민주주의 서울은 민주주의 활동가들의 협동조합 빠띠와 서울시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시민참여 플랫폼으로 2017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민주주의 서울의 구조는 크게 제안, 토론, 결과 공개로 구분됩니다. 제안 단계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정책을 제안하는 ‘시민 제안’과 서울시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전후에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서울시가 묻습니다’로 나뉩니다. 토론 단계에서는 시민 제안 중 500건 이상의 공감을 받은 제안 또는 공론의제선정단 회의를 통해 발굴된 의제와 관련해 온/오프라인 공론장이 열리고 시민들이 토론에 참여합니다. 결과 공개 단계에서는 시민들의 많은 공감과 참여가 있었던 사안에 대해 관련 부서 혹은 시장의 답변을 듣습니다. 50건 이상의 공감을 받으면 부서 답변을 받을 수 있고 5,000명 이상이 온라인 공론장에 참여하면 시장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 공론의제선정단에서 실험해 볼만한 시민 제안을 꼽아 ‘시민 제안 실험장’을 열기도 합니다. 온라인 플랫폼 접근성이 낮은 시민이나 사회 문제의 당사자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찾아가는 시민 제안’, ‘시민 제안 발굴 워크숍’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민주주의 서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추천합니다: http...

발행일 2019-10-20

지자체가 운영하는 민주주의 플랫폼의 조건과 민주주의 서울의 시작

성공의 정답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는 기관이라면, 세 가지가 갖추어져 있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 보라고 권합니다. 2017년 2월 9일.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서울시청 근처로 두 공무원을 찾아갔습니다. 설 직후라 조용했던 서울시청 근처, 저는 그날 처음 본 분들에게 “담당 공무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요. 여러 필수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서 무리하지 않으시면 좋겠네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시범사업을 끌어온 ‘민주주의 서울’의 첫 미팅 자리였습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그 당시 빠띠가 해 왔던 사업이나 빠띠가 만났던 사람들은 대체로 “시민이 자발적으로 자기 조직화를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누군가 시민을 불러모아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미묘하게 나뉘어 있었습니다. 빠띠는 ‘시민의 자기 조직화’에 집중하며 우주당을 만드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빠띠가 직접 하는 사업과는 별개로 우리가 만나는 분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생각이 실현되는데 필요한 게 무언지 고민해 주고 함께 답을 찾아보는 일도 자주 하고 있었죠. 그러나 탄핵 정국에서 기관의 민주주의 플랫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문의하는 팀은 처음이었습니다. 그전에도 몇 년간 서울시의 다른 담당자들을 서너 차례 만나긴 했었습니다. 처음엔 ‘천만상상 오아시스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였고, 이후엔 ‘디사이드 마드리드 같은 것을 서울시에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였어요. 아래에 나눌 이야기를 똑같이 해드렸지만, 이야기한 내용 중 부분 부분만이 떠돌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운영팀을 구성하고 운영팀이 “애자일 방식이나 MVP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중 “애자일”이 한동안 서울시 내에 회자되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설 직후 미팅에서 만났던 분들은 고시를 통해 공무원이 된 분들로, 실제로 그 업무를 직접 다루고 있는 분들이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상명하달로 주어진 ...

발행일 2019-10-20

캠페이너 인생게임 툴킷 1.0 공개

가이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합니다 빠띠에서 개발한 시민주도 캠페인 디자인 워크숍 <캠페이너 인생게임>을 3편의 글로 소개합니다. 2018년 시작된 캠페이너 인생게임은 이제 100명의 참여자들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버전으로까지 발전했는데요. 1편에서는 100명의 청소년과 함께한 ‘청소년 캠페이너 인생게임’ 사례를 소개하고, 2편에서는 이 게임에서 빠띠가 발견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캠페이너 인생게임 툴킷’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툴킷의 배경 캠페이너 인생게임은 약 1년 전, 한 컨퍼런스 워크숍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캠페인 실행의 전체 과정, 캠페이너가 겪을 이슈들을 2~3시간 안에 실제처럼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지요. 그 후로 시민단체 활동가, 교육자, 청소년 등과 함께 게임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업그레이드 해왔고, 이제 누구나 일상에서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툴킷으로 만들어서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캠페이너 인생게임 | 툴킷 캠페이너 인생게임은 말 그대로 캠페이너의 인생을 살아보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플레이어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지지자를 모으고, 의사결정권자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등 짧은 시간에 캠페인 전 과정을…toolkit.parti.coop 이 툴킷을 통해 커뮤니티, 학교, 지역, 단체 등 다양한 공간에서 참여자들이 즐겁게 캠페인을 만들어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물론 이 툴킷은 캠페인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작은 방법일 것입니다. 이것을 하나의 예시로 보고, 더 많은 방법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캠페이너 인생게임 툴킷 (가이드)](https://toolkit.parti.coop/campaign/campaigner.html)캠페이너 인생게임 툴킷 (가이드) 📚툴킷의 구성 툴킷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이드** : 준비부터 진행, 마무리까지 게임 진행자를 위한 가이드입니다. **프레젠테이션*...

발행일 2019-10-20

말해줘 너의 진짜 속마음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일주일 전에 쥐불이 스튜디오에 입사한 토로로 팀장이예요. 예전에 있던 회사에서는 차장이었는데, 여기선 팀장으로 이직했습니다. 돈도 오르구 직위도 오르구 (/^ㅅ^)/ 그런데 고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제가 맡은 팀은 IT팀이예요. 주로 회사 임직원들이 쓰는 시스템을 관리하죠. 이상하게 회의만 열리면 저만 말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해보라구 해도 저랑 같은 말만 하거나, 제 말이 맞다고만 해요. 제가 정말.. 실력이 엄청 뛰어난걸까요? 역시 연륜이 있어서? 물론 그런 가능성이 높겠지만 (훗) 그래도 혹시 팀원들이 다른 생각이 있는데, 제 눈치 보느라 이야기를 안하나 싶어서 고민이예요. 전… 진짜 열려있는데! 나… 정말 오픈마인드인데! 팀원들 속마음은 이럴 수도 있잖아…. (출처 :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 303화)팀원들 속마음은 이럴 수도 있잖아…. (출처 :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 303화) 토로로 : 어떻게 해야하지? 팀원들 의견 듣고 싶은데.. 회의실에서 말하라고 하면 아무도 말을 안해ㅠ 빠띠 : 음.. 그러면 온라인으로 의견을 수렴해보면 어때? 토 : 어떻게? 빠 : 요새 결정할 내용 없어? 토 : 있지. 기획팀에서 넘겨준 기능이 있는데, 그게 좀 애매해서. 아예 새로 개발해야할지 아니면 있는 기능을 좀 수정해야할지 고민중이야. 빠 : 흠.. 그러면 너네 팀 빠띠를 하나 만들어서 찬반 투표를 받아보면 어때? 새로 개발할지에 대해서 오.. 이렇게?오.. 이렇게? 회의실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직책의 차이나 목소리 크기 등 여러가지 사유로 *소수의 사람들이 발언권을 독점할 수 있지요. *하지만 온라인에서 의사결정을 유도하면, 누구나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을 낼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마다 리더의 표정/말투/제스처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어요. 리더는 의사결정을 혼자 해야한다는 책임감에...

발행일 201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