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회고 ④ 데이터본부] 데이터가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면

빠띠
발행일 2021-02-23 조회수 51

여러분에게 2020년은 어떤 해였나요? 열이면 아홉 이상의 분이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었다’고 답하실 것 같은데요. 빠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빠띠의 2020년 한 해를 돌아보았습니다.

[2020년 회고 ④ 데이터본부] 데이터가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면

공익데이터 학습에서 생산, 협업까지

팬데믹이 본격화 된 지도 1년, 오늘을 여는 뉴스도 여느 때와 같이 코로나19 확진자 수 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어디서 어떤 일을 일으키고 있는 지 파악하려면 정부가 발표하는 데이터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확진자 수의 추세에 따라 정부의 방역 지침도 바뀌고, 그에 따라 내 생활도 크게 달라지니까요. 선명한 정책 의사결정의 인과 관계를 보며 새삼 데이터가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쳐왔는지 실감되는 한편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정책적 의사결정들은 신뢰 할 만한 데이터를 통해 이루어졌는지 의구심을 품게됩니다. 그러니까, 의사결정 이전에,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활용되는 과정에는 시민 주권이 잘 반영되고 있을까요? 데이터는 민주적으로 구성되고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빠띠 데이터본부는 데이터를 시민 모두의 것으로 만들고 활용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데이터본부의 2020 키워드는 공익데이터, 데이터 액티비즘, 시빅해킹입니다. 조금 낯설다면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이하 ‘공동대응’) 사례를 통해 이 단어들의 용례를 살펴볼까요? 2020년 3월 코로나19 공적 마스크 품절 대란이 벌어지자 시민들이 공동대응을 구성해 정부에 약국 별 실시간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고 정부는 이에 응해 공적 마스크 재고 API(오픈 API가 궁금하다면?)를 공개했습니다. “모든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공익데이터”가 오픈소스로 공유된 것입니다.(공익데이터 더 알아보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빅 해커들이 온라인으로 협업하여 ‘공적 마스크 재고 앱’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모두에게 공유했습니다. 덕분에 시민들은 헛걸음을 하지 않고 마스크를 구할 수 있었지요.

이렇게 “시민들이 직접 필요한 공익데이터를 생산하고 오픈소스 방식으로 공유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활동” 전반을 데이터 액티비즘이라고 합니다. 공적 마스크 재고 앱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보여지듯 시빅해커들은 “기술, 디자인, 협업”이라는 세 가지 접근법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오픈소스로 참여의 문을 열어두는 사람들이고요. 해커라고 하면 개발자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공동대응을 계기로 만들어진 “코드 포 코리아”에서는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시빅해킹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민주주의 랩의 활동으로 공동대응에 참여했던 빠띠는 데이터가 시민들에게 오픈소스로 공개될 때 얼마나 많은 협업과 문제해결의 가능성이 열리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데이터 액티비즘 활동을 하고자 데이터본부를 구성했습니다.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의 공공데이터 공개요청, 데이터셋 제안.출처;광화문1번가 홈페이지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아

빠띠의 팀들은 각종 프로젝트와 협업 뿐 아니라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한 다양한 도구들, 새로운 사례와 개념들에 대해 교육하고 알리는 활동을 함께 합니다. 데이터 본부 역시 교육 제안을 받아 시민들을 대상으로 데이터에 대한 입문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외부 데이터 전문가들을 연결해 강의를 기획하기도 하고요. 때로 사람들은 “데이터가 본인과 크게 관련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른다”며 거리감을 드러내지만 데이터본부의 미 활동가는 교육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스스로 데이터와 관계를 만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교육에 참여한 시민들은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의하고,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디에 사용되는지 살펴봅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사례와 데이터를 직접 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맥락을 만들어내고요. 예컨대 난생 처음 시 예산의 업무추진비 항목을 찾아 본 청소년 참여자들은 식사 결제 내역에서 1인당 평균 식사비를 계산하고 자신의 식사금액과 비교하며 타당한 지출인지 질문해보기도 하고, 평소 생각해 온 문제와 관련해 필요한 데이터를 정의해보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데이터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향을 찾거나,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즉 데이터를 시민의 역량으로 느끼기 시작할 때 데이터 액티비즘은 시작됩니다.

제이피 활동가는 시민들과 만나며 비단 데이터 과학 분야의 기술적인 학습 뿐 아니라, 보고서나 언론에 인용된 데이터의 원본을 찾아 신뢰할 수 있는 지 확인해 보는 데이터 리터러시 활동도 중요한 데이터 액티비즘이라고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어 보이지 않는 데이터들을 수집하는 것, 기존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도록 정리하는 활동도 중요한 데이터 액티비즘이고요. 중요한 것은 데이터 기술 이전에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입니다.

시민 데이터활동가들과의 함께한 공익데이터실험실 가을스프린트

정확한 데이터에 담긴 변화의 힘

가을에 진행 된 ‘공익데이터실험실’은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활동가 4팀과의 밀도깊은 협업 프로젝트였습니다. 프로젝트들은 뚜렷한 목표로 시작했지만 데이터를 정확히 알게 될 수록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쓰레기 처리과정을 시각화하려고 수집한 폐기물 관련 데이터는 원자료로 거슬러 올라갈 수록 신뢰하기 어려운 데이터였고, 장애아동 접근성이 좋은 놀이터 지도를 만들어보려던 계획은 애초 그런 공간이 턱 없이 적다는 현실을 맞닥뜨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무료급식은 정책적 차원에서 중단되었을 뿐 실제 시설에 접촉해 현장 상황을 살펴보니 중단된 적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되고 있었지요.

처음 설정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현실을 알 수 있는 데이터를 직면했기 때문에 이런 예외적 내용들은 다른 의미있는 결과물이 되었습니다. 놀이터의 문제점을 드러낸 데이터로 공공에 구체적으로 문제해결을 요청하거나, 현장에서 발견된 데이터를 시각화 하여 새로운 시사점을 찾아내기도 했고요. 폐기물 문제의 경우 데이터의 질을 파악하는 과정을 리포트로 남겨 다른 활동가들이 공익데이터로 문제해결에 접근할 때의 레퍼런스를 남겼습니다. 데이터본부도 협업한 활동가들도 처음 시도해보는 공익데이터실험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뜻 밖의 의미있는 성과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건 과정을 기록하고 회고하는 ‘항해일지’를 꾸준히 작성하고, 활동가들이 문제 해결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외부 데이터 전문가들의 협업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자문으로 함께한 데이터 저널리스트와 분석가, 데이터 과학자, 개발자들이 시민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사회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일종의 “데이터 프로보노” 사례를 만들었지요. 정보공개청구 같이 시민사회가 오래전부터 해온 데이터 액티비즘을 학습하는 계기도 되었고요. 제이피 활동가는 이 경험을 회고하며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로 ‘공유와 협업’을 꼽았습니다. 시장의 민간데이터는 사익 목적으로 생산하고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전문가에 한정되어 활용되지만 공익데이터는 ‘모두의 이익’에 기여하고 오픈소스로 공유됨으로서 기획자, 활동가, 연구자, 개발자, 디자이너, 데이터 과학자와 데이터 분석가, 언론인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시민들이 모이도록 합니다. 시민사회가 함께 공유하고 관리하는 커먼즈로서의 공익데이터가 성장하는 일은 곧 시민주도 공론장의 질적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공익데이터의 범주. 출처: 우리도 공익데이터는 처음이라

협업을 부르는 공익데이터

“일반 시민들, 활동가들, 지자체와 중간지원조직까지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 디지털 사회혁신에서의 시민주도와 기술주권에 대한 화두를 던졌고, 교육에서 시작해서 실험까지 점점 변화가 커졌던 것 같아요.” 미 활동가의 2020년 회고처럼 데이터본부는 항해 첫 해는 빠르게 변화하며 전에 없던 방향으로 새로운 물살을 만들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물살은 빠띠만의 성과가 아니라 함께 데이터 액티비즘으로 디지털 민주주의의 기반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모두와 공유하기 위한 동력입니다.

데이터본부의 모든 활동은 당연히 빠띠가 만든 공익데이터 플랫폼 데이터퍼블릭에 아카이브되어 있습니다. 데이터퍼블릭은 공익데이터실험실 프로젝트들의 시작과 과정, 결과물, 회고까지 살펴볼 수 있고, 활용 가능한 공익데이터들과 활용 사례, 데이터 액티비즘 및 공익데이터, 기술주권에 대한 콘텐츠들을 살펴볼 수 있는 일종의 데이터 포털 사이트로 데이터 관련 정보를 얻고 직접 나눌 수도 있는 공간입니다. 데이터에 대해 알고싶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면, 무엇보다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를 원한다면 다양한 시민들과 연결되고 함께 기여하며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공익데이터 활동이 적합한 시도가 될 수 있습니다. 빠띠 데이터본부는 디지털 민주주의의 바다에서 기술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더 넓게 멀리 나아갈 더 많은 동료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끝)

이어서 읽기

  1. [2020년 회고 ①실시간공론장팀] ‘진짜’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디테일들
  2. [2020년 회고 ② 카누팀] 자유롭고 안전한 커뮤니티들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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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20년 회고 ④ 데이터본부] 데이터가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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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편집 | 백희원 decembre.h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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