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2020년은 어떤 해였나요? 열이면 아홉 이상의 분이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었다’고 답하실 것 같은데요. 빠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빠띠의 2020년 한 해를 돌아보았습니다.

[2020년 회고 ② 카누팀] 자유롭고 안전한 커뮤니티들의 사회

이야기들의 느슨한 연대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

기술과 문화는 서로 영향을 끼칩니다. 빠띠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나은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해 만들어내는 민주주의 기술들 또한 당연히 새로운 문화를 동반합니다. 어쩌면 빠띠의 모든 활동을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민주주의를 제도적 차원에서 일상의 문화로 침투시키는 과정이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속한 모임과 일터에서 나이나 성별 직급에서 생기는 위계를 줄여나가고, 소수 의견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직접 참여하고 행동하는 일상의 시간을 늘려나가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지요.

카누팀은 시민이 이끄는 사회 변화를 위한 공적 기반으로 ‘커뮤니티’라는 현장에 집중해왔습니다. 2020년에도 청소년공익활동커뮤니티 유스펀치 성평등 프로젝트 플랫폼 버터나이프크루 등 다양한 세대의 시민들과 정부 기관 및 시민단체들 등과 다양한 이슈로 커뮤니티 프로젝트 및 캠페인을 진행해 왔습니다. 사업을 실행하며 이전과는 조금 다른 커뮤니티들의 등장을 촉진하기도, 관찰하기도 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조직 문화를 위한 도구를 꾸준히 도출해왔습니다. (카누팀의 프로젝트들이 궁금하다면)

다양한 소규모 커뮤니티들의 생태계

지난해 카누팀은 여성가족부, 진저티프로젝트와 함께 한 “버터나이프크루”, 서울청년의회 문화예술 분과 청년 기획자들을 위한 “기획자 플랫폼 11111”, 청소년공익활동 커뮤니티 “유스펀치”를 진행하며 “단일한 커뮤니티가 아니라 여러 프로젝트들이 하나의 채널에서 활동하며” 협력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촉진했습니다. 운영진과 100명의 크루가 함께 활동해야 했던 버터나이프크루 프로젝트의 경우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커뮤니티 공동의 가이드와 자료, 공지 등 고정적인 정보 중심의 공간을 명확히 했습니다. 고정적이지만 참여자도 질문하거나 위키 방식으로 체계적인 개선과 수정이 가능하게 했고요. 동시에 온라인 체크인과 한 주 회고, 자기소개 등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갈 수 있도록 소소한 대화 공간, 의사결정을 위한 투표 기능으로 논의도 가능하게 했지요. 언뜻 기존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 중심 커뮤니티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오거나이저와 참여자 간 역할의 차이가 있을 뿐 공동으로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문화가 전혀 다른 커뮤니티의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빠띠 카누팀과 함께한 커뮤니티들

이런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적용해 커뮤니티 플랫폼 ‘빠띠 그룹스’를 ‘빠띠 카누’로 개선했습니다. 빠띠 카누는 큰 규모의 커뮤니티 하나보다는 다수의 다종다양한 소규모 커뮤니티 생태계를 지향하고, 폐쇄적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서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개방된 커뮤니티들의 모임입니다. 각자의 세부적인 관심사와 자기 이야기에 따라 활동하다가, 필요할 때는 개방성에 기반한 신뢰를 바탕으로 여러 카누가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델이지요.

“카누라고 하면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두가 함께 노를 저어가는 작은 배에요. 구성원들이 함께 방향에 합의해서 민첩하고 유연하게 물살을 타고 나가는 커뮤니티요.” 트리 활동가의 말에서 카누팀이 생각하는 커뮤니티, 그리고 협업의 방식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습니다. 카누팀 스스로도 고정된 목표를 정해놓기보다는 아직 사례가 많지 않은 이슈 중심 커뮤니티, 협력적 커뮤니티, 디지털 커뮤니티의 방향을 찾으며 항해를 계속해왔지요. “다양한 이슈를 기반으로 이야기하고, 액션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 빠띠 카누에서는 어떤 커뮤니티들이 어떤 액션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게 될까요? 분산화 된 커뮤니티 플랫폼은 복잡한 문제의 해결에 유리합니다. 최근의 중요한 이슈인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해볼까요? 비거니즘부터, 폐기물 문제, 교통 등 세부적인 주제들이 있고 또 이를 일상 실천의 영역으로 가지고 오면 대중교통 이용권의 문제나,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 혼용된 용기의 분리수거 등 아주 구체화된 문제들이 만들어집니다. 카누 플랫폼은 오늘 바로 나의 일상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변화를 실천하면서, 커뮤니티를 통해 변화를 확산시키고 사례를 축적하며 사회 변화로 연결킬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빠띠 카누란?

협력적 커뮤니티의 노하우

그런데 좋은 커뮤니티는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요? 모임의 빈도? 아니면 규모? 갈등의 유무? 빠띠가 주목해 온 커뮤니티는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모인 자유로운 개인들의 협력적 커뮤니티입니다. 카누팀은 친밀함에 기반한 끈끈한 관계성보다 커뮤니티의 핵심 이슈에 대해 여러 구성원이 함께 기여하는 열린 커뮤니티를 위한 조직 기술을 고민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친한가 보다는 무엇을 함께 하고 있는지가 커뮤니티의 정체성이 됩니다. 카누팀의 리더인 씽 활동가는 ”디지털 공간을 활용하면 개방성, 투명성, 지속성이 유지되는 커뮤니티가 가능하다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커뮤니티 활동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투명하고, 아직 커뮤니티의 다른 구성원들과 관계가 없는 이도 기록을 통해 맥락을 이해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더할 수 있지요. 누군가 돌을 하나 놓으면 그 위에 또 다른 사람이 돌을 얹을 수 있는, 이야기가 점차 누적되어가는 공간으로서의 커뮤니티입니다. 오늘 처음 커뮤니티에 온 사람도 지금까지 쌓인 돌들을 보고 맥락을 이해하며 자신의 돌을 얹을 수 있습니다.

물론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다고 저절로 협력적 커뮤니티가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의욕 만만하게 모였다가 비활성화 되어버렸던 온라인 모임의 경험이 떠오르지 않나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도 모든 구성원들에게 고루 나눠져야 합니다. 우리 커뮤니티는 어떤 방법으로 운영되는지, 또 어떤 원칙과 가치를 지켜나가는지를 정리한 가이드와 행동강령을 함께 만들고 같이 관리해나가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공개된 가이드라인은 누구나 커뮤니티를 쉽게 이용하도록 돕고, 행동강령은 ‘우리 커뮤니티는 어떤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기준으로서 관계의 안전망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겠지요.(버터나이프크루의 운영가이드들 보러가기) 이 모든 것이 작동하도록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고, 정리하고, 또 촉진하는 역할의 커뮤니티 오거나이저도 필요하고요.즉, 협력적 커뮤니티에는 따라야 할 리더 대신 협력할 수 있는 오거나이저가 있고, 지켜야 할 규칙 대신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버터나이프크루 운영가이드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궁금하다면 지난해 카누팀이 웹에 공개한 “협력적 커뮤니티 툴킷”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툴킷에는 협력적 커뮤니티를 시작하기 위한 워크숍부터, 오거나이저의 역할, 가이드와 행동강령 만들기의 프로세스 및 체크리스트 등이 위키 형식의 목차로 아주 상세하게 담겨 있어요.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돌탑의 첫 번째 돌을 놓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카누팀이 만든 돌탑입니다.

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신뢰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개방적인 커뮤니티들의 사회를 상상하며 카누팀은 꾸준히 신뢰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속담에서 드러나듯 우리사회에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보호받을 수 없으리라는 불신이 팽배하지요. 폐쇄적이고 잘 알려진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쉽게 신뢰 받고자 하는 욕망은 협력보다는 학연이나 지연 같은 배타적 관계자원을 중심으로한 경쟁을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아직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는 이 쪽이지만 카누팀은 디지털 기술로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과 의례, 문화들로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며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스스로의 이야기로 신뢰를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협력적 커뮤니티에서는 그 사람이 사회에서 얼마나 유명하고 인정받는가 보다도 커뮤니티의 이야기에 기여해 온 활동으로 신뢰가 쌓이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씽 활동가의 말은 카누팀이 모든 시민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통해 신뢰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할 때 사람부터 모으자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목표와 이슈를 명료화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트리 활동가의 말은 빠띠 카누팀이 나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료를 찾아 카누를 만들 수 있는, 안전하고 개방적인 커뮤니티를 위한 도구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요. 문화는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믿음입니다. 카누팀의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면, 카누팀을, 무엇보다 나를 믿고 빠띠 카누 플랫폼에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빠띠 카누

올해 카누팀은 인큐베이팅 워크숍을 통해 카누 플랫폼을 활용해 더 많은 협력적 커뮤니티의 이야기가 등장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정부 기관과의 협업을 위해 프로젝트 베이스의 워킹그룹으로서의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강화해나가고자 합니다. 시민단체들과의 협업을 통한 캠페인과 사회변화도 물론 계속해나갑니다.(끝)

이어서 읽기

  1. [2020년 회고 ①실시간공론장팀] ‘진짜’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디테일들
  2. [2020년 회고 ② 카누팀] 자유롭고 안전한 커뮤니티들의 사회
  3. [2020년 회고 ③ 공론장팀] 변화는 혼자서 단숨에 만들 수 없으니까
  4. [2020년 회고 ④ 데이터본부] 데이터가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면
  5. [2020년 회고 ⑤ 빠띠] 오늘의 민주주의 얼마나 나아졌나요?

글 | 백희원 decembre.hw@gmail.com
편집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 트리 tree@parti.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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