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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기술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활용한 사회 혁신의 가능성이 엿보인 사례가 있었다. 공적 마스크 배포 과정에서의 정부, 기업, 시민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만든 앱이다. 정부는 약사들이 입력한 마스크 판매 이력을 중앙에 모아 마스크 재고 상황을 공공 데이터로 공개했다. 네이버, 카카오와 KT 등 기업은 재고 현황 데이터를 원활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서버를 제공했다. 민간의 시민 개발자(시빅해커)들과 관련 기업들은 마스크 재고 API를 활용해서 약국의 마스크 수량을 확인하는 앱을 개발했다. 약사들의 손으로 입력한 데이터가 시민의 손에 닿는 과정을 정부와 기업, 시빅해커가 공동으로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만들어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렇게 빠르게 이루어졌을까? 중요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이롭다는 정부의 방침과, 재난 극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 개발자들의 열정이 상호작용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민주주의를 혁신하는 수단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동시에 민주주의의 상징적 슬로건인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기술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공공재나 공유재로서 다수가 기술을 함께 소유한다. 누구나 쉽게 사용 가능한 기술을 만든다. 기술에 영향을 받는 이들이 기술의 작동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기술을 다수를 위해 활용해 더 안전하고 풍요로우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 이런 낙관적인 전망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기술을 함께 소유하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며, 기술을 활용해 창출되는 부가 가치가 모두를 위해 활용되도록 민주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민주적 구성이 중요한 까닭은 기술 활용의 낙관적인 전망의 이면에 있는 부정적인 가능성 때문이다. 예를 들면, 로봇으로 대표되는 생산 수단을 일부가 독점하여 극단적인 빈부격차가 생기는 사회나, 과도한 환경 파괴와 자원 남획으로 인류 및 생태계가 멸종위기에 처하는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사회도 우리는 예상하고 있다. 오늘날의 코로나1...

2020-04-23

동아시아 시빅해킹 커뮤니티 ‘Facing the Ocean’ Meet&Hack 2019년 총정리
동아시아 시빅해킹 커뮤니티 ‘Facing the Ocean’ Meet&Hack 2019년 총정리

출처: CC BY-SA 4.0 attributed to Facing the Ocean Meet & Hack ‘Facing the Ocean’ 동아시아 커뮤니티의 시작 ‘Facing the Ocean(FtO)’은 한국, 대만, 일본, 홍콩의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커뮤니케이터와 시민이 모여 각 나라의 이슈를 공유하고 협업을 통해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빅해킹* 커뮤니티입니다. ‘태평양을 마주한(FtO)’ 시빅해커들은 4개 국가의 지역을 돌아가며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어요. 이 모임은 ‘만나서 시빅해킹한다’는 뜻으로 ‘Meet&Hack(밋앤핵)’이라 불립니다. 보통의 해커톤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프로그래머나 관련된 그래픽 디자이너,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자, 프로젝트 매니저 등이 집중적으로 작업을 하는 소프트웨어 관련 프로젝트의 이벤트를 일컫는데요. 밋앤핵은 개발자나 일부 직군의 전문가만 참가하는 해커톤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포용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서 함께 사회 문제를 해킹하고 네트워킹해요. FtO 커뮤니티는 2019년에 6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밋액핵을 시작해 지난 12월 대만 타이난에서 두 번째 만남이 있었습니다. 유사한 정치, 사회, 문화 경험을 공유하여 다양한 주제로 토의와 토론을 할 수 있는 배경 지식을 나누고 있어, 만남을 더해갈 때마다 네트워크는 공고해집니다. 어떤 국가의 참가자가 이슈를 공유하면 다른 국가의 참가자가 제3자 입장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안하죠. *시빅 해킹(civic hacking)은 시민이 겪는 모든 문제에 기술, 디자인, 협업이라는 세 가지 접근법을 사용해서 사회적으로 최대한 바람직한 해결책을 내놓고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참여를 유도하는 ‘문제 해결 방법론’을 일컫습니다. 제1회 FtO 밋앤핵 일본 오키나와 발표자에 집중하고 있는 참여자들 (이미지 출처: CC BY-SA 4.0 attributed to Facing the Ocean Meet &a...

2020-04-08

2020년 빠띠의 항해지도(목표)를 공개합니다
2020년 빠띠의 항해지도(목표)를 공개합니다

빠띠는 빠띠의 활동을 ‘항해’에 비유합니다. 구성원들과 함께 빠띠라는 ‘한 배를 타고 미지의 영역을 향해 항해’를 하죠. 빠띠의 구성원을 ‘크루’라고 부르고, 하루를 돌아보고 경험과 감정을 적는 것은 ‘항해일지’로, ‘빠띠호’가 어떤 목적지를 향해 어떤 일정으로 항해할지 담은 문서는 ‘항해지도'라 불러요. 항해지도는 기간별 빠띠의 목표가 담긴 문서로, 현재의 상황에서 얼마만큼 항해할 수 있는지 가늠하고 행선지를 향해 노를 저어갑니다. 올해 빠띠는 공론장, 커뮤니티, 캠페인, 민주주의 개발, 공익 데이터, 민주주의 랩이라는 6개의 배(팀)를 띄워 사회의 여러 영역에 혁신적인 민주주의 솔루션과 플랫폼을 보급하고자 합니다. 2020년 빠띠의 각 팀별 항해지도(목표)를 공개합니다 공론장팀 ‘이해관계자들이 더 많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공론장을 만듭니다’ 커뮤니티팀 ‘시민, 조직과 함께 더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커뮤니티를 만듭니다’ 민주주의 개발팀 ‘플랫폼으로 사람들의 일상과 세상을 더 민주적으로 만듭니다’ 캠페인팀 '시민 누구나 캠페인을 하는 세상을 만듭니다' 공익 데이터팀 ‘데이터로 더 투명하고 신뢰하는 사회를 만듭니다’ 민주주의 랩 ‘다양한 실험을 통해 더 민주적인 세상을 만듭니다’ 공론장팀 ‘이해관계자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공론장을 만듭니다’ 공론장팀은 이해관계자가 모여 숙의하고 결정하는 장을 만듭니다. 정부, 기관, 조직, 다양한 시민과 이해관계자가 특정 의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듣고 이해를 바탕으로 토론하고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하는 과정을 설계하고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토론회, 워크숍 등 다양한 형식의 공론장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대표적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시와 함께 ‘민주주의 서울’ 기획 및 운영, 시민들의 제안으로 방송을 만드는 tbs 오픈테이블 기획 등을 했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오픈소스 시민참여 플랫폼 ‘데모스X’와 운영 가이드, 공론장 가이드...

2020-03-12

4회차 더 나은 민주주의 플랫폼 모임 후기
4회차 더 나은 민주주의 플랫폼 모임 후기

더 나은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드는 개발자들 Developers for Better Democracy 1월 26일에 모임을 가졌습니다. 먼저 이 모임이 어떤 모임인지 많이 궁금해하시더군요. 모임 참여는 어떻게 하나요? 이 모임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계시는 개발자 분, (직접 작업을 하시는 디자이너, 기획자 등 포괄적인 의미) 그리고 이런 개발자 분들과 함께 하고픈 일이 있으신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일이 커진 것 같은데… 자리를 더욱 가볍게 만들어 주십시오.. *밋업meet up (http://goo.gl/jRGkbw) 모임에 참석은 못하는데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온라인, 슬랙better-cosmos에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모임에 반드시 참석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작업을 하고 있지 않아도 같이 민주주의와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더 큰 범위의 만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간 3번의 모임을 하고나선 슬랙에 99분이나 가입해 계신건 자랑입니다. 100번째 오시는 분께 드릴건 없고 다음 모임의 사회자 자리나 드릴까… *슬랙better-cosmos slack (http://slackin.better-cosmos.net/) 제가 한 작업을 발표를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죠? 발표를 하실 분들은 미리 핵패드에 올려주시면 됩니다. 참석한 사람들이 피드백을 미리 준비할 수 있고, 발표자 분들도 배경 설명을 조금 더 줄일 수 있도록요 :) 다음부턴 발표 중심이 아니라 서로 도움을 요청하고 받을 수 있는 쪽으로 만들어 볼까하는 의견도 모으고 있습니다. *핵패드 (https://goo.gl/6VloeS) 쉽지요? 어렵지 않아요 :) 그럼 4차 모임을 짤막하게.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실제 발표 순이 아니라 핵패드 순서대로 적을게요. 1. 빠띠와 함께 파티를! parti.xyz : http://parti.xyz 유쾌한 정치 ...

2019-10-20

마을과 국가, 그리고 정치
마을과 국가, 그리고 정치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자림로 양옆으로 삼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는데, 도로 확장 과정에서 삼나무 수천 그루가 잘려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제주도는 주민숙원사업이며 교통난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러 시민은 숲길 보전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9월 몇몇 뜻있는 시민들이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서 문화제 행사를 진행하려 했었는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행사는 끝내 열리지 못했습니다. 인근 마을주민들이 의도적으로 문화제를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상황을 담은 기사와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한 분의 페이스북 글을 읽어 보시죠.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송당마을 주민들은 시민문화제 참여 시민들의 주차를 막기 위해 마을 소유의 거슨세미 오름 주차장 입구에 덤프트럭을 세워놓는 한편 금백조로 삼거리 갓길에도 10대 정도의 덤프트럭을 주차해 놓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행사장 바로 옆에 대형 덤프트럭과 트랙터 등을 세워놓고 시동을 켜놓았고 3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행사를 막기 위해 모여들었다는 것. (중략) 마을 주민들은 “나무가 다 베어진 마당에 왜 남의 동네와 와서 간섭이냐” “내가 어릴 적 심은 나무를 베었다. 삼나무를 베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 “우리 동네 사람들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왜 다른 동네 사람들이 와서 그러느냐”라고 시민문화제 참여 시민들에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참여 시민들 역시 “비자림로가 송당주민들 만의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이렇게 길을 넓게 확장하지 않더라도 해결 가능하다”고 마을 주민들에게 응대했다. 출처: 제주환경일보 고현준 기자 원문: https://goo.gl/ptahhF 그런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행사가 시작되자 옆에서 크게 뽕짝을 틀고 진행을 방해했으며 급기야 송당리 개발위원회 청년들과 일부 주민들이 무대로 난입해 사회자를 가로막고 여기저기서 욕을 해댔다. 가수가 노래 할 때는 앞을 가로막고 뒤에서 밀쳤다. 내...

2019-10-20

민주주의도 측정할 수 있을까? (feat. 포스트 민주주의)
민주주의도 측정할 수 있을까? (feat. 포스트 민주주의)

더 민주적인 세상이 있다면, 민주적인 세상이 있고, 민주적이지 않은 세상도 있고, (양념반 후라이드반처럼) 반만..민주적인 세상도 있을까요? 빠띠쿱의 역사가 내다보이는 빠띠쿱을 수식하는 단어와 슬로건빠띠쿱의 역사가 내다보이는 빠띠쿱을 수식하는 단어와 슬로건 2018년 9월 말 빠띠쿱의 슬로건은 ‘민주적인 삶과 문화를 만듭니다.’에서 ‘더 민주적인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슬로건이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알렸다면, 이번 슬로건은 우리가 ‘왜’, ‘무엇을 위하여’ 활동하는지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빠띠가 해왔던 모든 활동이 ‘더 민주적인 세상’을 위해 해온 것으로 귀결될 수 있죠. ‘더 민주적인 세상’을 상상해보노라면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평화롭게 사는,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세상 같습니다. 빠띠쿱 슬로건을 바라보며 의식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다 *‘더’, ‘민주’에 한동안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민주주의’란 관념도 자로 재듯 측정할 수 있을까? *더 민주적인 세상이 있다면, 민주적인 세상, 민주적이지 않은 세상도 있고, (양념반 후라이드반처럼) 반만..민주적인 세상도 있을까? _ 그나저나, 민주주의가 뭐지? 사회, 시민, 플랫폼처럼 평소에 자주 쓰는 ‘민주주의’란 단어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민주주의’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며, 문자 그대로의 민주주의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민주주의’ 사전적 정의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리, 법치주의 따위를 그 기본 원리로 한다.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 국민이 권력을 가짐과 동시에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정치 형태.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민주주의(民主主義, democracy)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며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

2019-10-20

국제촛불대토론회 회고, 왜 일상의 민주주의일까요?
국제촛불대토론회 회고, 왜 일상의 민주주의일까요?

아이슬란드, 튀니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생각해보다. 지난 5월 24일 빠띠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회에서 주최한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촛불항쟁 국제토론회에 다녀왔다. 학교에서 이론으로 깨쳤던 것, 빠띠에서 경험, 지난 가을 2017 미래혁신포럼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스쳐지나갔다. 아이슬란드 사례, ‘국회 개혁 이후 우리의 과제' 작년에 2017 미래혁신포럼에서 만난 비르기타 욘스도티르는 이번 토론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비르기타의 이야기는 작년에 들었을 때와 또 달랐다. 비르기타Birgitta Jónsdóttir(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우주당 멤버들 ㅣ글쓴이:초록머리(맨 왼쪽) (딴소리) 작년에 한국에 왔을 때 전해준 우주당의 맨투맨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친구들이 어디서 났냐구 엄청 좋아했다고.. “국회를 바꾸고 끝이 아니라 개개인 모두를 바꾸는 일이 변화의 핵심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시작할 때부터 강조한 것은 8년의 국회의원 임기 동안**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서 본인이 생각한 만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대의민주주의는 잘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일까? 물론 외국의 사례와 우리나라의 시스템, 문화와 역사의 맥락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아이슬란드는? 아이슬란드는 의회의 역사가 우리나라와 다르게 어마어마하게 길지만 인구는 33만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작은 도시 정도 인구다. 우리나라는 아이슬란드의 150배, 5천만의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서울시만 해도 천만명,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산다. 무언가 결정하는 일만 비교하면 엄청나게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인데, 아이슬란드는 조직률이 84% 정도 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변...

2019-10-20

빠띠가 만난 민주주의 활동가들 — 1 . 엔스파이럴 Enspiral
빠띠가 만난 민주주의 활동가들 — 1 . 엔스파이럴 Enspiral

반갑게도, 올해는 ‘민주주의’라는 키워드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9월에는 그간 빠띠가 만나고 싶었던 민주주의 활동가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엔스파이럴의 수잔, 데모크라시 어스의 산티아고 시리, 에브리데이 데모크라시의 부르스를 만났는데요, 각자의 자리에서 시도 중인 민주주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고, 격려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분씩 만난 이야기를 짧게 전합니다. 엔스파이럴 Enspiral, 수잔 바스터필드 (Susan Basterfield) 엔스파이럴은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그룹입니다. 함께 일하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기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협업을 위한 독특한 시스템과 문화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의사결정 소프트웨어 루미오로 잘 알려져있죠. 저희가 만난 수잔은 엔스파이럴 멤버이면서 촉진자로 2017 국제 NPO 컨퍼런스에 초대되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씨닷, 옐로우독의 제현주님, 빠띠의 권오현님과 함께 ‘새로운 활동을 위한 새로운 조직 실험하기’ 라는 세션을 이끌었어요. 이 세션에서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참여자들과 나누었습니다. 새로운 조직을 스스로 시작하고 싶습니까? 조직 내 급여 및 보상 정책을 결정하는데 구성원으로서 참여해 본 적이 있습니까? 속한 조직 내에서 권한이 효과적으로 분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까? 속한 조직의 투명성 수준에 만족합니까? 속한 조직 내에서 실패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낍니까? 당신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직접 선택해 본 적이 있습니까? 속한 조직 내에서 당신의 인격 전체를 드러내도 환영받을 것이라고 느낍니까? 그렇다, 라고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으로 가득하죠? 빠띠는 사실 조직을 만들 때부터 엔스파이럴 등 여러 ‘새로운 조직’을 위한 협업 방식을 참고했기 때문에 세션을 진행하는 동안 위 질문에 YES 사인을 많이 보낼 수 있었어요. (바로 이 컨퍼런스 전날 공개적으로 멤버들과...

2019-10-20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프로듀스101 에 숨은 민주주의 찾기 너네 그거 알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 지금 너네가 딱 그래 주말에 우연히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프로듀스101>을 보게 됐어요. 틀자마자 나온 말에 어딘가 아픈 구석이 쿡 찔린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들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서 조금 더 기다렸습니다. 팀 안에서 안무를 정하는 데에 있어, 너무 다양한 의견이 계속 나오는데 결정을 하지 못해 계속 안무 짜는 게 지지부진해지는 문제였어요. 심사위원 가운데 한 명이 그래서 저런 조언을 한거였죠. 돋보였던 장면은 그 이후에 등장했습니다. 심사위원이 ‘너네 리더 말을 좀 들어줘’ 라고 했지만, 그 이후에도 리더인 강다니엘 군은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팀원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질문을 던졌죠. 그러자 멤버 가운데 한 명이 손을 번쩍 들고 자원하여 자신이 안무를 결정하겠다고 했고, 나머지 멤버들도 모두 박수를 치며 환영했어요. 그 이후 인터뷰에서 강다니엘 군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죠. 저희는 그 산을 뛰어넘을 거예요. 출처 : [http://breaktime-ppomi.tistory.com/m/205](http://breaktime-ppomi.tistory.com/m/205)출처 : http://breaktime-ppomi.tistory.com/m/205 민주주의, 어려운 걸까요? 이렇게 팀플에서, 예능에서 보여주는 하나하나의 애티튜드, 팀원들을 존중하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노력들이 바로 ‘일상의 민주주의’가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빠띠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정확히는 이렇게 말했었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기적이 일어난다. 우리만의 카누를 타고 산으로 가자” *고요. 사람들이 함께 모이면 ‘산으로 가는’게 아니라, ‘기적이 일어난다’는 의미에 방점을 찍었어요.(관련 인터뷰 보기) 심사위원의 말마따나 모...

2019-10-20

민주공화국, 그리고 빠띠
민주공화국, 그리고 빠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입니다. 이 한 문장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밝히고 헌법 전체를 규정짓게 되지요. 즉,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체성에 어긋난다면 대한민국의 그 어떠한 법률과 정책도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한 나라의 정체성을 집약한 중요한 이 문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여기에는 공화제와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둘 다 무척 어려운 단어입니다. 공화제부터 간단히 풀어 보자면 이는 다수가 내리는 공적 결정을 가지고 운영되는 체제입니다. 군주 한 사람에 의해 지배되는 군주제와 구별되지요. 공화제라 하더라도 다수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는데요. 자산, 군사력, 정치적 영향력 등을 지닌 소수의 사회 구성원들에게 권력이 집중된 과두적인 형태도 있지만, 여러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실현하는 민주적인 형태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이미 아시다시피 후자를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민주주의 정치 형태에 대해 아주 비판적인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한 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플라톤입니다. 그는 옳고 참된 지식이 아닌 시민들 의견에 기초를 두는 민주주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의견을 내고 참여하는 체제는 결국 충동적이고 억지스러운 주장과 여론에 휩쓸릴 뿐이라 했죠. 그래서 그는 무엇이 정의로운 것이고 참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잘 교육된 사람만이 체제를 이끌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이런 생각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어느 대단한 지도자나 전문가 한 두 사람이 이런저런 편견과 대중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체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금도 잘 먹히는 것은 그 한 예시라고 볼 수 있지요. 이런 플라톤의 주장은 민주주의 체제에 커다란 도전 과제입니다. 모든 시민이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자유로운 민주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긴 하지만, 다양한 의견과 주장 그 자체가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2019-10-20

‘인터넷’에서만 화제가 된 일
‘인터넷’에서만 화제가 된 일

인터넷 쓰는 사람, 어디 가둬놨나요? 저는 TV 앞에서,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특히 전 필리버스터는 국회방송도 있었지만 youtube 댓글, 트위터에서 실시간으로 오가는 반응을 더 흥미롭게 봤습니다. 그런데 꼭 인터넷에서 피드백이 오가면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있죠. “이 일은 인터넷에서만 화제가 된 일입니다.” 네, 그래요. 제 추측엔…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인터넷 세계에서 기자는 기사를 작성했고,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았을 겁니다. 사무실에서 스마트폰으로 SNS에도 올렸고, 독자인 저는 그 게시글을 퇴근 길에 스마트폰으로, SNS에서, 포털 뉴스로 봤습니다. 현실이 아닌 인터넷에서요. -기자님, 제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트위터는 실재합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왜 인터넷과 현실을 그렇게 구분하는 걸까요? 치킨집 3만 6천 곳인 한국의 자영업자는 배달 어플에 매장을 등록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맛집 블로그를 하는게 기본인 시대에 왜 “인터넷에서만”인지.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인터넷 쓰는 사람 어디 가둬놨나요? 이러니, 실제서도 인터넷에서도 소수의견과 반대여론이 보이지 않게 바리케이드를 무언가가 치고 있지는 않은지 답답해집니다. 필리버스터를 서로 넷으로 피드백 하며 본 사람들이 느낀 것은 의견이 전달되고 있다는 느낌 아니었을까요. 넷에서 의사표현이 정확하게 전달되니 넷에서 이야기하는 것이지, 현실과 넷은 다르지 않아요. -*지금도 전 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치고 있는걸요.- *게다가 정말로 의사표현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중요한 수단이라는걸 모두가 알고 있는데요. 정치가 아니라, 사람들이 진짜로 피곤해 하는 것은 법안, 행정, 사회문제, 소수의견, 먹고 사는 문제가 피곤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저 천천히 말할 수 있고 듣고 논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에요. 당장 바꾸고 싶은 것도 아니었어요. 정치서도, 현실서도 “그저 먹고사니즘에 진짜 중요한 일을 큰소리 내는 사람이 결정하...

2019-10-20

인터넷, 민주주의, 공공재 그리고 빠띠
인터넷, 민주주의, 공공재 그리고 빠띠

벌써 5월의 중순입니다. 한달의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동시에 1년의 절반이 다가옵니다. 올 봄에 빠띠는 앞으로 2년간의 로드맵을 그렸고, 차근차근 목표들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2017년까지의 빠띠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한 실험과 민주주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확산”에 집중했습니다. 2018년부터 빠띠는 플랫폼과 방법론을 정리하고, 알맞게 팀을 구성하여 목표 하나씩 집중해 성과를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민주주의 플랫폼 협동조합, 민주주의 활동가 협동조합의 설립 협동조합 설립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 블로그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구체적인 계획’과 ‘나도 참여할 수 있는가’를 물어주셨습니다.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 빠띠는 초창기부터 협동조합 설립 구상을 꾸준하게 이야기해왔습니다. 오늘 보내 드리는 글에는 빠띠가 협동조합을 택한 이유 하나를 정리하면서, 함께 생각할 거리를 나누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 인터넷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의 지성을 모아내는 인터넷의 특징을 활용해서 “세상을 더 민주적인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세상을 더 민주적인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권한의 비대칭, 정보의 비대칭을 활용해서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고 때론 착취하는 세상이 아니라, 권한과 정보를 나눔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모두의 기여로 한두사람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 접속 장치만 있다면 시간과 장소를 넘어서 정보에 접속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으로 만들 수 있는 멋진 세상이라고 상상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미디어와 커뮤니티의 전문성을 쌓는 일을 저 개인의 중요한 과업으로 삼았고, 운이 따라서 좋은 팀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페이스북과 네이버의 독점과 불투명성에 대한 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트위터를...

201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