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5, 빈칸을 채우다] 1. 경남에서 #청년_으로 연결되고 채워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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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3-30 조회수 313

055, 빈칸을 채우다

1. 경남에서 #청년_으로 연결되고 채워지는 이야기

'055, 빈칸을 채우다' 지역생활실험실@055*의 9개 프로젝트가 채워나가는 경남의 매력, 그리고 새로운 연결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지난 2월 24일에는 경남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가진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연결해서 더 나은 경남을 위한 로컬 지식 위키로 만드는 ‘055 연결의 현장'을 진행했는데요. 그 현장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채롭게 빈칸을 연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선보입니다.

* '지역생활실험실@055'는 경남이 가진 매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지역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간의 연결을 통해 도전을 시도하는 리빙랩 프로젝트입니다.


> 하동의 계절을 담는 곳, 카페 하동.

경상남도 하동에서 청년·농업인·자영업자 등을 모집하는 ‘하청업자 모집’은 숨어있는 청년들이 서로를 찾을 수 있게 하고,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동아리 웹사이트 마련과 제철 꾸러미 팝업 스토어 진행을 예정에 두고 있다. 이들은 연결이 실제로 우리에게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파랑새 프로젝트’는 사회적 단절 상태인 경남권 무업 청년들을 대상으로 안정과 지지를 제공한다. 오프라인 워크숍을 통해 취업난과 무기력함을 겪는 청년들에게 연결과 성장을 촉진한다는게 이들의 계획이다. 청년을 주제로 활동하는 두 팀의 이야기를 카페 하동에서 청해들었다.

> 하청업자 모집 송명훈, 파랑새프로젝트 황선연, 하청업자 모집 김다은.

 

자기소개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하청업자 모집 송명훈(이하 송명훈)
서울에서 회사 다니다 3년 전 귀촌한 디자이너입니다. 고향이 여수에요. 명절 때 드라이브하러 잠깐 왔다가 하동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사를 결심하게 됐죠.

파랑새프로젝트 황선연(이하 선우)
저는 서울 사는 밀양 사람입니다. 시각 디자인을 기반으로 이것저것 하고 있어요. 매년 여름이면 계절 노동에 가까운 환경 활동도 하고 있고요. 지금은 여러가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청업자 모집 김다은(이하 김다은)
우연히 하동에 와서 카페를 하게 됐어요. 지금은 2호점까지 냈죠. 요즘은 제가 하고 싶은 것들과 선택한 것들로 일상을 채워나가고 있어요.

> 하동에서 생산되는 과일을 계절별로 가득 담아 내어주는 ‘카페하동와플’

 

각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송명훈
청년들의 이야기를 홈페이지를 통해 업로드했어요.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초청해 밋업을 했습니다. 이제 제철꾸러미를 만들 생각이에요. 월말에는 재능을 판매할 수 있는 플리마켓을 콘셉트로 청년 15명을 모아 성과공유회도 열어요. 

선우
온라인으로 월·화·목·금요일 오전 10시에 꾸준히 만나고 있어요. 매주 수요일에는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정모를 해요. 처음에는 얼굴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고, 그 다음에는 나를 알아보는 시간을 보냈어요. 부산의 전시를 보고 후기도 공유했죠. 밀양의 관광지를 돌면서 필름 카메라 교육도 해드렸어요. 다음에는 전시를 준비하는 모임을 진행할 거에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되서 머리를 굉장히 싸매고 있죠.

> 공감의 대화 속 웃음꽃이 폈다.

지역에서의 삶에서 기대하거나 목표하는 것들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다은
거창한 목표나 바라는 점은 사실 없어요. 저는 제가 재미있고, 흥미롭고,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요. 그러려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게 좋아요. 이번 프로젝트로 연결된 친구들은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하나로 모여 있어요. 하동에 살면서 겪은 문제점이나 고민, 삶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거든요. 다들 하동에서 잘 살고 싶은 생각이 큰 것 같아요. 쉽게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친구들도 잘 모인 것 같아요.

송명훈
지역에서 저를 중심으로 높은 품질의 작업물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저 혼자서는 절대 못하죠.  그래서 디자인 작업을 같이 할 수 있는 팀을 꾸리고 싶어요. 올해 열심히 일을 해서 저의 사이즈를 키울 거예요. 차후에는 두세 명이라도 고용해서 같이 일을 하려는 게 당장의 목표예요.

> 파랑새프로젝트 선우.

지역에서 살아가며 겪은 어려움이나 해결하고 싶은 것이 있으셨나요? 

선우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저에게서 시작된 재밌는 일을 같이 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데 사람을 모으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밀양은 다소 폐쇄적이라고 느껴져요. 얘기를 들어보면 뭔가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긴 하거든요. 근데 사람들을 어디서 어떻게 모아야 될지 감이 안 잡혀요. 시에서 하는 정책들을 보면 관광객 인구를 계속 늘리려는 쪽으로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청년들은 안 챙기고 사람들을 밖에서 불러들이고 그 사람들한테만 혜택을 주냐는 여론이 동료 청년들에게서 나와요. ‘어떻게 나를 확장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송명훈
선우 말씀에 공감돼요. 제가 밀양을 몇 번 안 가봤지만, 가봤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약간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었어요.  하동은 밀양보다 더 좁은데, 오히려 그래서 사람 모으기 더 쉬운 편인 것 같아요. 현수막 달아놓으면 다 알거든요.

> 하청업자 모집 송명훈.

하동, 밀양에서 활동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도 있으신가요?

송명훈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주거랑 일자리에요. 하동에 반해서 내려왔을 때 쏘카나 직방, 다방 이런 어플리케이션들이 통하질 않더라고요. 집을 공개적으로 구하기 어렵고 직장은 있는 게 없어요. 주거와 일자리가 해결이 안 되면 장기적으로 하동에 살 수 없어요. 하동은 팔아도 안 살 것 같은 아파트가 1억 중후반부터 시작해요. 그래서 하동에서 광양으로 나가서 살고 일은 여기서 하시는 분들도 많죠. 청년들이 내 고향에서 살고 싶어도 살기가 어려워요.

선우
일전에 동료 청년들과 대화했을 때에도 주거와 일자리 문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주거와 일자리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제일 기본적인 것들이죠. 그런 문제들이 어떤 식으로 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송명훈
관에서 중심을 잡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공개적으로, 건전하게 집 등을 거래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자유롭게 경쟁하면서 가격이 맞춰질 거에요. 

선우
시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함께 홍보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이 할 때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인데, 사람들은 홍보하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니까 ‘누군데 갑자기 이런 프로젝트를 한다는 거지’ 같은 의심부터 받아요. 계속 활동하는 걸 보여줘야만 차후에 합류하는 경우가 조금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존에 있던 청년들에 대한 지원도 병행되어야 지역 안에서 뭔가를 계속 해볼 의향을 가질 것 같아요. 뭔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이 되면 지역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지자체에서는 청년 타깃 정책을 많이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실제로도 그런가요?

송명훈
하동은 청년을 완전 밀어줘요. 눈치가 보이고 다른 세대에게 미안할 정도죠. 실효성 떨어지는 정책도 있지만 수적으로만 봐도 엄청 많아요. 월세 지원도 있고 신혼이면 특히 주는 게 많아요. 군수님이 청년에 많이 주목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청년 타운도 짓고 있고, 청년 드림 스테이션도 있고, 정말 많아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많이 와닿는 편인 것 같아요. 

선우
저는 잘 못 느끼겠어요. 밀양과 서울을 오가다 보니 잘 모르는 걸 수도 있는데, 청년 정책이라기보다는 관광이나 귀농·귀촌, 도시재생 쪽에 조금 더 기울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해요. 

> 하청업자 모집 김다은.

이번 프로젝트를 하시면서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서로 연결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셨나요?

송명훈
변화라기 보다는 지역에서 이렇게 만날 수 있는 장이 없어서 심심한 경우가 많은데, 장을 만들어서 좋죠.

김다은
저희는 지역화폐를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했어요. 각자의 기술, 경험, 정보를 칠판에 나열하고 인기 많은 포스트잇의 주인을 리더로 세웠죠. 각기 소그룹으로 나뉘어 청년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진짜 다양한 기술과 경험이 있더라고요. 이게 새로운 연결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우
처음에는 낯을 가리시던 분들도 점점 마음을 열고 우리를 편하게 대하는 것이 느껴질 때 함께 하는 시간들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하동을 오면서 참여자분들의 지역도 지나왔는데, 새삼 멀리서부터 와서 참여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느꼈어요. 

 

지역 안에서 다른 세대와의 연결도 기대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선우
다른 세대와의 연결을 생각해본 적은 크게 없지만, ‘무업청년’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그분들이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서 이야기 나눠보면 그렇게까지 제가 편견을 가질 건 아닌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로 계속 익숙해져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송명훈
기성세대분들이 청년세대를 인지해준 것도 되게 감사하죠. 저는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모임을 하면서 제가 필요한 것과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그분들도 저희가 미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역에서의 삶에 대한 기대와 어려움, 발전을 위한 다채로운 제안을 만나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청년 세대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세대 간 연결을 강화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개발할 필요도 느껴진다. 지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 글, 사진 : 차종관
대학언론인, 기자 이후의 삶을 모색 중인 청년. 언젠가 문제해결 비즈니스를 일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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