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서울] 시민의 명령이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지원하라!

빠띠
발행일 2019.10.20. 조회수 64

서울의 공론장 ‘민주주의 서울’, 요즘 이런 시민제안들이 올라옵니다.

또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달력을 책상 위에 놓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는 국민청원 시즌2를 준비하며 설문조사를 실시했죠. 온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장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집니다. 서울시의 공론장 ‘민주주의 서울’에서도 새해를 맞아 시스템을 정비하고 새로운 실험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빠띠에 새로 합류한 견습 크루 보리와 함께 ‘민주주의 서울’에서 요즘 어떤 시민 제안들이 올라오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민주주의 서울, 어떤 곳일까?

그간 빠띠의 활동을 지켜본 분들이라면 ‘민주주의 서울’을 아실 테지만, 이 글에서 처음 접하실 분들을 위해 짧은 소개를 적어봅니다. 민주주의 서울은 민주주의 활동가들의 협동조합 빠띠와 서울시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시민참여 플랫폼으로 2017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민주주의 서울의 구조는 크게 제안, 토론, 결과 공개로 구분됩니다. 제안 단계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정책을 제안하는 ‘시민 제안’과 서울시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전후에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서울시가 묻습니다’로 나뉩니다. 토론 단계에서는 시민 제안 중 500건 이상의 공감을 받은 제안 또는 공론의제선정단 회의를 통해 발굴된 의제와 관련해 온/오프라인 공론장이 열리고 시민들이 토론에 참여합니다. 결과 공개 단계에서는 시민들의 많은 공감과 참여가 있었던 사안에 대해 관련 부서 혹은 시장의 답변을 듣습니다. 50건 이상의 공감을 받으면 부서 답변을 받을 수 있고 5,000명 이상이 온라인 공론장에 참여하면 시장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 공론의제선정단에서 실험해 볼만한 시민 제안을 꼽아 ‘시민 제안 실험장’을 열기도 합니다. 온라인 플랫폼 접근성이 낮은 시민이나 사회 문제의 당사자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찾아가는 시민 제안’, ‘시민 제안 발굴 워크숍’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민주주의 서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추천합니다: https://coop.parti.xyz/front/posts/50050)

민주주의 서울을 시민 제안 중심으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공론장과 민주주의 서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1월부로 서비스가 종료되는 다음 아고라나 지금 가장 뜨거운 공론장인 청와대 국민청원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저는 민주주의 서울만의 특별함은 토론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토론에서는 카드 뉴스 등의 자료를 통해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의제와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고, 오프라인 토론에서는 의제와 관련된 당사자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러한 토론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의제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와 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청원의 경우 (2019년 1월 기준) 청원에 동의하는 사람만 의견을 남길 수 있지만, 민주주의 서울은 제안에 대한 ‘공감’ 기능과 의견을 남기는 ‘토론 의견’ 기능이 분리되어 있어 보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시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공론장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각 부서 혹은 시장과 소통할 수 있고,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제안이 실제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민주주의 서울 <서울시가 묻습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관련 카드뉴스

새해를 맞은 민주주의 서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까?

새해를 맞은 민주주의 서울에는 요즘 더 많은 사람이 모여 북적거립니다. 지난 해 3,000여개의 제안이 쌓이고 몇 차례의 온오프라인 공론장이 열리며 민주주의 서울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새해에 빠띠의 견습크루로 합류한 저 보리는 1월 한 달 간 민주주의 서울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서 어떤 제안을 하는지 알고 싶었는데, 모니터링을 통해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모니터링을 위해 매의 눈을 가동했습니다. (출처: MBC 무한도전)

민주주의 서울을 가까이에서 보기 전까지는 정치에 아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활동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니터링을 해보니, 자신을 ‘평범한 시민’, ‘일반 시민’, 아니면 그냥 ‘시민’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사람들이 제안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제안의 형식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었습니다. 본문에는 개요만 쓰고 자세한 내용은 파일로 첨부하는 ‘첨부형’이나 다양한 글머리표와 도표를 이용해 주장을 전개해나가는 ‘보고서형’,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일반형’, 급하게 제안을 올리다보니 오타가 난무해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긴급형’ 등으로 다양했습니다. 제안 내용의 스펙트럼도 담배꽁초 투기 관련 제안부터 랜드마크 건설까지 넓었습니다.

시민 제안을 모니터링하다 보면 요즘 서울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광화문 광장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이 발표되면서 광화문 광장과 관련된 시민 제안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주제는 미세먼지입니다. 시민 제안 게시판을 통해 그 날의 미세먼지 농도를 예측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어김없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제안들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기상청보다 빠르게 실시간 지진 알림을 제공하는 디시인사이드의 ‘지진희 갤러리’가 떠오릅니다.) 이 외에도 임신/출산/육아, 대중교통 등은 꾸준히 언급되는 주제입니다.

‘마스크 지원명령합니다’(단호) 등 미세먼지 관련 시민제안들

요즘 민주주의 서울은 페이스북을 통해 흥미로운 시민 제안을 꾸준히 공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유된 제안 ‘종량제 봉투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자판기를 설치하는 것은 어떨까요?’처럼 눈에 띄는 제안들이 점점 늘어나 즐겁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서울시를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상상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서울이 앞으로 더 시끄러워지기를 바라며

열린 공간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은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너무 귀한 경험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생겨났지만, 정치나 정책에 대해 건설적인 제안을 이야기하는 공간은 비교적 한산합니다. 누구든 온라인에 모여 음모를 꾸밀(?) 수 있는 이 시대에 여전히 투표가 최대의 정치 참여인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민주주의 서울에서 정치 참여를 단계별로 연습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처음에는 지켜보기로 시작해서 다른 이의 제안에 공감을 해보고, 그 다음엔 의견을 남겨보고, 제안도 직접 해보고, 오프라인 시민 토론에도 참여하는 겁니다.

민주주의 서울의 찾아가는 시민 제안 워크숍 <육아 편>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여할 때마다 공론장은 제곱으로 커집니다. 더 많은 서울시민들이 민주주의 서울을 찾아오셔서 생각을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모니터링 업무가 비대해져서 정신이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기쁠 것 같습니다. 조만간 민주주의 서울에서는 그간 발굴된 의제들을 바탕으로 시민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민주주의 서울이 여러분의 이야기로 가득 차길 기대하겠습니다.

글.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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