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일상에서 정책을 길어 올립니다 (민주주의 서울 2018 결산 리포트 2)

빠띠
발행일 2019.10.20. 조회수 71

민주주의 서울 2018 결산 리포트 #2

빠띠는 2017년 서울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서울시와 함께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을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섯 회에 걸친 민주주의 서울 2018 결산리포트를 통해 지난 한 해 민주주의 서울을 운영한 과정을 정리하여 공개합니다.

1편 — 민주주의 서울의 설계도를 공개합니다

2편 — 시민의 일상에서 정책을 길어 올립니다

3편 — 왜 시민의 의견을 물을까요?

4편 — 시민의 손으로 공론장을 만듭니다

5편 — 민주주의 서울을 오픈소스로 공개합니다

🔗시민의 일상과 정책을 연결짓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삶을 바꾸기 위한 정책을 논의해 보자!”

민주주의 서울이 던지는 이 제안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친숙하게 느껴질까? 인터넷 기사와 뉴스를 제외하고는 정책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 시민들의 일상. 때문에 민주주의 서울의 제안이 시민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2017년 빠띠와 서울시는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 오픈과 동시에 시민들의 참여가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아무리 플랫폼이 활짝 열려 있어도 시민이 자신의 목소리로 정책을 제안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hoto by Stijn Swinnen on Unsplash

서울시와 빠띠는 그러한 시간과 노력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긴 시간 고민했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냈다. 바로 ‘시민 스스로가 일상과 정책을 연결짓는 경험’에 참여하는 것. 일상의 생각을 정책으로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정책 제안에 대한 시민들의 거리감은 보다 줄어들고 자발적 참여는 더 늘어날 것이다. 빠띠와 서울시는 그러한 경험의 기회를 민주주의 서울 워크숍 <서울 제안가들>, 찾아가는 시민제안, 서울시가 묻습니다를 통해 만들어 보고자 했다.

🤓민주주의 서울 워크숍 <서울 제안가들>

그 중에서도 민주주의 서울 시민제안 발굴 워크숍 <서울 제안가들> (이하 시민제안워크숍)은 각 주제에 따라 시민들이 직접 주제 테이블을 만들고, 더 많은 시민을 만나 생생한 일상의 제안을 발굴해 내는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은 시민제안워크숍의 ‘제안자’(워크숍에 참가하는 모든 시민)또는 ‘협력가’(워크숍 이전에 함께 토론 세부주제를 함께 설정하고 기획하는 시민)로 참여한다. 워크숍에서 시민들은 민주주의 서울에 올릴 제안을 대화와 토론을 통해 도출해 내고, 공유하고, 플랫폼에 기록한다. 이때 올라간 제안들에 이후 더 많은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하게 된다.

워크숍은 문제의 당사자 시민이나, 관련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시민,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시민들에게 보다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은 시민 등 관심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 플랫폼에 접근성이 낮은 시민도 민주주의 서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행사로 기획되었다.

📚차근차근, 시민제안워크숍이 만들어지는 과정

시민제안워크숍은 크게 세가지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1. 시민의 이야기로 듣는 #미니토크

먼저,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시민 제안자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편안하게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관련 주제분야에서 활동하거나 경험이 있는 시민의 이야기를 미니토크 시간에 공유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편에서는 일회용품 없는 카페 운영자, 플라스틱 봉투 없는 시장을 만드는 활동가 등의 이야기로 미니토크를 진행했다. 미니토크의 연사들은 되도록이면 시민의 일상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연사를 섭외한다. 각자의 경험, 고민, 제안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미니토크 연사들의 이야기 덕분에 워크숍에 모인 시민들은 주제에 대한 이해와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2. 대화테이블 with #협력가

뒤이어 시민들은 협력가의 진행에 따라 주제별로 나뉜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대화한다. 협력가는 워크숍 주제에 관심갖고 실천 또는 활동하는 시민으로 모집한다. 이들은 사전 워크숍을 통해 의제를 발굴하며 논의 방법을 함께 기획하고, 당일 시민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제안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시민들은 협력가와 함께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 서울에 올릴 시민제안을 구체화한다.

<서울 제안가들 :육아 편>을 준비하기 위해 모인 협력가들

협력가는 워크숍을 기획하고 대화테이블을 이끌뿐 아니라 서울시와 시민 사이에서 ‘시민의 입장과 관점’을 잊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기도 하다. 서울시 주도로 시민의 정책 제안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워크숍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서울시와 시민, 각자의 역할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또한 협력가들은 현장감 있는 구성과 진행으로 시민제안워크숍을 보다 풍성하고 의미있게 만들어 준다. <서울 제안가들 : 플라스틱 편>에서는 주제에 맞게 워크숍이 제로 플라스틱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경험에서 우러나온 팁들을 무한 제공해 주었고, 현장에서 플라스틱 대체품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서울 제안가들 : 육아 편>의 경우, 협력가들은 독박 육아자도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육 기관이 운영하는 2–4시로 워크숍 시간을 조정하고, 아이돌봄서비스를 운영하는 아이디어도 제안해 주었다.

<서울 제안가들 : 플라스틱 편> 협력가가 운영하는 팝업 스토어!

3.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

모든 시민제안워크숍은 제안자와 협력가가 워크숍에서 나온 제안들을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에 함께 기록하며 마무리 된다. 제안이 플랫폼에 기록된 이후부터는 다른 시민들이 공감과 댓글을 활용해 제안에 대한 각자의 공감과 의견을 나누게 된다. 많은 시민 워크숍이 시민들이 의견을 내고, 그 자리에서만 공유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과 달리 민주주의 서울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은 플랫폼에 제안을 올려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무엇보다도 서울시 각 부서의 답변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참여한 시민들은 더 큰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서울 제안가들 : 난임부부 편> 이후 플랫폼에 기록된 제안들

💪혼자가 아닌 여럿이 내는 힘있는 목소리

플라스틱, 육아, 난임부부를 주제로 모인 시민들은 워크숍을 계기로 동일한 고민을 가진 또다른 시민들의 존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육아와 난임부부를 주제로 한 워크숍에서는 당사자가 가진 주제에 관한 구체적인 고민과 관점들을 타인과 함께 공유하며, 지금껏 외부자 시각으로 만든 정책들의 빈틈을 메울 효과성 있는 제안들을 내놓았다.

시민제안워크숍을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제안들의 예시

“이런 워크숍이 이곳저곳에서 자주 생겨나면 우리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조금씩 변화하지 않을까?” — ‘육아 편 ’워크숍 참가자 소감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서로 만나 이야기 나누며**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확장시키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더 이상 개인의 소극적 노력이 아닌 시스템과 정책을 바꾸는 적극적이고 영향력있는 방법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시민제안워크숍에서 이러한 경험이 가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시민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동일한 주제 아래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가진 타인의 존재를 직접 확인함으로써 시민들은 개인의 일상에 가라 앉아 있었던, 그러나 생생하고 구체적인 제안들을 직접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시민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이야기를 끌어 올려 준 시민 협력가의 마중물 역할 또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 만으로도 든든하고 즐거웠어요” — ‘플라스틱 편’ 워크숍 참가자 소감

시민제안워크숍 대화 테이블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비판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는 대화를 나눌 것을 먼저 약속하고 진행되었다.

흔히 대화의 장을 열어두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자연스레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대화 할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현실은 대화가 일어나게 만들 여러 디테일이 필요하다. 시민제안워크숍에서 시민들의 대화가 이어지고 제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빠띠, 서울시, 그리고 협력가들은 주제를 세분화하고, 미니 토크를 만들고, 공간 분위기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디테일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물론 여전히 워크숍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대화가 매끄럽지 않고 어색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가 만들어 내는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대화의 장으로 찾아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전보다 가볍고 익숙해지는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의 경험이 익숙해지는 날에 우리의 민주주의도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민주주의 서울 : http://democracy.seoul.go.kr/

— 민주주의서울 2018 결산 리포트 시리즈는 빠띠와 최지은 님이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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