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되는 로컬, 진짜 로컬이 뭐야? - 2부

데모스X
발행일 2023.12.02. 조회수 142

 

지역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사람들_김윤영, 금가현, 최지영, 이정인

 
🔖 이전 편에서 연구자, 연천군 지역주민 당사자이자 마을 활동가 그리고 서울 지역활동가인 네 사람을 만나 이들이 고민했던 로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에 연천 임진강 댑싸리공원이 여행지로 유명했던 기억이 나요. 

김윤영 리빙랩의 원칙은 다 같이 모여서 얘기해보자는 거에요. 주민, 공공, 기억이 함께 참여해서 뭔가를 만들어 보는 게 핵심인데요. 이게 4개의 P가 모델인데, 피플(People), 파트너십(Partnership), 퍼플릭(Public), 프라이빗(Private)이에요. 유럽에서는 농촌리빙랩이 잘 형성되어 있는데, 연천에서 있었던 좋은 예시가 말씀하신 댑싸리 공원 같아요. 저희가 제안하는 리빙랩과 같은 형태의 결과물은, 돌아다녀 보면 주민자치회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댑싸리 공원 역시 공무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주민분들이 정말 노동 집약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어낸 공간이거든요. 
 
금가현 백화부터 연천까지해서 임진강 습지에 외래종이 많습니다. 돼지풀, 요즘은 가시박덩굴이라고 그런 외래풀이 있는데 그런 외래풀을 잡아야 하니까 돼지감자도 심고 이거저거 해도 잘 안 되니까, 그럼 우리 여기에 꽃을 심어서 공원으로 가꿔보자 한 것이 시작이었지요. 댑싸리 공원 아이디어를 낸 공무원이 사회적경제 그쪽에 있던 분이라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해보자 해서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주민들이 매달려서 자기 트랙터 가져가서 봉사하고 밭 갈아주고 했어요. 그런데 꽃은 모종이 너무 비싸고, 관리하기가 어려운데 댑싸리는 저렴하기도 하고 심으면 오래 가거든요. 그래서 온 주민이 다 매달려서 댑싸리를 심고 가꿔서 그렇게 공원으로 성공 시킨거죠. 연천에 좋은 곳이 참 많아요. 지금은 벌써 두루미가 왔어요. 우리 밭에 가면 지금도 한 100마리가 와 있어요. 아침에 주민들은 농사 지으려면 출입증이 있으니까 우리만 가서 두루미도 보고 그러는 거죠. 참 아름다워요. 댑싸리 공원 뿐 아니라 DMZ 쪽에 주민자치회가 운영하는 축제들이 많아요. 각 면마다 발달돼 있어요. 여름쪽에 오면 새벽부터 주민이랑 면사무소 직원들이 나가서 해바라기를 심어요. 그렇게 해바라기 축제도 하고 그래요. 

 
지역에 대한 고민을 이전부터 쭈욱 해오셨잖아요. 로컬의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거나 변질되는 것 같아요. 로컬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최지영 음, 저는 물리적인 거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마음먹고 애써서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 어린아이 언제든 손잡고 나갈 수 있는 그 거리의 사정권 안에 있는 지역이 마을이 아닐까. 이 마을에서 만난 관계들이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 그리고 자주 찾아가는 공간이 거점 공간이겠다 생각해요. 

김윤영 제가 관심있게 보는 개념 중에 로컬 크리에이터인데요. 그 동네만의 문화나 역사가 녹아있는 게 로컬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 이야기거리, 그런 문화적인 요소들이 배어 있는 공간을 로컬이라고 봐야지 않나 해요. 저는 일본의 사례를 공부를 많이 했는데, 일본에서는 그 동네 특산물을 가지고 무한의 콘텐츠를 만들거든요. 어느 지역을 가면 복숭아 맥주가 있고, 기차 타고 오면 모두 그 지역 특산품을 사와요. 한국에도 그런 게 발전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요즘은 지역마다 그런 상품을 많이 개발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자부심도 높아졌다는 이정인 님
 
 
이정인 제가 지역활동을 하면서 지영씨를 만나게 됐다고 했는데요. 제가 오래 성북구에 살았는데도, 우리 지역에 그런 공간들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냥 동네 친구들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시고 그러면서도 동네 문화 공간들, 역사적인 공간들을 전혀 몰랐어요.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를 지역 내에 만들어 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서 오래 머물면서 공부도 하고 곳곳을 다니다 보니 살던 곳을 더 이해하고 좋아하게 됐어요. 로컬이 무엇이다 정의는 내릴 수 없지만,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그 지역 안에 이런 작은 일자리가 청년들에게 제공되고 그걸 통해서 생산 활동을 하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금가현 지역이 내 자리, 내 생활 터전이죠. 원래 로컬 매장도 그거거든요. 자기 지역의 농산물을 자기 지역에서 하루 만에 소비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 내가 오늘 출근에서 생활 터전으로 돌아오면서 장도 보고, 매일 일을 하고 이용하는 거죠. 뭐 여행이나 문화적인 거는 멀리 가서 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농사꾼들은 우리 물건을 갖다 놓고 우리 지역 안에서 소비할 수 있으면 그게 로컬이에요. 

 
리빙랩의 성격상 그 지역에 대해 조사하면서 지역민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셨을 것 같아요. 

김윤영 문제점이라고 하면, 일단 '여기 물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면 다들 '너무 비싸'라고 하셨어요. 유통이 잘 안 되니까 단가들이 높게 들어오는 거죠. 그리고 노년층이 많으니까 병원도 가야 하는데 지역 안에 큰 병원이 없고, 대중교통도 열악하고요. 버스나 그런것도 타기가 어려워요. 

금가현 작년에 연천군 소원이 뭐였냐면, 국회 서명운동까지 했던게 도립병원 유치였어요. 지금도 산부인과도 없고 해요. 군인들이 와서 진료하는 것밖에 없어요. 공공기관 유치도 못했고 도립병원도 유치 못했지만, 지금도 계속 가장 필요한 건 병원이다 하죠. 

 
마지막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금가현 제가 DMZ 지역에 살아서 하는 말은 아니고, 여기가 정말 중요한 지역이거든요. 북한하고 국경 맞대고 있으니까 우리가 의식을 갖고 확실하게 지키고, 그 가운데에서 평화를 잘 이어나가야 해요. 일단은 분단 현실을 우리가 잘 알아야 하는데 이 지역에 아이들이 오면 확실히 알 수가 있어요.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데 연천 여행만큼 좋은 게 없어요. 지역민이 따라다니면서 곳곳에 남은 전쟁의 흔적을 설명할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거기 '우리가 이랬구나, 평화를 지키는 게 중요하구나' 알 수 밖에 없어요. 우리는 분명 전쟁 때문에 고통받았던 민족이고, 그 흔적이 DMZ에 남아 있어요. 여기 닐 암스트롱도 왔었고, 모택동의 아들(편집자주-마오안잉)도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가 죽었어요. 한국 전쟁의 역사를 다 알고 나면 우리 역사 속에서 참전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돼요.

 

⏶ 한국 역사와 자연 그리고 두루미…. 자랑으로 웃음꽃을 피운 인터뷰 현장
 
 
전 세계에 분단국가가 이제 없잖아요. 외국인들이 DMZ에 관광 오는 이유도 그런 희소성 때문이겠죠. 그래서 저는 외국인 뿐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도 다 한 번씩 와서 이곳에서 역사를 느끼고 갔으면 해요.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대해서는 더 말 할 것도 없고요. 제가 두루미 사진 찍은 거 보여드리고 싶네.(웃음) 어쨌든, 생태적으로 잘 지켜진 아름다운 환경, 역사가 살아 있는 공간을 사람들에게 잘 보여주고 싶은 꿈이 있어요. DMZ 연천이 가진 특성이 바로 그거라고 봐요. 근데 인터뷰가 이제 끝인 거죠? 내가 박물관도 하고 있고, 여행사도 하지만 주업은 목장을 하고 있어요. 새벽에도 소 밥을 주고 왔어요. 얼른 가야 해요. 할 일이 아주 많아요.(웃음)



📝 글 | 김송희
<빅이슈코리아> 편집장. 전 <씨네21>기자. <한겨레> <하이컷> <나일론> <대학내일>, 텐아시아, 카카오 등 온 · 오프라인의 미디어에 대중문화 글을 기고했다. 쓴 책으로 에세이집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이 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장,단편 심사. 그 외에 책과 영화 관련해 강연 및 연재 활동 중. 고양이 후추의 집사. (인스타그램 @cheesedals)

 
📷 사진 | 엠버 (데모스X1팀 크루)
꺼지지 않는 불씨로 주위를 따스하게 만들고 싶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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