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당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법

빠띠
발행일 2019.10.20. 조회수 63

일인당은? ‘1인가구 공동공간 만든당’의 줄임말로 관악구에 1인가구를 위한 커뮤니티 공동공간을 만들기 위한 원이슈 프로젝트 정당입니다.

우리는 정돈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종종 공감되는 새로운 활동을 발견하고, 일상 중 여분의 시간을 써서 그 활동에 함께 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시작한 활동을 하다 보면 처음엔 ‘하고 싶은 일’이 점점 ‘해야 하는 일’로 바뀌는 순간이 찾아 오곤 한다. 어쩌다 한 두번 활동을 미루게 되면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점점 부담감만 쌓이다 결국 ‘하기 싫은 일’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다들 이런 경험이 한 번씩은 있지 않을까? 좋은 마음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결국 하기 싫은 일이 되어 끝나버리는 비극.

일인당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섞인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다. ‘1인가구의 삶의 질과 권리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든다’는 나름대로의 큰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일인당은 위에서 말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일인당원들의 약속인 ‘일인당 핸드북’에 ‘‘모든 당원은 할 수 있는 만큼 활동하고 무리하지 않는당. 당원은 언제든 스스로 활동을 그만두고 떠날 수 있당” 라는 원칙을 추가했다. 이 원칙에 따라 당원들이 지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함께 활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말은 쉽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생각하면 뚜렷한 답이 없는 이 문제를 놓고 일인당은 최근에 한 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근황을 묻는 것이 이런 실험이 될 줄 그 땐 알지 못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저는 요즘 초-바빠요.”
“네? 초밥이요?”

어느 날 일인당 모임에서 서로의 근황을 묻던 중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생긴 재밌는 해프닝 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일인당은 활동에 참여하는 당원들이 매주 본인의 ‘바쁨 정도’를 공유하는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조직에서 많이들 하는 ‘스탠드업 미팅’의 방식을 빌려서, 한 주 마다 스탠드업 게시물을 만들고, 댓글로 각자 이번 주의 바쁨 정도와 그에 따라 할 수 있는 만큼의 일감을 적는 방식이다. 여기에 지난 해프닝에서 얻은 ‘초밥’을 활용해 그 주의 바쁨 정도를 ‘초밥 개수’로 표현하고 있다. 각자 할 수 있는 만큼의 크고 작은 다양한 수준의 기여가 모여, 매주 공동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 가고 있다.

일인당이 시작한 스탠드업 + 초밥(바쁨 정도) 공유 실험

실험을 시작한지 이제 1달 정도 되어간다. 짧은 관찰이지만, 실제로 일인당원들은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감을 가져가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중이다. 초밥을 많이 올리고 한 주 쉬고 오거나 (물론 가장 바쁜 사람은 댓글조차 남기지 못하지만) 초밥을 1~2개만 올리고 홍반장처럼 많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있다. 여담으로, 이번 주에 할 일을 같은 게시물에 올리다보니 일인당이 한 주 마다 어떻게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지 언제든 볼 수 있게 되었다. ‘투명하고 가감없이 당활동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유한당’ 이라는 일인당의 또 다른 원칙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미안함이나 부담감이 정말 많이 줄었다. 초-바쁜 사람도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일인당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일인당은 친목으로 연결된 느슨한 커뮤니티는 아니고, 그렇다고 정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도 아니다. 이 둘이 섞인 중간 어디쯤의 새로운 조직 혹은 커뮤니티이다. 일인당은 앞으로도 원칙과 실천법을 하나씩 만들고 다듬어가면서 지속가능하고 유연한 모임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 할 수 있는 만큼의 기여를 모아 공동의 목표를 이뤄내는 모임이고 싶다.

일인당이 지금 하고 있는 방식이 정답은 아니지만, 비슷한 고민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 다른 커뮤니티, 조직, 모임(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든) 들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 종종 빠띠의 크루로서 하고 있는 커뮤니티 실험들을 회고해보려고 한다. 앞으로도 빠띠에서 이런 실험들이 더 풍부해지고, 더 많이 공유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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