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행위로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가 초래되지는 않을지, 우리가 어떤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놓치게 되는 배경과 맥락이 없는지 말이죠.”
Martin Tisne의 자기 고백으로 시작한 키노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Martin Tisne는 Luminate의 데이터 및 디지털 정책 분야 책임자이자 Open Government Partnership의 공동 설립자입니다. 지난 15년간 기술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순수한 목적으로 시작한 것들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야기했던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시민 단체, 학계, 기업과 시민이 정부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자 하는 활동의 의도를 돌아보고, 앞으로 야기될 문제에 상상력을 발휘해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아래 키노트는 글의 흐름을 위해 재구성 되었습니다. 영상으로 정확한 내용을 살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간 우리는 기술과 소셜미디어로 전 세계가 연결되고 긍정적인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왔습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소셜미디어에서 허위 정보, 혐오 발언, 디지털 폭력과 같은 역기능에 대해 감각하거나 심각하게 우려하지 못했습니다.
기업에서 소셜미디어 상의 개인 정보를 활용해 타게팅 광고를 할 때, 이 방법이 온라인 정치 광고에 똑같이 적용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온라인 정치 광고는 우리의 정치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므로 해당 광고가 1)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지 2) 어디로부터 광고 자금이 왔고 3) 그 자금을 투자한 회사의 오너는 누구인지 파악하여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공공 혹은 민간 섹터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감사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우리가 종종 실수하는 것이 이슈를 흑백 논리로 바라본다는 겁니다. 🔵 캠페이너: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무조건 공개해야지!’ ❌ 기업: ‘상업적 기밀 유지를 위해서 절대 아무것도 공개할 수 없어!’ 그러나 양극화된 의견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합의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진솔한 대화로 서로에게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Martin Tisne의 키노트를 듣고 나니, 올해 PDF CEE의 화두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누구를 믿을것인지’느냐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시야가 트이는 듯했습니다.
European Solidarity Center에서 열린 PDF CEE. PDF CEE의 포용성을 볼 수 있는 한 조각, 청각 장애인을 위해 스피커들의 발표마다 폴란드어 수화가 통역이 진행되었다. 나도 ‘민주주의, 헌법, 존중'을 영어 수화로 배웠다. (왼쪽 사진 출처: Photo by Dawid Linkowski, CC BY-NC-SA 3.0)
“우리는 끝없이 불신을 우려합니다. (불신이 커져가는 이유로) 포퓰리즘과 가짜 뉴스, 와해된 커뮤니티를 탓하기도 합니다. 이건 오직 한쪽의 진실일 뿐이죠. (허위 뉴스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무언가가 진실임을 믿어야 하는 거잖아요.) 대상이 무엇이냐에 상관없이 진실은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우리의 질문은 무엇을, 누구를 믿느냐는 것이죠.” (출처: PDF CEE)
올해 PDF CEE의 주요 키워드는 시민 기술, 공공 기술, 공론장, 가짜 뉴스, 포퓰리즘이었습니다. 유럽의 시민참여 플랫폼과 디지털 폭력, 허위 정보 대응과 관련한 세션과 워크숍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소개된 솔루션 만큼 자주 들은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바로 ‘기술은 도구’ 일뿐이라는 것. 시민 기술, 정부 기술이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기술 구현은 물론 사회, 경제,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잠깐 제 이야기를 하면, 영국의 소도시로 이주하면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나무, 새, 다람쥐를 더 자주 봐요🐿️) 온라인 상에서 소통하는 일이 훨씬 많아졌어요. 그러니 하루는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너는 그냥 여기 있는 것 같다’고 농담할 만큼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시민 참여도 어디(온라인/오프라인)에서 이루어졌는지 구분하는 것이 모호해지지 않았을까요? 오히려 구분하고 어떤 쪽이 더 중요한지 갑론을박하는 것이 디지털 시민 참여와 오프라인에서의 구현 간 유기적인 흐름을 막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술은 어떻게 사람들을 잇고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을 만드는지 PDF CEE에서 만난 1) 시민참여 플랫폼 2) 허위 정보와 3) 디지털 폭력에 대응하는 솔루션을 소개해드릴게요.
‘Decidim’는 카탈루냐어로 ‘우리가 결정한다(We decide)’라는 뜻이다. (출처 : Decidim 홈페이지)
빠띠는 ‘민주주의 서울’ 기획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4월 1일 시민참여 오픈소스 플랫폼 ‘데모스X’를 런칭했는데요. 시민 참여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국내(외) 기관과 지자체를 위해 운영 가이드와 오픈 소스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어요. (참고: 민주주의 서울을 오픈소스로 공개합니다)
PDF CEE에서 ‘유럽판 데모스X’라고 할 수 있는 Decidim의 컨트리뷰터이자 co-design decidim 팀의 멤버 Pablo Aragon을 만났어요. 케이스 스터디로 접했던 그 Decidim?! 세상에, Decidim 멤버를 직접 만나게 되다니! 😆🤩 (TMI지만) Pablo와는 작년 대만 g0v Summit에서 처음 알았고, 폴란드에서 다시 만나니 반갑고 기쁜 마음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가 아니면 투명성이 보장되기 어렵습니다. 투명하지 않으면, 민주적이기 어렵습니다. 세상에 대단하고 훌륭한 플랫폼은 많아요. 그렇지만 여러분이 민주적인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면, 무료 오픈소스로 만들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마지막 날 페스티벌에서 Decidim을 소개하는 Pablo (Photo by Dawid Linkowski, CC BY-NC-SA 3.0)
(Pablo Aragon의 발표와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발표 내용을 영상 1:59:59부터 살펴보세요.)
Decidim은 전 세계 도시와 기관을 위한 무료 오픈소스 참여 민주주의 플랫폼(free open-source participatory democracy for cities and organizations)입니다. Decidim은 바르셀로나 시의회 주도 하에 만들어졌어요. 가장 먼저 Decidim Barcelona가 2016년 2월에 런칭했고, 이듬해인 2017년 2월에 오픈소스 플랫폼인 Decidim이 런칭했어요.
Decidim은 ‘기술이 시민(참여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지, 시민이 기술에 좌지우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합니다. 여러분이 집 인테리어를 짤 때 공간을 파악하고, 그 다음 어떤 가구를 넣을지 생각하는 것처럼 Decidim도 여러분의 요구에 따라 프로세스, 조직, 이니셔티브를 어떻게 가져갈건지 파악하고 그 다음 어떤 기능을 넣을지를 디자인합니다.
Deicidm 기능 소개 (출처 : Decidim 홈페이지)
Deicidm을 흔히 ‘레고’에 비유해서 소개하는데요. 레고를 조립하는 것처럼 프로젝트에 맞게 어떤 기능은 붙이고 어떤건 떼어내고, 어떤 단계와 카테고리를 가져갈 건지 각 프로젝트마다 정할 수 있어요. Decidim에는 참여 예산, 온라인 토론, 미팅, 설문 조사, 컨퍼런스, 블로그 등 다양한 기능이 있고 원하는 기능만 골라 여러분의 디지털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어요.
Decidim은 디지털 플랫폼이지만, 온라인 소통에만 한정 짓지 않고 오프라인 미팅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맵핑으로 어디에서 어떤 미팅이 이뤄지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또 참여 디자인(participatory design)이라고 해서, 정부가 어떻게 의사 결정 체계를 만드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외에, 카탈루냐 주,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와 헬싱키, 멕시코 시티와 같은 도시에서 쓰고 있어요. 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업, NGO, 협회에서도 활용하고 있어요. 현재까지 100여 곳 이상에서 쓰고 있어요. 최근에 이탈리아 지방 자치 단체에서 Decidim을 도입했어요. 그 외 활용처는 저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Decidim은 20여 명 정도 되고, 2–3명의 멤버가 영문 문서, 커뮤니케이션, 정보 전달 등을 맡고 있어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NGO, 기업, 대학 등의 조직도 포함하면 규모는 더 크다고 볼 수 있죠. (대표적인 협업체와 프로젝트를 확인해보세요.)
스페인어, 영어뿐만 아니라 다국어 버전의 소개서가 있어요. 아직 한국어 버전이 없는데, 번역에 동참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하하)
Decidim의 철학에 동의하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시민참여 플랫폼은 사회에 영향을 주는 기술이기 때문에 1. 협업에 열려있고, 2. 투명성과 추적이 가능해야 하고 3.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기에)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이 철저해야 한다고 믿고, 이를 주요 가치로 내세우고 있어요.
정부 관료에 의해 디자인된 다른 플랫폼과 달리, Decidim은 공무원, 개발자, 디자이너, 학자, 활동가로 구성된 Metadecidim community의 참여로 설계되었어요.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서 공공 섹터, 학계, 비/영리 섹터와 시민 간 협업이 잘 이뤄지고 있어요.
최근에 Metadecidum 커뮤니티가 비영리 협회로 설립되었어요. (자금 지원 및 관리 업무 포함하여) 프로젝트를 위한 보다 열려있고,협력적이고 민주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설계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에요.
Luminate: https://luminategroup.com/about
Open Government Partnership: https://www.opengovpartnership.org/
Decidim: https://decidim.org
Metadecidim community: https://meta.decidim.org/
PDF CEE: https://pdfcee.pl/en/
PDF Day 1: https://vimeo.com/328231013
PDF Day 2: https://vimeo.com/328466263
Festival of Civic Tech for Democracy: https://vimeo.com/328681183
사진(ePaństwo Foundation 플리커)
PDF Day 1: https://www.flickr.com/photos/epanstwo/albums/72157677650021407
PDF Day 2: https://www.flickr.com/photos/epanstwo/albums/72157708089975504
Festival of Civic Tech for Democracy: https://www.flickr.com/photos/epanstwo/albums/72157706465788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