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버터나이프크루 그 후, 우리가 나눠야할 성평등 이야기”

빠띠
발행일 2022-10-04 조회수 77

2022년 9월 23일 금요일 저녁 7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버터나이프크루 그 후, 우리가 나눠야할 성평등 이야기”를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열었습니다.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중단 이후 일상에서 느끼는 한국 사회의 성평등 위기에 대해 이야기 해보기 위함이었는데요. 출신 지역도, 소속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성평등’이라는 관심사로 모여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었어요. 이 공론장은 패널 네 분의 발제를 듣는 1부, 테이블 토의가 있는 2부로 구성되었습니다. 각 조에서 나온 토의를 다함께 들어보고, 못 다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온라인 공론장도 소개했답니다. 구성원만큼 의견도 다채로웠던 성평등 공론장, 어땠는지 후기를 들려드릴게요.

준비하자! 하고픈 이야기 사전공유

공론장이 시작되기 전부터,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캠페인즈’ 플랫폼에서는 성평등과 관련된 캠페인과 의견들이 복작복작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 중 “#여기에도_성평등”이라는 인증샷 해시태그 캠페인은, 일상 속 여전히 성평등이 필요한 곳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직장, 집안, 사회, 거리, 예술, 환경, 정치, 일상 그 모든 곳에서 성평등을 바라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답니다.

그밖에도 ‘토론’과 ‘투표’ 기능을 통해, 다양한 성평등 이슈에 대해 플랫폼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나 궁금한 점을 남겨주면, 그것을 본 성평등 공론장에서 함께 논의해보기로 했어요.

드디어 시작! 1부 패널 발제

마침내 9월 23일 성평등 공론장의 시작이 밝았습니다. 이번 공론장은 패널로 모신 네 분의 발제로 시작되었습니다. 성평등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참 많은 발제자 분들께서, 반짝이는 목소리로 나누어주신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뿌리탐사의 조혜원 님께서는 “대학과 성평등 : <캠퍼스 안과 밖에서 사라지는, 그러나 존재하는 목소리들>”을 주제로 발제해주셨어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대학 내 페미니스트의 목소리가 지워지는 양상에 대해 느낀 점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대학과 제도권 내에서 성평등을 이야기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 속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울타리가 부재하다고 느꼈지만, 존재하는 것 자체로 투쟁이 되는 환경 속 서로를 확인함으로써 많은 대학 페미니즘 단체들은 새로운 원동력을 찾았을 것이라고 전해주셨습니다.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는 잡초들과 같이 언제든 목소리 내고 응답해주는 관계로 살아남을 것이라는 문장으로 발제를 마무리하셨습니다.

프로젝트 밍글의 팡세 님께서는 “지역과 성평등 : <대구에서 페미니즘(볼드모트) 소환하기>”라는 주제로 발제해주셨어요. 대구에서 페미니즘 예술가로 활동하며, 수도권과의 문화적 격차와 한계를 실감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대구에서는 그저 TV에나 나올법한 하나의 사건처럼 그 일을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금방 휘발되었고, 비교적 열려있다는 예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들이 전혀 이야기되지 않았다고 해요. 팡세 님께서는 이 격차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 문화예술씬의 독립서점지기들을 인터뷰하며 페미니즘 담론과 기획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예술로 승화하는 작업을 해오셨다고 합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황연주 님은, “정치인 성평등 인식과 성평등 : <‘젠더갈등’과 ‘반페미니즘’에 기생하는 정치>”를 주제로 발표해주셨습니다. 버터나이프크루 정책 폐기 과정에 대해서 소개해주시며, 페미니즘과 성평등에 대한 왜곡과 몰이해가 원인이라는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성차별과 성폭력에 저항하는 목소리와 페미니즘을 낙인 찍는 정치는 ‘젠더갈등’과 ‘반페미니즘’에 의존한 정치가 문제적이라고 얘기해주셨습니다. '이대남'에게도 '이대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갈라치기 정치를 퇴출하기 위해, 그리고 실질적 성평등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같이 고민하자는 메세지를 남기며 발제를 마무리해주셨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 도구 님은, “여성가족부 폐지 대응 : <‘버터나이프크루’와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 ‘강화’되어야 한다>”를 주제로 발표해주셨습니다. 도구 님께서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기 위해서 더 명확하고 나은 이유를 제시하고자 패널로 와주셨다고 합니다. 이에 헌법과 유엔 협약을 근거로, 여성가족부의 ‘역사적 소명’인 성차별 해소·성평등 실현은 여전히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자 헌법적 가치임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또한 국가 성평등 정책을 전담할 ‘독립부처’가 필요하며,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 성평등 추진체계를 강화할 것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성평등 실현이라는 국가의 책무를 강화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역할이 활발히 논의되기를 기대한다는 말씀으로 마무리해주셨습니다.

2부 테이블 토의

토의는 각 발제의 주제에 맞게 ‘대학 내 성평등’, ‘지역과 성평등’, ‘정치인 성평등 인식과 성평등’, ‘여성가족부 폐지 대응’ 4조로 나뉘어 진행하였습니다.주제별로 모임 참가자 분들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지금 확인해볼까요?

- 대학 내 성평등

“여학생휴게실이 있었는데, 졸속으로 없어졌고 충분한 이유도 알 수 없었습니다. 이후에 학내 언론사가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폐지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조금 더 나왔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공동체의 책무이므로 학교도 나서야 합니다. 성폭력을 포함해서 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 차원의 해결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학교가 시큰둥하니 학생들도 그래도 되나보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티페미니스트와 싸우고 그들을 악마화하는 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합니다.”

- 지역과 성평등 조

“페미니즘에 대한 서울과 지역의 ‘감도’가 너무 다릅니다. 시골에 있는 친척 집에 갈 때, 남녀가 다른 테이블에서 밥을 먹는 것이 이질적이고 이젠 긴장이 됩니다.”

“진보적인 의제 관련해서, 서울 특유의 선민의식이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경상도 남자애’로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 자주 고민합니다.”

“지방에 페미니즘을 퍼트리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적인 이론의 틀을 제거하고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멋진 거야’라며 다가가면 좋을 듯합니다.”

- 정치인 성평등 인식과 성평등 조

“여당의 문제적 발언도 문제라고 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발언도 떠오릅니다. 민주당 내 성추행 사건 및 징계 과정에서 김두관 의원이 당내 성추행 사건 징계에 반발하며, ‘극렬 페미'가 당을 흔들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준석이 여경 무용론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여경이 시민을 지키는 역할이 있는데도 ‘우리는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경찰을 원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너무 많아서 다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역지사지’를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여성의 감각에 공감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 여성가족부 폐지 대응 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꼼꼼한 관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발언에 불과했기에 화가 났습니다. 책임 안지는 사람들의 정치라고 봅니다.”

“국가의 지원 안에 사람이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이 무책임합니다.”

“이미 있는 것을 고치는 것이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쉽다고 생각합니다. 부처 하나가 없어지면 그 이슈에 대해 대응할 수 없게 됩니다.”

“변화를 만드는 행동을 하다보면, 단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기 어려운데 이때 사람들이 소진될 수 있어서 걱정이 큽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를 나누려면…

패널 발제와 소모임 토의를 모두 마친 뒤, 각 발제와 토의 내용에 관하여 못 다 한 말을 함께 적어볼 수 있는 링크를 마련했어요. 심지어 공론장이 끝난 후에도, 아래 링크를 통해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후기글을 보는 여러분도 언제나 망설임 없이 생각을 나누어 주세요.


나가며 : 더 많은 성평등이 공론의 장으로!

우리는 ‘성평등’이라는 한 단어를 말하기도 조심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혹시나 자신의 견해가 불화를 일으킬까 노심초사하며 홀로 성평등을 가슴 속에 꼭 품고 있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모두가 이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어야 합니다. 미처 발설하기 어려운 ‘성평등’이 더 활발히 논의되고, 진전되도록, 다양한 대화의 장이 나타나야 해요. 그 길을 닦는 데에 이번 공론장이 기여했기를 마음 다해 소망합니다.

“버터나이프 크루 그 후, 우리가 나눠야할 성평등 이야기” 후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더 많은 공론의 장에 ‘성평등’이 놓이도록, 우리 뜨겁게 토의하기를 멈추지 말아요!

행사 개요

행사명 : “버터나이프 크루 그 후, 우리가 나눠야할 성평등 이야기”

일시 : 2022.9.23. (금) 19:00~21:00

장소 :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캠페인즈

주최주관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글 : 징징이 (공론장 활동가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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