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들썩떠들썩 : 후기] '강산은 변했는데, 학교는 어떤가요?' 1부

빠띠
발행일 2023.05.25. 조회수 62

'강산은 변했는데, 학교는 어떤가요?' 1부

*이번 들썩들썩떠들썩에 참여하신 분께서 소중한 소감을 보내주셨습니다.

중고등학생 때입니다. 정문에 어떤 선생님이 있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선생님이 누군지에 따라 귀 덮은 머리를 넘기느냐 덮느냐를 정했습니다. 잘못 걸리면 이름이 적혔고, 그 이름은 종례 시간에 담임 선생님에게 불렸습니다. “잘라라”. 선생님은 다음날 검사를 했고 저는 몇 번 걸렸고, 몇 번 잘랐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는 남학생들에게 옆머리가 귀를 덮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1mm도 덮은 거고, 1cm도 덮은 건데, 선생님마다 잡는 기준이 다른지 어떤 선생님은 봐줬고, 어떤 선생님은 봐주지 않았습니다. 정문에서 선생님을 확인한 이유입니다.

전날 걸렸음에도 자르지 않은 학생은 운동장을 토끼걸음으로 걸었습니다. 쪼그려 앉아, 귀를 잡고 운동장을 돌았습니다. 저는 멋 부리고 싶었고, 1mm도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이 그랬습니다. 교실 창문에서 보면 남녀 할 거 없이 운동장을 돌고 있었고, 친구가 돌면 웃으며 놀렸습니다.

학교에 다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경험입니다. 누군가는 추억이라 말합니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추억적인' 이야기도 강산이 변할 만큼 오래됐습니다. 강산이 변할 동안, 학교는 어떤가요? 변했나요? 지금 학생들에게 저 모습은 추억이 될까요? 학교는 여전할까요? 4월 22일(토) 학교 내 인권 현황을 들으러 삼각지에 갔습니다. 보고, 들은 걸 나눠봅니다.

발제1 : 학교에서 인권 찾기 - 학교에서 인권을 지키기는 왜 어려울까?

첫 발제자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백호영 채움 활동가였습니다. 현재 경남의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 사례, 학생인권조례가 있음에도 권리를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했습니다.

“학교 내, 인권 침해는 여전합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어도 말이죠.”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6개 지역에 제정됐습니다. 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가 그 지역입니다. 조례는 학생들에게 ‘휴식권, 개성권, 참여할 권리, 사생활의 자유, 차별받지 않을 권리, 의사 표현의 자유, 권리를 지킬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을 말합니다. 학교에서 학생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말해주는 근거입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비판받고 있습니다. 조례로 인한 교권의 하락, 조례의 동성애 조장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이런 비판들로 조례는 폐지의 벼랑에 있습니다. 한편, 폐지 찬성과 반대 의견이 상반됩니다. 어느 투표에서는 찬성률이 높고, 어느 투표에서는 반대률이 높다고 합니다. 이 결과에 대해 백호영 활동가는 말합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다고 해서 학생 인권 침해가 안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 인권이 높아져서 교권이 낮아진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교권을 떨어트리는 학생이 있다면, 그건 그 학생 잘못이지 학생인권조례 잘못이 아닙니다.”

백호영 활동가가 말하는 학생 인권 침해는 이랬습니다. 화장하고 온 여학생을 복도에 세워 강제로 화장을 지우게 하고, 마스크 색을 규제하고, 장신구 착용을 금했습니다. 화장, 마스크 색, 장신구 모두 학생인권조례의 개성권에 해당합니다.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조례의 현실을 담담히 말하며, 비판을 의식한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고) 예전보다 나아진 거 아니냐고 말한다면,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했고, 처벌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침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두렵습니다. 제가 한 말을 생활기록부에 어떻게 기재하실지”

조례가 효력이 없는 이유는 강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권고 사항을 강제할 순 없습니다. 권고의 효력 없음을 학생들도 알고 있고, 그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학생이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두려움’입니다.

“학교 안에서 이야기 안 하고 왜 밖에서 이야기하냐?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두렵습니다. 내가 말했을 때 생활기록부에 선생님이 어떻게 적을지 두렵고, 교장실에 불려 가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안에서 못 하는 걸, 밖에서라도 이야기하는 이유는 활동가 자신이 하는 말이 작은 촛불을 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학생들이 교육감이라도 직접 뽑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되면 조금이라도 학생 권 침해가 줄어들 것 같다는 바람을 힘을 줘 말했습니다.

백호영 활동가의 마무리 발언입니다.

“모두의 인권이 존중되려면 학생도 선생님을 존중하고, 선생님도 학생을 존중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서로 존중하면 학생 인권 침해도 교권 침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백호영 활동가는 학생 당사자로서 가지는 두려움을 얘기하며 그럼에도 필요한 ‘존중’에 대해서 나눠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편에 서 있는 선생님은 어떤 입장에 있을까요? 과연 다른 입장과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요? 현직 교사인 조영선 활동가의 발제와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 글 : 윤성민 / 들썩들썩떠들썩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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