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항해일지 1.0/인터뷰] 플랫폼 노동자들의 건강관리 체계를 만들다 (연세대 긱업스(GigUpHs) 팀)

빠띠
발행일 2021-09-08 조회수 103

이 글은 [민주주의 항해일지 1.0] 6화. 우리가 발견한 보물섬 ② 누구에게나 열린 실시간 공론장에 첨부된 인터뷰입니다. 인터뷰를 보시기 전 6화를 미리 읽어보시길 권장합니다.

  • 배달 서비스(배달의 민족, 쿠팡 등), 대리운전, 퀵 서비스, 가사관리... 코로나로 비대면, 배달 서비스를 더 많이 찾게 되면서 ‘플랫폼 노동’이 일상에 익숙하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플랫폼 노동의 어두운 면을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이동 노동자이기에 사고 위험이 크고, 불면증 등의 만성질환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일부 고객의 폭언에 노출되는 노동자는 우울증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연세대학교 ‘긱업스’(GigUpHs: Gig economy workers’ Universal Protection for Health and Safety, 이하 긱업스) 연구진입니다.

긱업스 팀과 빠띠는 지난 1월 '플랫폼 노동건강 아이디어톤(참여형 포럼)'을 열어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였던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특히 건강권을 양지로 끌어내 ‘진짜’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이디어톤’ 후기 더 자세히 보러 가기] 아이디어톤이 끝난 이후로 오랜만에 긱업스 팀의 윤진하(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보건전공 교수) 님과 조아라(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보건전공 석사과정)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지난 1월 진행된 아이디어톤 행사 현장(이 행사는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진행되었습니다.)

빠띠(이하 빠) : 진하 님, 안녕하세요? 올 초 아이디어톤 이후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 만나자고 했는데, 이렇게 가을의 문턱에 뵙게 되네요. 직접 만나지 못하고 랜선으로 보니 아쉽지만, 오랜만에 뵈어서 반갑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하고, 이 인터뷰를 읽어보실 독자분들에게 진하 님, 아라 님을 소개해주세요.

윤진하(이하 윤) :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저는 직업병을 연구하는 직업환경의사 윤진하 입니다. 편하게 ‘진하’라고 불러주세요.

조아라(이하 조)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보건전공 석사과정으로 진하 님 연구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 네, 그럼 편하게 진하 님, 아라 님이라고 부를게요. 빠띠와 어떤 계기로 협업하게 되셨나요?

: 플랫폼 노동자 건강관리 체계를 세우는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우선 코로나19로 온라인, 오프라인 병행하여 행사를 진행해야 했고, 플랫폼을 활용해 온라인에서도 매끄럽게 소통하는 조건을 잘 충족할 수 있는 협업 단체를 찾고 있었어요. 빠띠에서 워낙 다양한 디지털 툴을 만들어 운영하시고, 여러 사람과 평등한 구조에서 협력하는 구조를 잘 짠다는 지인의 추천이 있었어요. 그래서 빠띠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죠.

: 저희는 플랫폼 노동자, 전문가, 시민을 아울러서 풍성하게 아이디어를 들으려면 평등한 구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할 때, 직급이나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하면 개개인의 생각을 들을 수 없겠더라고요. 소통과 협력 방식에서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빠띠와 협업을 기대했어요.

연세대 긱업스 팀 윤진하 님

빠띠 툴 써보니 이런 게 좋더라

: 진하 님이 디지털 도구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주셨는데요. 이번 아이디어톤에서 새롭게 써 본 툴이 많으셨는데도 다들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더라고요. 빠띠 카누빠띠 타운홀 써보니 어떠셨나요?

: ‘빠띠 카누’라는 툴 덕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여러 의견이 한 데 모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제가 남긴 자료와 의견을 보고 다른 누군가가 코멘트를 남기면, 나중에 제가 그 코멘트를 읽으며 제 생각을 다시 정리하게 되고요. 여러 사람의 의견을 한층한층 쌓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메신저와 메일을 쓸 때는 구분해서 보내야 했는데, 플랫폼에서는 한 번만 올리면 되잖아요. 굉장히 효율적이었어요.

아이디어톤에서 활용한 빠띠 카누

: 플랫폼 노동 관련해 누구나 가입만 하면 볼 수 있게 제공해주신 자료도 탄탄하더라고요. 빠띠 카누를 아카이빙용으로 알차게 쓰신 것을 볼 수 있었어요.

: 아이디어톤에서 제안 선호도 투표할 때 썼던 빠띠 타운홀은 올해 신입생 환영회에서 한 번 더 썼어요. 총 참여자 50명을 5명 씩 한 팀으로 묶어서 그 안에서 자기 소개도 하고요. 다들 처음이라 어색하거나 사람이 많아서 이야기 못할 수 있는데, 타운홀 덕에 모두가 편하게 이야기 하고 건의사항도 남길 수 있게 됐죠. 타운홀도 써보니 다들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빠띠 타운홀

모두가 평등한 소통의 경험

: 앞으로도 저희 툴 많은 이용 부탁드려요.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시고요. 아이디어톤을 했던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 빠띠와 협업하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무엇이었고, 왜 인상 깊으셨나요?

: 협업하는 동안 윤진하 ‘교수님’을 ‘진하' 님이라고 닉네임으로 부르는게 인상 깊었어요. 사실 ‘교수님', ‘부장님' 이렇게 직함으로 누군가를 부르게 되면 개진하고 싶은 의견이 있더라도 멈칫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모두가 평등하게 OO 님이라고 부르게 되니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었어요.

: 저도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는 게 인상 깊었어요. 아이디어톤이 끝나고도 저를 ‘진하 님'이라고 부르는 채팅창이 늘어났어요. (하하) 덕분에 다른 분들과 더 원활하고 평등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더해서 아이디어톤 스케줄이 빠듯하게 진행됐는데, 참여자 모두가 자기 주제를 정리하고 결론 도출까지 해낸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 빠띠가 새로운 협업 방식으로 일한다고 느낀 게 ‘칠판'이었거든요. 공동 협업문서 ‘구글문서’를 칠판이라고 부르면서, 그곳에 누구나 의견을 남기게 하고 회의록도 함께 정리하더라고요. 신선했지요. 보통은 날짜별로 회의록을 따로 보관하게 되니 지난 기록을 살피기가 쉽지 않은데, ‘칠판’에서는 모두가 알아야 할 정보, 참고자료 링크, 수정 가능한 회의록이 한꺼번에 있으니까 검색도 편했고요.

플랫폼 노동자의 공동체를 꿈꾸다

: 소통 방식의 변화를 같이 만들어간 것 같아 뿌듯하네요. 빠띠와 협업하고 나서 소회가 궁금해요.

: 우선 아이디어톤을 준비했던 내부 연구팀에서도 행사를 무척 잘 치렀다고 평가했어요. 참여자로 와주셨던 분들도 ‘새롭다’, ‘좋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어요. 더군다나 아이디어톤에서 결론 도출도 잘 되어서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은 행사였습니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나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 플랫폼 노동자들의 커뮤니티를 계획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 플랫폼 노동자끼리 모일 수 있는 자리도 종종 마련하고요. 서로에게 친구나 동료가 되면, 같이 운동을 하거나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수도 있고, 서로 알고 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면에서도 유익할 것 같아요. 이동 노동자이다 보니 혼자 노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커뮤니티가 생기면 찾아갈 곳이 생기니까요. 앞으로 플랫폼 노동자들끼리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조직해 보고 싶어요.

: 꼭 그런 날이 머지않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으며 빠띠와 협업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 빠띠와 협업하기 전에 빠띠의 플랫폼을 가볍게 써보면 어떨까요? 플랫폼 쓰면 소통의 효율이 확 달라져요. 협력 주요 멤버가 될 사람들이 먼저 써보고 익숙해진 후에 두루 협력하게 될 사람들에게 활용법을 알려주고 그들이 플랫폼과 친해지는 시간을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 빠띠와 함께하면서 어떤 ‘일을 같이 했다'기 보다 '재밌게 행사를 같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러면서도 서로 같은 이해도와 배경을 가지고 협력할 수 있도록 초기에 가이드 라인을 잘 만들면 굉장히 재밌게 협업하실 수 있어요.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실시간공론장 팀(d.sync@parti.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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