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툴킷] 커뮤니티에서 협력적으로 의사결정하기

빠띠
발행일 2020-03-24 조회수 68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을까요?

공동의 목적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협력하는 커뮤니티는 종종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해 곤란함을 겪습니다. 그런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들립니다.

  • "토론이 너무 길어져서 피곤해"
  • "누군가가 결정권을 가지는 게 불편해"
  • "아무 의견도 내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등이 심해지면 커뮤니티가 아예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협력을 위한 커뮤니티'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까요?

이 글에서는 빠띠의 사례로 협력적 의사결정 방법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빠띠라는 커뮤니티를 간단히 소개드릴게요.

빠띠는 민주주의 플랫폼과 툴킷, 커뮤니티를 공공재로 만든다는 공동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입니다. 빠띠는 국내외 지역에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법률가, 오거나이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구성원의 면면은 점점 다양해지고, 규모 또한 커져가고 있습니다. 빠띠 커뮤니티의 의사결정 권한은 팀과 활동가들에게 분산되어 있고, 실험과 협업에 가치를 두고 기민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빠띠 커뮤니티는 어떻게 협력적이고 포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을까요?

Photo by Volodymyr Hryshchenko on Unsplash

1. 원칙과 핸드북을 만듭니다.

빠띠는 커뮤니티에서 '의사결정 핸드북'을 만들고 활용합니다. 이 핸드북은 빠띠 커뮤니티의 기본 원칙에 기반해서 작성되었습니다. 커뮤니티의 가치와 문화가 의사결정 원칙에도 반영된 것이지요.

핸드북은 전반을 아우르는 기본 원칙과 가치, 의사결정 방식, 참고 사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 원칙과 가치는 빠띠에서 의사결정을 드라이브하거나 참여할 때 도움을 주는 나침반입니다. 빠띠에서는 구체적인 의사결정 방법론을 잘 아는 것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의사결정을 내리는가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기본 원칙과 가치를 풍부하게 적었습니다.

또한 기본원칙과 가치는 실용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복잡한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의 지침이 되는 원칙만 따르면 되기 때문이지요.

2020년 3월 현재, 핸드북에 적힌 원칙과 스타일은 이렇습니다. 이 원칙에 따라 모든 구성원들은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참여합니다.

빠띠 의사결정 핸드북

💡기본 원칙

  1. 정보는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충분히 토론할 창구와 시간을 확보합니다.
  2. 회의나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 침묵은, 참여한 사람들에게 위임하고 결정에 동의한 것으로 여깁니다.
  3. 기본적으로는 분권적으로 각 팀에게 결정을 위임합니다. 그러나 모든 구성원은 특정 팀이나 위원회의 의사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더 큰 의사결정단위, 더 동의가 많이 필요한 결정 방식으로 확대할 것을 요청할 수가 있습니다. 
  4. 의사결정 전에 방식을 분명히 합의합니다. 의사결정 방식은 관습을 따르거나 대체로 합의제 방식으로 결정합니다.
  5. 또한 결정 후 진행 중에도, 같은 프로세스를 거쳐 결정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가능한 빠르게 결정해서 실험하고 더 적합한 결정을 지속적으로 찾아가는게 바람직합니다.

✌️가치

  • 투명함. 정보는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충분히 토론할 창구와 시간을 확보합니다. 모든 결정 과정은 투명하게 진행합니다. 가능하면 과정의 초기부터 공개적으로 진행합니다. 의사결정이 어려운 문제더라도 공개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이 과정을 도와줄 것입니다. 모든 의사결정과정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 유연함. 결정은 새로운 정보, 바뀐 상황에 의해 언제든지 다시 결정할 수 있습니다.
  • 신뢰. 우리는 기본적으로 동료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동료의 결정을 존중하는 태도로 결정에 대해 질문할 수 있습니다. 
  • 위임. 회의나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 침묵은, 참여한 사람들에게 위임하고 결정에 동의한 것으로 여깁니다. 또한 허락보다는 이해를 구합니다. 이의 제기가 없다면 실행해도 좋다는 뜻입니다.
  • 단순하게.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결정합니다. 의사결정 과정을 어렵게 설계할 필요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캐주얼한 것이 좋습니다.
  • 집단지성과 협력. 함께 결정할 때 더 좋은 결정을 한다고 믿습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노력합니다.
  • 기여. 새로운 문제, 아이디어에 대해 모든 크루가 주도적으로 발언하고 기여할 책임이 있습니다. 
  • 작게. 한번의 큰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작은 실험을 통해 결정해나갑니다. 시도하기 충분히 안전한 실험으로 만듭니다. 
  • 분권. ‘최종 의사결정자'는 없습니다. 의사결정 권한은 일을 모든 개인과 팀에게 분산되어 있습니다. 
  • 조언과 도움. 결정 하기 전에 영향을 받을 사람, 경험과 지식을 지닌 사람들에게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고려합니다. 단, 결정은 자신이 합니다. 정보를 고려하여 결정하고 결정사항을 공유합니다. 방법은 다양하게 가능합니다. 처음의 가설을 바꿀 수 있을만큼 열려있어야 합니다. 큰 의사결정은 더 넓은 범위의 조언을 필요로 합니다.
  • 숙의. 필요하면 여러 방법과 단계에 걸쳐 과정을 진행합니다. 제안에 대해 논쟁이 이어진다면 제안을 수정해서 다시 올립니다. 그럼에도 아직 의사결정 내리기에 성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 제안을 다듬기 위해 대화나 워크숍을 여는 게 좋습니다. 결정할만큼 정보나 논의가 충분하지 않거나, 급하지 않으면 ‘묵히기’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이슈는 자연스럽게 다시 떠오를거에요.
  • 신중한 거부. 공동의 목표에 해가 되는 결정에 대해 신중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취향이나 선호가 아닌 목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결정에 숨은 위험을 말하고, 가능하면 대안도 이야기 합니다.

여러분의 커뮤니티는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그 가치를 의사결정 원칙에 적용해서 핸드북으로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2. 다양한 방법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적용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에 항상 적용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같은 방법은 없습니다. 맥락에 맞는 방법을 잘 고르는 게 중요하지요. 그래서 다양한 접근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커뮤니티 원칙에 맞는 몇 가지 방법을 잘 이해하고, 자주 사용해보는 게 좋습니다.

빠띠는 기본적으로 개인 또는 팀이 권한을 위임받아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합니다. 하지만 더 넓은 범위에서 대화가 필요한 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 회비를 변경하거나, 오프라인 공간을 옮긴다면 전체 구성원과 논의가 되어야겠지요. 이럴 땐 다음 3가지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 동의 (consent) - 공유 후 반대가 없다면 결정 🙅‍X
    • 어떤 의사결정에 대해 중요한 반대가 없을 경우 결정사항이 정해진 것으로 간주합니다. 동의는 사람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포용하면서도 속도 있는 결정을 내려야할 때 효과적입니다. 단, 동의를 통해 의결된 내용은 이의가 생길 경우 언제든지 다시 논의가 될 수 있습니다.
  • 조언 (advice) -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 👂
    • 의사결정자는 이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과 지식,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 조언, 의견을 듣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고려하여 결정을 내립니다. 의견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정은 조언을 들은 의사결정자가 내립니다.
  • 총의 (consensus) - 모두가 동의하는 결정 🙆🏻‍♀️
    • 총의는 지속적인 합의와 숙의를 통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때까지 의사결정 과정을 지속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욕구와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방법으로, 결과적으로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합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며 충분한 논의 시간과 합의에 필요한 신뢰, 토론이 필요한 방법입니다.

이 방법 외에도 좀 더 명시적으로 '투표'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투표를 의사결정 토론의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인데요. 빠띠에서는 아래 5가지 규칙으로 정리해서, 토론과 투표 전에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것인지 미리 이야기 합니다.

⚖️5가지 의사결정 규칙
위임의 범위를 기준으로 분류한 의사결정 규칙입니다. 의사결정 권한을 구성원이 더 많이 가져갈 경우 위쪽, 구성원이 아닌 다른 이에게 위임한 것일수록 아래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1. 만장일치 - 모두가 명시적으로 찬성할 때까지 토론. 예를 들어 빠띠에서는 새로운 크루의 합류 확정을 만장일치로 결정합니다.
  2. 총의 - 반대하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 토론. 결정사안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야 합니다. 소수 의견을 가진 구성원까지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사안일 때 쓰입니다.
  3. 다수결 - 찬성하는 사람이 특정 수에 도달할 때까지 토론.
  4. 특정 동료에게 위임 - 누군가에게 위임할 수 있음. ( 투표 전에 )
  5. 전문가(특정팀)에게 위임 - 전문가(특정팀)를 특정해서 그들이 결정하게 함.

3. 적절한 도구(채널)를 사용합니다.

방법과 마찬가지로 커뮤니티에서 통용되는 의사결정 도구(채널)이 무엇인지 합의하고 활용합니다. 커뮤니티의 의사결정 채널은 그 커뮤니티가 내린 수많은 결정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일종의 기록관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정보가 기록되지 않거나 흩어져 있다면 너무 아쉽겠지요.

빠띠는 기본적으로 빠띠 그룹스 를 사용합니다. 빠띠 그룹스는 빠띠의 문화와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빠띠는 이 플랫폼을 커뮤니티 협업 전반에 활용합니다. 그래서 모든 일은 빠띠 그룹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빠띠 그룹스에서 논의하고, 결정사항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메신저나 회의와 달리 글을 써서 소통하는 빠띠그룹스는 천천히 각자 생각하고 의견을 쓸 시간을 줍니다. 또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보다 쉽게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모든 내용은 꾸준히 아카이빙이 되기 때문에 빠띠는 중요한 논의나 업무 기록을 의도적으로 그룹스에 남겨두고 있답니다. 그룹스에 남겨둔 기록은 지금 일하고 있는 구성원뿐만 아니라 미래에 합류할 구성원에게도 좋은 정보 저장소가 되고, 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구성원이 있더라도 중요 논의를 빠르게 훑어볼 수 있게 해요.

그 중에서도 찬반/설문 투표, 위키 문서 기능을 제안-토론-결과의 과정을 적절히 진행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플랫폼, 빠띠 그룹스

  • 🗳 투표 - 이슈, 제안, 토론, 투표, 결과 빠띠에서는 논의하고 싶은 투표거리가 생기면 투표게시글을 올려 모두에게 알립니다. 투표 게시글 안에서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의사를 나타내며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안건의 성격에 따라 설문형, 찬반형(중립 포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올릴 수 있으며 투표가 어느정도 진행되면 투표결과 기능을 활용해 모두에게 결과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단, 투표는 결정을 내리는 데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피드백을 받거나, 아이디어를 구할 때에도 많이 쓰입니다. 'A안과 B안 중에 어떤 게 괜찮은가요?' 같은 질문을 올리고 다양한 피드백을 투표, 댓글 등으로 받는거죠. 또 회의와 결합해서 쓰기도 합니다. 오프라인 회의나 워크숍의 전(아젠다 수집)과 후(결과 기록)에 활용하면 효과적입니다.

의견을 모으고 함께 결정하는 '투표'

  • 📝 위키 - 제안과 배경, 정보, 진행상황, 실행 결과 모으기 빠띠에서는 새로운 제안을 할 때 위키 문서로 제안서를 올리기도 합니다. 제안 배경, 제안 내용 등의 간단한 템플릿이 있어 이를 활용해 올리는 거죠. 특이한 점은 제안서를 한 사람이 완성하는 게 아니라, 공감하는 다른 동료들이 함께 작성한다는 것입니다. 제안를 둘러싼 환경과 정보를 업데이트하거나 심지어 제안 내용을 함께 업데이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작성된 제안은 경중에 따라 그대로 실험으로 진행되거나, 전체 워크숍에서 안건으로 다뤄집니다.

함께 만드는 제안 문서 '위키'

4.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환경을 만듭니다.

빠띠의 의사결정 방법을 소개했습니다만, 이건 '지금 시점'에서 찍은 스냅사진 정도일 것 같습니다. 빠띠의 방법은 커뮤니티와 프로젝트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빠띠는 핸드북을 누구나 수정 가능한 위키로 만들어서 새로운 제안과 토론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협력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커뮤니티가 대화를 통해 더 나은 결정에 도달 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합의된 규칙과 문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포용적인 공간, 다음 사람을 위한 성실한 기록 등을 통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하는 커뮤니티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결정 하시나요?

여러분의 커뮤니티는 어떤 의사결정 원칙, 도구, 방법을 갖고 있나요?

빠띠의 경험을 녹여낸 협력적 의사결정 툴킷을 공유합니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고민하는 커뮤니티, 그룹,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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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의사결정 툴킷

글: 그룹스팀 org@parti.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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