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띠가 보는 장애인 이동권] 02.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시민협력 사례

빠띠
발행일 2023-02-17 조회수 66

빠띠는 우리의 삶터가 '개인이 안전과 행복을 누리는 공동체'가 되길 바랍니다. '서로 협력하고 기꺼이 기여하는 공동체'이자, '모두가 주인인 공동체'가 되길 바랍니다. 빠띠는, 시민이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여러 차원의 장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이에 매월 우리 삶과 긴밀한 주제를 정해서, 이를 빠띠 활동에 녹여내는 실험을 시작합니다. 관련해서 공론장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학습과 연구도 하여 콘텐츠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콘텐츠를 많은 시민분께 전해드리려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첫 주제는 '장애인 이동권'입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빠띠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서로를 헐뜯고 에너지를 빼앗는 비생산적 논쟁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공감과 연대의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관련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장애인이동권 이슈, 당신은 무엇을 검색했나요?

장애인 이동권. 이제 이 말을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큰 이슈로 이야기 되었고, 문제와 갈등은 해결될 기미 없이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그 많은 이슈가 향한 곳은 ‘장애인 이동권'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승하차 시위 방식’입니다. 장애인 이동권. 말은 들어봤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승하차 시위 방식의 옳고 그름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장애인 이동권 자체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미비합니다.

지난 1월, 장애인권리예산 입법투쟁을 지지하는 3,363명의 시민들의 모금으로 게재된 신문광고의 문구는 이렇습니다. “함께 자유롭게 이동합시다. 함께 교육받고 일하며 동료 시민으로 만납시다. 함께 지역사회 이웃으로 살아갑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동료시민, 이웃이라는 사고의 확장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장애인권리예산 입법투쟁을 지지하는 3,363명의 시민들의 모금으로 게재된 신문광고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과 높이 차이, 엘리베이터 및 다목적 화장실의 미비, 저상버스 부족 등 문제는 장애인뿐 아니라 임산부, 어린이, 노약자, 유아를 동반한 부모 등 다양한 교통약자가 함께 겪는 문제입니다. 결국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사회는 모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장애인 이동권. 무엇이 왜 문제인지, 어떤 방향으로 해결하고 어떤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지. 들끓는 이슈가 아니라 협력을 검색하면 좋겠습니다. 나의 자리에서, 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인지 작은 시도와 변화들로 우리의 신뢰와 공감대는 더 확장될 수 있을 겁니다. 장애인 이동권을 비롯한 기본권에 변화를 시도한 시민들의 협력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합니다.

협력적 프로젝트와 공동행동으로 목소리를 낸 시민들

대구공익데이터실험실은 대구의 여러 도시문제들을 문제의 당사자인 시민들과 함께 공익데이터 활동으로 해결한 사업입니다. 그 중 한 프로젝트인 ‘옐로우로드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 시민이 직접 문제 의식을 갖고 해결을 위해 힘을 모은 사례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시민들은 우선 대구의 시각장애인 보행 현황을 파악했는데, 독립보행 중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점자블록 위 장애물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이동편의시설 지도를 만들어 시민참여로 시각장애인 보행환경을 개선 했습니다. 시민들이 길을 가다 점자블록 위 장애물이나 파손 흔적을 발견하면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마이맵’에 직접 체크하여 알리고, 이후 개선이 된다면 자유롭게 수정하며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는 점자블록을 시민협력으로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옐로우로드 프로젝트의 이동편의시설지도 제작 과정

시각장애인 보행권 보장을 위해 시민이 직접 나선 사례도 있습니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의 ‘무중력’ 팀은 잘 못 설치된 점자블록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잘못된 점자블록을 신고하고, 참가자들을 모아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찾기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SNS에 웹툰을 게시해 시각장애인 보행권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활동도 이어갔습니다. 직접 문제를 찾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모으고 시각화 하거나 참여활동을 진행하는 등 동료 시민들의 참여와 행동을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협력 사례입니다.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장애물을 허무는 시도도 있습니다. ‘배리어 프리 영화’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영화 속 대사, 음악 등의 소리 정보를 한글 자막으로 만들어 영화의 이해를 돕습니다. 대웅제약 직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행된 것으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배리어프리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개인 시간을 활용해 통해 자발적으로 자막 제작을 진행하고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서로에 대한 질문과 피드백을 나누며 자막을 완성했습니다. 활동을 하는 동안 대사와 배경 음악, 효과음 등을 문자를 표현하면서 듣는 상대방을 생각하게 되고, 나의 소통 방식이 상대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콘텐츠를 제작하고 감수하는 단체인 ‘셰어마인드’는 장애인과 협력하여 장애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또한 ‘웰컴 가게 프로젝트’를 통해 한 카페에는 점자 매뉴판을, 다른 교육센터에는 휠체어 경사로를 만드는 등 장애인을 환영하는 가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배리어프리 감수 수업 후 스터디그룹처럼 결성한 것이 셰어마인드의 시작이었다고 하는데요. 운영자 김예지 활동가는 배리어프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참’이라고 얘기합니다. 배리어 프리를 타인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죠.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협력으로 '공감'의 범주 넓히기

이동의 불편함과 기본권을 말하는 실천들은 캠퍼스 안에서도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센터 학생들이 직접 리서치해 제작한 그린 배리어프리 지도는 장애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학교에는 이들을 위한 시설 및 제도 등 인프라가 완비되어 있지 않아 이동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결하고자 교수님과 학생들이 참여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캠퍼스 내의 다양한 배프지도 활동들이 이어지면서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와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은 ‘배리어프리한 대학 사회를 위한 가이드라인/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배리어프리한 지침과 매뉴얼을 다뤘습니다. 장애인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내는 데서 나아가 기존 행사 가이드라인의 문제점을 짚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이드를 배포함으로써 배리어프리한 환경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휠체어를 돌려 나갈 공간이 없는 무인발급기. 함께하는일상은 시민들의 관찰 데이터를 바탕으로 교통약자의 평등한 이동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단위의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는 경험은 사회적 공감의 범주를 계속 넓혀갈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함께하는일상은 제보 캠페인을 통해 교통약자들이 가기 좋은 장소를 추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교통약자들에게 필요한 정보 및 데이터를 모으는 데 함께 할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무인발급기의 경우 경사로는 있지만, 휠체어를 돌려 나갈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단순히 제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담당 공무원에게 직접 민원을 넣는 애프터액션이 필요해 보인다"는 등의 교통약자의 시선에서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공감대를 바탕으로 인식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을 확인하며 캠페인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무의는 서울시 내 지하철역 중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자의 환승이 어려운 환승경로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이를 매핑해 콘텐츠로 만드는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50-60대 시니어 리서처와 청년 디자이너, PD, 사회공헌재단과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이 참여하기도 했죠. 교통약자의 불편함과 시민의 갈등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지하철역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저마다의 공감과 기여를 통해 함께 만든 의미 있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협력을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

장애인 이동권, 기본권 보장을 위한 시민 협력 사례를 마무리하며 정릉도서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함께 읽으면 좋은책 - 지금, 장애를 이야기 한다는 것’ 이라는 게시물이 떠올랐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와 관련하여 시민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 해당 이슈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고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자료를 모았습니다.”라고 소개하며 13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정확하게는 장애에 대해 한 권, 한 권 찾아보고 게시물을 쓴 사람의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시도할 수 있는, 작지만 관심으로 한발 다가서는 행동. 협력의 마음은 그렇게 모이는 것 아닐까요?

글 : 빵장 / 워킹그룹 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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