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리모트 근무, 오키나와 역사를 느끼고 싶다면, 가봐야 할 곳!

빠띠
발행일 2019.10.20. 조회수 73

2016년 5월 오키나와에 lulu와 berry가 리모트로 다녀온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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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태평양 전쟁에서 20만명의 원주민들의 죽음을 겪어냈다. 그 역사의 기록을 살펴보기 위해 가기로 정한 곳은 ‘평화기념공원’과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이다. 두 곳 모두 오키나와의 남부에 위치해있으며, 두 곳의 위치는 차로 10분 정도로 매우 가깝다. 덕분에 편리하게 두 곳을 함께 볼 수 있었다.

두 곳에 방문하려고 한다면, 오키나와 전쟁에 대해서 사전지식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에는 미리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먼저 다녀온 사람의 에세이 비슷한 것을 읽었다. 덕분에 전쟁의 참혹함, 오키나와인들의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 그들이 가진 슬픔, 한국 역사와의 유사함에서 오는 동질감 등을 느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키나와에 오기 전에, “오키나와 역사를 알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하지?”라는 마음으로 인터넷 검색을 했었는데, 이 두 곳에 대한 정보를 함께 알려주는 글이 없어서 아쉬웠다. (물론, 내 검색력이 부족한 탓일 거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아쉬움을 가질 누군가에게 이 글이 가닿아서 조금이나마 갈증을 해소해주면 좋겠다.

평화기념공원

평화기념공원은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이름에 걸맞게 아주 넓은 부지의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굉장한 해안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앞에 서 있으려니 자연의 거대함과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 수 없는 정도였다.

첫번째 볼거리는 오키나와전에서 전사한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 각명비들을 전시해놓은 ‘평화의 초석’이다. 이 곳에서는 오키나와현의 거주민들, 현외 일본인들, 외국(미국, 영국, 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한민국)의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는 각명비를 찾아보고 추모할 수 있다.

두번째 볼거리는 오키나와 평화기념당이라는 곳이다. 오키나와 출신의 유명한 예술가 야마다 신잔 화백(1885~1977)이 모든 전사자의 추도와 세계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생애를 바쳐 제작한 ‘오키나와 평화기념상’이 자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전쟁과 평화에 대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미술관에 온 느낌으로 여유있게 작품들을 곱씹어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평화기원자료관이 있다. 평화기념공원의 꽃은 바로 이 전시였다. 1945년 3월 말부터 90여일간 계속된 전쟁에서 오키나와 주민들이 겪은 전쟁의 참혹함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개개인이 그 느낌을 바탕으로 전쟁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전쟁의 시기별로 총 5개의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 설치물 위주의 전시이며, 각 전시실마다 6개국어로 설명을 볼 수 있게 되어있어서 언어의 장벽을 어느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덕분에 전쟁에 대한 공포감과 참혹함 등을 더욱 깊게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자세한 설명을 하자면, 제 1전시실에서는 오키나와 전쟁 이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키나와는 1879년 전까지는 류큐국이라는 독립적인 국가였고, 일본의 일부인 오키나와현이 된 역사가 15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메이지 정부가 류큐왕부에 대해 무력으로 [류큐처분]을 단행했던 역사와 오키나와가 15년 동안 진행된 태평양 전쟁의 최후의 결전장이 된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제 2전시실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오키나와전의 과정을 볼 수 있고, 파괴된 민가와 건물이 설치물들을 통해 재현되어있어 ‘철의 폭풍’이라고 불리는 오키나와 전의 전투 분위기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제 3전시실에서는 동굴 안과 동굴 밖의 아비귀환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전쟁 당시에,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군에게도 미군에게도 죽임을 당했는데, 주로 방공호 안에서는 일본군에 의한 주민학살과 강제적인 집단사,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는 등의 일이 일어났고, 방공호 밖에서는 미군에 의한 박격포, 화염방사기 등에 의한 살육이 일어나고 있어 마치 아비규환의 지옥과 같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 전시실에서는 실제 동굴처럼 꾸며진 방이 있어 이곳에서 주민들과 일본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전쟁터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대형사진과 당시의 의복 등이 전시되어 있어 그 끔찍함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무엇때문에, 그 많은 존재들이 저렇게 처참하게 살해되어 시체로 기록될 수밖에 없었는지. 전쟁이라는 것이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인지. 2016년을 살고 있는 내가 불과 70여년 전에 일어났던 그 끔찍한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복잡한 심경으로 역사를 되짚어보았다.

제 4전시실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 영상, 증언 기록이 전시되어있다. 증언들은 책 형태로 기록되어 있어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겨가며 읽어볼 수 있다. 오키나와전의 실상을 말할 때 물적자료가 되는 것은 매우 적기 때문에, 주민들의 증언이 역사를 대변한다. 한국말 변역본으로 읽어볼 수 있으며, 지역별, 당시 나이별 등 분류로 찾아 볼 수 있다. 증언 하나 하나를 읽어넘길 때마다, 증언자의 시각으로 전쟁을 함께 겪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충격과 공포도 컸다. 네다섯개를 읽다가 더는 못읽을 것 같아 그만두었을 정도였으니. 제 3전시실에서의 복잡했던 마음이 제 4전시실에서 더 극대화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 5전시실은 전쟁 후에 군사기지로써 강화되어가는 오키나와의 모습들이 설명되어 있다. 전쟁 후에는 미국의 통치를 받았고,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 미국의 중요한 군사 전략 기지의 역할을 했다. 미국과 소련을 축으로 한 냉전구조 속에서 토지를 빼앗기고, 많은 억압을 받아 오면서 커진 주민들의 분노가 섬 전체의 복귀운동으로 확대되었고, 1970년대에 다시 일본에게 복귀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포함하여 현재까지의 오키나와 역사가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으며, 베트남 전쟁 당시의 기지촌이 재현되어 있다. 우리나라 이태원의 느낌도 나고, 꽤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키나와에서 느꼈던 분위기(일본 같기도 하면서 하와이 같기도 하고, 동남아 같기도 한 느낌들)의 원인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은 평화기념공원처럼 부지가 넓지 않다. 작지만 아름다운 중앙 정원이 있으며, 6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전쟁 후에 발굴된 의약용구와 학생들이 전쟁 당시에 휴대하였던 물품들이 사연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한국어 설명으로 된 A4용지 한장 분량의 리플렛이 있기는 하나, 그 외의 모든 전시가 일본어로 되어있어서 영어도 일본어도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의 경우엔 전시를 보고도 아쉬움이 남았다.

‘히메유리’라는 이름은 ‘오키나와 사범학교 여자부와 현립 제1고등여학교’ 두 학교를 합하여 가리키는 애칭이다. 1945년 3월, 미군의 오키나와 상륙작전 개시로 인해 학교에서 240명이 전장(battlespace)으로 동원되었고, 간호요원으로 배속되었다. 이 후 90여일 동안 이들은 전쟁을 온몸으로 겪게 되었고, 해산 명령 이후 며칠 사이에 100여명의 학생들이 사망했다고 한다. 오키나와 전에서는 히메유리 학생들 이외에도 많은 수의 학도단이 동원되었고, 1998명의 학생들이 전사하였다. 이렇게 많은 수의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을, 그 당시 학생들의 입장에서 돌이켜보게 하고, 그들의 사연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평화기념공원 상세 정보

  • 주소 : 614–1 Mabuni,Itoman, Okinawa Prefecture 901–0333

  • TEL 098–997–2765

  • 개관 시간
    오전 9:00 — 오후 5:00(단, 상설전시실 입실은 오후 4시 30분까지)

  • 입관료
    대인 300엔/ 소인 150엔

  • 단체할인 입관료(20명 이상)
    대인 240엔/ 소인 100엔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 상세 정보

  • 주소 : 671–1 Ihara Itoman City, Okinawa 901–0344

  • TEL 098–997–2100 FAX 098–997–2102

  • URL http://www.himeyuri.or.jp/

  • 개관 시간
    오전 9:00 ~ 오후 5:30(입관은 5:00까지) [연중무휴]

  • 입관료
    어른 310엔/ 고등학생 210엔/ 초등학생, 중학생 110엔

  • 단체할인 입관료(20인 이상)
    어른 280엔/ 고등학생 190엔/ 초등학생, 중학생 100엔

주변 먹거리 정보

평화기념공원 바로 앞 도로 주변에 두세개의 작은 식당이 있었다. 소바집에 가려고 했으나, 문을 닫아서 패스.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 근처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히메유리 근처에는 기념품 판매점들이 꽤 많이 있는데, 기념품 판매점 내에 푸드코트 같은 식당이 있다. 오키나와에서 가장 흔한 음식인 타코라이스와 고기들이 통으로 올라간 소바를 먹었다. 맛은…… 그……닥. 미리 식사를 하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차 정보 및 기타

평화기념공원은 넓은 무료 주차장이 준비되어 있으며, 히메유리는 근처 기념품 판매점들에 딸린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가 주차한 곳은 무료였고, 다른 곳들도 무료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이 많으니 입장권을 구입할 때에, 사진 촬영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샤싱와 이이데스까?(정확하지 않음ㅋㅋ)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평화기념공원

  • 평화기념공원 — 평화기념당 외부

  • 평화기념공원 — 평화기념당 내부(평화기념상)

  • 평화기념공원 — 평화기념당 내부(회화작품)

  • 평화기념당 — 평화기념당 내부(학접기 및 방명록 남기기)

  • 평화기념공원 — 평화의 초석(각명비 검색대)

  • 평화기념공원 — 평화의 초석 전경

  • 평화기념공원 — 해안가 풍경

  • 히메유리 기념관 입구 비석

  • 히메유리 기념관 —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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