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쓰레기 덕후들의 플라스틱 어택, “한 명 한 명 행동과 마음이 모이는 것, 그게 민주주의죠"

빠띠
발행일 2022-03-10 조회수 70

어떤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캠페인이라면, 그 변화의 시작은 “나부터"가 아닐까요?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개인들의 실천이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라는 사회 변화로까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었는지 쓰레기 덕질 모임 오거나이저(커뮤니티 관리자, 조직자)로 함께 한 금자 님을 만나 캠페인 활동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았습니다.

👉 캠페인 살펴보기 : https://campaigns.kr/users/1040

📌바쁜 분들을 위한 세 줄 요약
1. 일상의 실천이 제도 변화로까지 이어진 캠페인, 중요한 것은 유잼! 덕질하듯 재밌고 신나게
2. 더 큰 힘으로 조직화하려면 시민 한 명 한 명의 진심이 먼저다.
3. 캠페인은 결국 마음을 얻는 것, 마음을 얻을 때까지 어떻게 알리고 참여하게 할 지 노력할 뿐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금자라고 하고요. 쓰레기덕질 오거나이저로 플라스틱 어택들을 했고, 알맹상점이라는 가게를 동네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쓰레기덕질 모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제가 그때 10년 이상 다니던 환경단체를 그만두고 어떻게 활동을 해야 되지 이런 고민을 이어가고 있었을 때였어요. 환경 활동을 계속하고 싶은데 어디서 누구를 만나서 어떻게 일을 해야 되지 불명확하던 때에 그냥 커뮤니티에서 글을 쓰고 참여를 했는데 계속 참여 잘한다고 오거나이저가 됐어요.

쓰레기 덕질도 그렇고 알맹상점도 이름을 참 잘 지었다 그런 얘기를 듣는데요, 쓰레기 덕질은 빠띠의 쓰레기 덕후들의 가상마을에 합류하면서 이 말이 너무 좋아 제가 갖다 쓴 거 였고, 알맹상점도 우리끼리 놀다가 지은 이름 중에 하나였어요. 이런 이름만 보더라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과 연결이 갖는 힘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어요.

초창기에는 일상에서 어떤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지 쓰레기를 관찰하거나 쓰레기 다이어트를 한다든지 그 자체로 놀이가 되는 활동들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니까 되게 힙하고 선구자적인 활동이라고 생각 되는데요. 이러면서 ‘우리는 제도를 바꿀거야’, ‘서명운동을 할 거야’ 하지 않았어요. 정말 이렇게 자기 일상을 갖고 놀았어요. 쓰레기를 모으고 생각하고 기록하면서 나는 얼마나 줄일까 계속 얘기하고. 중요한 것은 유잼이었다는 거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던져봐라 라는 식으로 모임 안에서 여러 채널이 만들어졌어요. 재활용에 관심이 많아 그럼 그걸 하고, 컵줍깅은 등산모임에서 만들었어요. 그러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나게 됐는데, 멤버들이 30대 직장인들이 많았어요. 점심시간에 카페에서 나오는 수많은 일회용 컵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빡치는 것이 생겼던 거죠. 나만 텀블러 들고 다녀서 무슨 재미야 하면서요.

“나만 텀블러 들고 다녀서 무슨 재미야"

-그게 일회용 컵 보증금제 캠페인으로 이어졌던 거군요?
-그때는 머그잔에 드릴까요, 일회용 잔에 드릴까요 물어보지도 않고 대부분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쓰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선 한 60여 곳 이상 가게를 직접 가서 모니터링을 했죠. 모니터링을 해보니 유리컵도 없고, 다회용 컵도 없더라, 매장에서도 일회용 컵을 쓰더라 이런 데이터가 모아졌죠. 자원 재활용법에 따르면 불법이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거에요.

그래서 18개 프랜차이즈 기업과 환경부에 법을 지키고, 대책을 마련하라 요구하는 서명 캠페인을 빠띠 캠페인즈에서 시작했어요. 서명이 되게 쉽더라고요. 커피먹고 사진 찍어서 조사한 내용을 그냥 블로그에 글 올리듯이 적은 거였는데 한겨레나 다른 언론에서도 많이 관심을 가졌어요. 그래서 저희는 되게 신났어요. 조직이 없어도 운동이 되는구나, 정말로 시민들의 활동을 오거나이저 하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 하게 됐죠.

근데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 컵을 안 쓰거나 물어라도 보는데 밖에서는 여전히 일회용 컵 쓰레기가 많은 거에요. 이거에 대한 방법이 없을까, 텀블러 쓰면 300원 준다고 될까, 텀블러 쓰는 사람은 세상의 3%도 안 되는데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서명 캠페인을 했어요.



그때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대해 국회에서 되게 반대가 많아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필요하다는 논리들을 만들고 알리면서 홍대 앞에서 두 차례의 플라스틱 컵 어택을 함께 했어요. 그날 플라스틱 컵 어택으로 가장 많은 쓰레기가 나왔던 메가 커피와 스타벅스에 찾아갔어요. 실제 누가 책임을 져야 되는지, 기업과 그걸 버린 소비자에게 책임을 묻고 싶었거든요. 이때 70여 명이 모였어요. 어떤 단체도 없이 쓰레기 덕질 오거나이저 네 명이서 활동을 조직하고 사람들을 모아서 활동을 했죠.

“한 명 한 명 시민의 목소리가 모이게, 들리게 하는 거 그 다음에 조직화가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방식으로 캠페인들이 이어졌던 것 같은데요? 또 어떤 캠페인들이 있었죠?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개정되려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안이 통과 되어야 하는데 그래서 환노위 국회의원 16명을 대상으로 촉구 캠페인을 했어요. 이때는 환경단체들과 함께 했어요. 국회의원실을 찾아가 버려진 컵에 꽃을 심어서 왜 컵 보증금제가 필요한지 편지도 써서 함께 전달했죠. 시민들과 온라인에서 버려진 일회용 컵 사진도 모으고, 컵 어택도 계속 했고요.

그렇게 함께 노력한 결과 2022년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부활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동안 일회용컵을 쓰고 버렸던 모든 소비자 그리고 그 쓰레기를 한 번도 치우지 않고 돈을 벌었던 프랜차이즈 기업과 카페들이 앞으로는 책임을 지게 되는 거죠. 쓰레기덕질 모임에서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6월 1일에 시작되면 또 모니터링을 해 봐야 되지 않냐 이런 얘기들을 나누고 있답니다.

-개인들이 이렇게 캠페인 활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 저 역시도 인스타에 “용기내” 올리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 라이프 스타일로 소비되고 있는 거 아니냐, 단발성인데 효과가 있나 그런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요. 조직화되려면 시민의 진심이 사실 처음에 필요합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거 그게 민주주의가 가진 힘 아니겠어요. 한 명 한 명 시민의 목소리가 모이게 하는 거 들리게 하는 거 그리고 그 다음에 조직화가 있는 것 같아요.

몇 명이 참여한다고 바뀌냐 했을 때 실제로 바뀐 사례가 있고요. 저는 캠페인을 덕질처럼 하고 있어요. 빠띠 캠페인즈에 개설한 캠페인이 진짜 많아요. 무슨 프로불편러처럼 빠띠 사용러가 되어 있더라고요. 쫄보인 내가 캠페인을 할 수 있다니! 이런 경험들을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망하면 어때요? 사실 저는 굉장히 잘 된 사례를 말씀드렸지만, 환경단체나 시민단체가 일을 해도 제도화 하는 것은 10개 중에 하나 성공합니다. 그리고 잘 망하면 그 다음 스텝이 있습니다. 같이 의미를 찾고 동지가 되어 뭐라도 같이 해보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있으면 참여할 수 있게 판을 까는 것이 오거나이저의 역할"

-진행하셨던 캠페인들을 보면 다 쓴 일회용 컵이나 다 쓴 화장품 용기 또 빨대가 부착된 음료 등등 행동에 참여한 사진을 함께 모으는 것들이 많던데요. 이런 캠페인은 참여자를 많이 모으기 힘들지 않을까요. 캠페인에 참여할 때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은 개인의 참여를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보가 되기도 하고, 그 정보가 모이면 좋은 자료가 되거든요. “길거리에 일회용 컵이 버려져 있네요.” 라고 말하는 것과 정말 어떻게 버려져 있는지 얼마나 지저분한지 이것들을 찍어서 올리는 것은 굉장히 다른 효과를 가져옵니다.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있는 곳들을 모으려고 제가 전국을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 정보를 같이 모으는 거예요. 우리 동네, 우리 아파트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있더라 사진을 올리고, 매핑하는거죠. 빠띠 캠페인즈에 지도 기반 사진 모으기 시스템이 있거든요.

행동을 하는 게 중요하냐, 서명을 하는 게 중요하냐 이걸 물어보신 거라면 자기의 여건에서 하실 수 있는 걸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플라스틱 컵 어택 나오면 당연히 좋죠. 근데 난 부끄러워 못하겠어, 피켓팅 쪽 팔려 그럼 서명하거나 버려진 컵 사진 찍어 올리거나 하면 되요.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든 그 마음이 있으면 참여할 수 있게 판을 까는 것이 오거나이저 역할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캠페인을 성공하는 팁 같은 게 있을까요?
-성공의 방법을 사실 알 수는 없어요. 어떤 캠페인은 진짜 열심히 준비하고 같이 하기를 바라지만 마음을 못 얻을 수 있죠. 성공률을 생각해서 하지는 않고요. 이게 지금 필요한 캠페인인가 그러면 사람들이 이 필요한 캠페인을 어떻게 듣고 어떻게 한 명이라도 참여시킬 수 있을까 그걸로 움직이는 거죠.

캠페인을 함께 조직 할 동지들을 얻는 게 되게 중요해요.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해서 한 명 한 명 힘을 모아낼 수 있는 마음과 행동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성공은 세상이 해주는 거죠. 사람들이 해주는 거죠. 내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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