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문예] 쉼표, 빠띠는 여름방학 입니다.

빠띠
발행일 2021-08-17 조회수 64

“여름방학"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요? 시원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밀린 독후감을 쓰던 초등학생 시절? 맑은 하늘이 펼쳐진 날 기차 타고 내일로를 다니던 대학시절? 생각보다 다양한 방학 군상이 돌아다녀 특정하기 어렵네요. 이처럼 우리는 정규교육과정과 대학교육을 거치면서 꽤 많은 방학을 만났습니다. 모두 방학을 보내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방학은 무언가를 하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줍니다. 대자연이 보고 싶어 남미 파타고니아 지형으로 여행을 가던 방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보낸 방학이 생각나네요.

사전을 찾아보니 방학은 휴가라는 단어와 다른 것이 별로 없습니다. 학업과 일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사전적 의미로 하던 무언가를 멈추어 쉰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상하게도 방학은 휴가보다 조금 더 길게 쉬는 기분을 줍니다. 그렇지 않나요? 아마도 학창 시절의 방학 기간이 대부분 1달 이상이니 회사의 휴가보다 더 길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 같아요. 그런데요. 빠띠는 휴가가 아닌 방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학교도 아닌 이곳에서는 왜 방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할까요?

저는 이것을 시간을 마주하는 태도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나라의 휴가 문화는 상당히 엄격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휴가를 온전히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전 직장에서도 언제 휴가를 갈 수 있는지 특정할 수 없었는데요. 큰 프로젝트나 보도가 나간 뒤에 1주일이라는 휴식시간이 있었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서 재정비가 필요할 때 휴가를 갔습니다. 업무의 특수성을 차치하고 모두 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아요.

방학은 어떤가요? 휴가와는 다르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으로 다가옵니다. 방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동등하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탐구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어떤 활동을 해도 괜찮습니다. 함께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니까요. 모두가 방학을 가니 언제 휴가를 갈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개인의 심리적 고민이 사라졌고요. 함께 누려야 하는 방학을 공유하며 서로 장려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휴가를 방학으로만 바꾸었을 뿐인데 꽤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네요.

빠띠 크루들이 마음 놓고 쉼을 이야기할 수 있는 도구가 방학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크루들은 이번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혹은 어떻게 보낼 계획일까요. 빠띠 크루들이 진행한 여름, 방학문예에 올라온 기록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노무라입깃해파리

해파리가 되고싶어 _ 오디

휴가 기간 강원도에 있는 본가에 다녀왔어요. 아버지 손에 이끌려 바닷가에 조성된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파란 바다에 커다란 해파리가 둥둥 떠다니더라고요. 세상 부러웠어요. 해파리가 되고 싶어..라는 말을 육성으로 뱉을 정도로요. 별명을 해파리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제가 목격한 해파리는 노무라입깃해파리로 1m까지 성장하며, 강력한 독성을 지니고 있고, 요즘 해안가에 출몰해 피서객의 주의를 요한다고 합니다. 강력한 독성을 가진 채 여유롭게 유영하는 해파리. 과연, 해파리의 일이란 무엇일까요. 매일매일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일까요. 그것이 그의 일이라면 해파리의 휴가는 어떤 것일까요. 제법 날이 좋았으니, 사실 저는 해파리의 휴가 장면을 목격한 것은 아닐까요. 어쨌거나 되고 싶었습니다, 해파리.

인사하는 꽃

박물관이 아닌, 꽃이었다 _ 트리

이번 여름은 유독 더웠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었다. 나만의 시간을 가져볼까 생각했지만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함에 익숙했기에 시도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마지막 날, 이렇게 방학을 흘러보내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고, 문득 박물관을 가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학창 시절 이후로 가본 적 없는 공간. 그러나 묘하게 지금 가보면 다를 것 같은 공간. 나에게 박물관은 그러한 곳이다.

코로나19로 방문하기 위해 예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운 좋게 2시간 뒤 시간대에 한자리가 나왔고 바로 예약한 나는 씻고, 박물관으로 떠났다. 박물관에 도착한 뒤에는 지금이라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던 몇 시간 전의 나를 원망했다 😥 박물관은… 최소한 나에게는 재미가 없었다.

박물관의 설명 보다 더 좋았던 것은 길에 피어난 꽃 들이었다. 길을 떠나니 걷게 되었고, 걷다 보니 길을 보게 되고, 길 옆의 꽃들이 나에게 인사했다. 나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을 건네는 꽃들을 보며 웃으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의 방학 마침표는 박물관이 아닌, 꽃이었다.

곰배령 천상의 화원

좋은 정신을 찾으러 갑니다_Q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제 곧 여름방학이에요! 추운 봄날 "빠띠에는 방학이 있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는데 드디어 마주하게 됩니다.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요. 봄과 여름 동안 빠띠에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어 좋았지만 지치기도 했어요. 휴식이 필요해요.

자연 속을 걷다 보면 휴식이 될 것 같아서요. 강원도 곰배령으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곰배령 사진을 봤는데 야생화가 어우러진 들판이 정말 이쁘더라고요. "많이 읽은 만큼 많은 여행을 해야 한다"라는 말에 동의하여 여행을 다녔는데요. 그동안 여행을 다녀올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이번 방학에 자연을 걸으면서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 다가올 가을을 마주하기 위한 좋은 정신을 찾으러 여행 갑니다!

피카소특별전_사진 : 네이트 뉴스

잘 생각하고, 잘 쉬고_제이

이번 여름에도 일주일 정도 방학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도 방학 가기 전에는 ‘이거저거 다 해야지!’라는 패기가 넘쳤지만, 시국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제한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있지만 평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했고, 전시회를 다니기로 했습니다.

‘피카소 특별전’에 다녀왔습니다. 그의 작품도 좋았지만, “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공론장 기획자인 저는 의제나 현상을 어떻게 공론장, 콘텐츠로 풀어낼지 고민인데요. 피카소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앞으로도 이런 고민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나를 성장시키는 질문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생각하고, 잘 쉬면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이번 방학에도 열심히 달리던 엔진을 잠시 식힐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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