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5, 빈칸을 채우다] 0. 연결의 현장, 위키에 우리를 담다.

데모스X
발행일 2024.03.29. 조회수 92

055, 빈칸을 채우다

0. 연결의 현장, 위키에 우리를 담다.

'055, 빈칸을 채우다' 지역생활실험실@055*의 9개 프로젝트가 채워나가는 경남의 매력, 그리고 새로운 연결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지난 2월 24일에는 경남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가진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연결해서 더 나은 경남을 위한 로컬 지식 위키로 만드는 ‘055 연결의 현장'을 진행했는데요. 그 현장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채롭게 빈칸을 연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선보입니다.

* '지역생활실험실@055'는 경남이 가진 매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지역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간의 연결을 통해 도전을 시도하는 리빙랩 프로젝트입니다.


지식을 만든다고? 로컬 지식 위키 in 경남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가 ‘위키백과’나 ‘나무위키’에 들어가보신 적이 있나요?

<위키>는 각자가 갖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보기좋게 모으고,  그 안에서 다양한 링크로 서로의 지식을 연결해나갈 수 있답니다. 누구나 지식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위키의 가장 큰 특징인데요. 지역생활실험실@055에서는 경남도민의 이야기와 지식을 연결하는 현장을 가져보았어요. 이름하야, 055 연결의 현장!

‘055 연결의 현장’에서는 #빈집, #생태, #청년, #건강 이렇게 경남 지역에 필요한 4가지 질문(주제)에 대해 시민의 경험과 관점이 반영된 지식, 즉 로컬 지식을 만들었는데요. 앞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또 더 많은 시민들이 프로젝트와 위키에 참여할수록 각 주제와 관련한 로컬 지식이 풍성해지라 기대해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로컬 지식을 만들었을까요? 먼저, 공동 지식의 다양성 확장을 그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더 평평하고 열린 세상의 지식을 담는 위키, 하지만 참여자의 편향성에 따라 '서구', '고학력', '남성' 중심이라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이런 지식 정보의 편향을 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과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그래서 우리는 경남 시민들과 경남 지역의 관점에서 ‘빈집, 생태, 청년, 건강’을 주제로 위키(로컬) 지식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지식 만들기는 사회 변화의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요. 지식은 사람들이 어떤 현상을 이해하는 인식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고, 곧 사회 문화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서, ‘저출산’이라는 용어가 ‘저출생’이라는 용어로 바뀌고, ‘경력 단절’이라는 용어가 ‘경력 보유’라는 단어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현상을 이해하는 인식과 사고방식이 바뀌고, 그에 따른 대처 방안도 달라지게 되는 것처럼요. 따라서, 다양한 시민의 관점이 담긴 지식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지식에서 놓칠 수 있는 좁은 관점을 더 넓게 바꿀 수 있고, 이는 사회변화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지식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이미 만들어진 지식을 이해하거나 암기하는데 주로 익숙했던 우리에게는 여전히 ‘지식을 만든다'는 개념이 낯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기존의 무수한 지식들도 결국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 원리를 활용해서 충분히 만들 수 있답니다. 

먼저, 참여자들과 함께 4가지 지식 위키 주제 - 지역 의료 공백, 청년의 지역이탈, 늘어나는 빈집, 체감하고 있는 기후위기 현상 -에 대해서 경남 지역에 살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산청에서 서울 가는 버스 첫차가 사람들이 꽉찬 걸 보고 놀랐어요. 왜그런가 했더니  주로 어르신들이  서울로 병원에 가기 위해 계시더라고요.”
  • “나를 너무 잘 아는 고향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부담돼요.”

  • “바닷가 마을인데 윗마을에서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길(도보 5분 거리)만 해도 빈집이 10개 넘어요. 지나갈때도 안전한지 경계하게 되더라고요.”

  • “농촌에 계신 분들이 제일 직접적으로 (기후위기) 피해를 입고 있으나, 문제의식도 낮고, 이야기 하지 않아요”

주제와 관련한 자기 삶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서로의 경험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더 많은 이야기를  불러 오기도 했습니다. 각자가 따로 겪고 있지만, 서로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고, 또 나중에 나도 경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새 참여자 그룹 간의 연결감이 생기기도 했답니다. 

두번째로, 우리가 나눈 경험들 중에서 개인이 아니라 지역사회 차원에서 대처해야하는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의 경험은 때로는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그칠 수 있지만, 만약 여러 사람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면 이는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볼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소아과 진료를 하는 병원이 지역에서 사라지고 있는 문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빈집이 동네에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문제,  농촌 지역의 쓰레기 소각 및 배출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문제 등 참여자들이 겪고 있는 경험 중에는 개인의 힘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지역사회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개인적 경험 공유를 넘어 지역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은 구체적인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세번째로, 참여자 간 경험 공유를 통해 발견한 사회문제에 대해서 지역사회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함께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다른 지역, 그리고 해외에서는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대처해나가고 있는지 찾아보고 공유했습니다. 

지역의료공백에 대한 대처의 일환으로 의사가 어느 한 의료기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일본의 나가사키 지역 사례, 빈집을 매입하여 동네에 필요한 공용 주차장이나 문화복합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는 사례, 지역 청년 이탈을 막기 위해 청년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정책 사례 등 우리 지역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모아보았는데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참여자들의 경험과 사회문제, 지역사회의 대처방안은 프로젝트별 위키의 ‘프로젝트 관련 자료'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로컬 지식의 현장, 그 이후 이야기

“나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와닿을 수 있구나"

연결의 현장을 마치며, 참여자분들의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나와 별로 상관없는 주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내일 내가 직면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놀랐다는 분, 뉴스에서만 잠깐씩 듣던 이야기를 실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들어보면서 그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의 중요성을 더 체감할 수 있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인 기록이 되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로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도 신기하고 보람있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빠띠에서도 위키 지식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보는 것은 하나의 새로운 실험이기도 했는데요.  이번 연결의 현장을 통해 나눠주신 참여자분들의 경험과 정보는 앞으로 더 많은 지식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 아직 잉크도 안말랐는데.. 삭제당했다고? "

연결의 현장 자리를 정리하는 도중, 우리가 만든 위키 페이지가 다른 위키 사용자에 의해 삭제 조치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누구나 편집 및 수정이 가능한 위키 지식의 특성상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만든지 30분도 안되어서 삭제 조치 당했다는 것은 아쉬움과 당황스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위키 페이지를 복원해서 모두가 볼 수 있지만, 앞으로 위키 지식을 만드는데 있어서 등재 기준 등을 더 고려해야함을 배울 수 있는 해프닝이기도 했습니다.

위키 지식은 앞으로도 계속 추가되고 보완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프로젝트 팀과 다른 팀과의 만남 속에서 발견되는 경험과 정보를 담아볼 계획인데요. 그 이야기는 ‘055, 빈칸을 채우다’라는 후속 이야기로 여러분들께 다가올 예정입니다. 그럼, 그때 또 뵙겠습니다!

 

✏️ 글 : 포터 (데모스X리빙랩팀 크루)
시민들이 자신의 관점으로 만들어낸 지식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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