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서울, 시민제안 담당자로 불린 4개월 간의 기록

빠띠
발행일 2019.10.20. 조회수 87

시민제안 담당자로 불린 4개월 간의 기록

이 글은 민주주의 서울 시민제안 담당자로 활동하며 생각보다 꽤 많이 고생하고 (?) 꽤 많이 배운 빠띠 활동가의 이야기입니다.

민주주의 서울을 처음 만난 날, 시청역 인근 스타벅스에서 첫 회의를 진행했다. 앞으로 카페에서 수많은 회의를 하게 될 나의 운명을 나타낸 것이었을까. 그렇게 민서(민주주의 서울을 친근하게 부르는 줄임말)와 나는 함께 하게 되었다. 민서야, 나를 잘 부탁해!

잠깐, 민주주의 서울이 뭔지 모른다고요? (Click! 웰컴 투 민서월드)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민주주의! “민주주의 서울”에서 시작하세요!

민주주의 서울 사이트. 보기엔 온라인 시민제안만 하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않다. (단호)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과 서울시가 함께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함께 실행하는 민주주의 플랫폼입니다.

색깔도 의미도 다양한 시대, 과연 저 상큼한 민트색 민서안에 담길 민주주의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우리가 만든 큰 플랫폼 안에 어떻게 시민들의 목소리가 녹아들어 갈 수 있을까? 그게 진심으로 담길 수 있는 방법은? 민서 담당자로서 어떻게 시민을 대해야할까? 이런 저런 고민과 궁금증으로 시작하게 된 민서. 이후 그 고민을 몸으로 부딪힐 시간들이 있었으니.. (커밍쑨)

민서의 대표색감은 시원한 민트색, 그리고 우린 정열의 빨간색 (Photo by Ricardo Gomez Angel)

민트색 안에 숨겨진 정렬의 빠,빠,빨간맛

민주주의 서울에서는 시민이 자신의 생각을 정책으로 제안하는 온라인 시민제안 외에도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많이 진행한다.

시민들의 오프라인 워크숍 참여를 통해 관련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 서울에 시민제안을 올리는 시민제안 워크숍, 실행되지 못한 시민제안 중 민주주의 서울과 함께 실험해보는 찾아가는 시민제안, 서울시가 정책을 시행하기 전, 시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민주주의 서울을 통해 묻는 서울시가 묻습니다. 등 여러 방면으로 시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많은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내가 담당자이기도 하였고, 나에게도 하여금 시민참여가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조각을 준 시민제안 워크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육아 편 참여시민들이 <경력단절>에 대한 제안을 나누고 있다.

시민제안 워크숍

말 그대로 시민제안을 위한 워크숍.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시민협력가를 섭외, 제안을 위한 주제테이블(의제) 등을 설정하여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논의하여 시민제안을 하는 워크숍 시간이다.

이번 해의 경우 <서울 제안가들>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각각 주제에 따른 시리즈물(?)로 워크숍을 기획하였는데 플라스틱 편, 육아 편, 난임부부 편으로 총 3번 진행하였다. (직장부모 편도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열리지 못했다😫 다음엔 온라인으로 찾아갈게요. 일하시는 부모님들 흑흑.. 단지 여러분의 이야기가 듣고싶었습니다.)

<2018 시민제안 워크숍 살펴보기>

1. 플라스틱 편 미디엄 http://bit.ly/plastic_1
2. 플라스틱 편 행사 스케치 영상 http://bit.ly/plastic_2
3. 육아 편 미디엄 http://bit.ly/parenting_1
4. 난임부부 편 페이스북 http://bit.ly/infertility_1

시민제안 워크숍의 꽃은 당연 함께해주신 시민협력가와 발품을 판 우리였는데, (당당한 자기PR) 우린 워크숍이 진행되는 과정 중에 ‘우리끼리’가 아닌 진짜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우리의 말과 행동이 모순되지 않도록 귀엽고도 땀나는 노력들을 했었기 때문에 은근슬쩍 이 이야기들을 꺼내본다.

워크숍을 위해 시민협력가(워크숍 이전에 함께 토론 세부주제를 함께 설정하고 기획하는 시민)를 섭외하기 위해 시민이 계신 곳으로 찾아가는 미팅을 진행했었다. 그 중 인상깊었던 사전미팅은 단연 육아. (참된 육아 행사 준비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육아 편 시민제안가 섭외를 위해 공동육아 공동체에 찾아갔고, 아이들과 함께 사전미팅 진행하며 아이들 목소리와 내 목소리 중 누가 클까 배틀이 열리기도 하였다. 결과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여러분이 쓰레기 없이 맛있게 드시면 그걸로 되었어요.. (ㅇr련..✨)

또한 플라스틱 편 워크숍을 위해 최대한 노플라스틱 케이터링, 데코 행사로 만들고자 하였는데, 한번 쓰고 버리는 데코물품은 일절 사지 않고, 각자 집에서 알전구를 가져오거나, 케이터링 업체에 미리 일회용품이 들어가는지 일일이 체크. 메뉴 구성에 포함되어있는 무스케익 껍떼기를 대체하기 위해 메뉴 구성을 변경하는 등. ‘플라스틱 편 워크숍’이 ‘플라스틱 없는 워크숍’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하였다. 덕분에 당일 준비하는 스탭들의 가방은 집안에서 가져 온 잡동사니로 두둑히 가득하였다는 후문.

하지만 정말 심혈을 기울인 것은 시민의 목소리를 담는 것. 그것을 위해 매번 섬세하게 접근하며 시민과 함께 발맞춰 나가려하였다.

“제가 육아에 대해서 박사도 전공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아이엄마인데, 시민협력가를 할 수 있을까요?”

육아 편 시민협력가 분을 섭외할 때 듣게 된 이야기다. 오히려 나에겐 반가웠던 이야기였다. 흔히 말하는 석박사나 전문가가 아니어도, 그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시민으로서 내가 하고 싶은 말 하나 있는 평범한 사람. 그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제안으로 올라가고 훗날 손에 와닿을 수 있는 정책으로 바뀌어 다시 시민의 삶으로 돌아오는 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었으니말이다.

실제로 저렇게 말씀해주신 분은 시민협력가가 되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육아 스트레스>라는 주제테이블을 만들어내었고, 담당 테이블에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며 시민제안을 활발히 제안해주셨다.

또한 매번 주제 테이블에 참여한 시민분에게 감탄했던 점은 정부 비판이나 단순 푸념을 넘어 공감을 바탕으로 우리의 필요에 대해 나누며 이것을 공론화하고, 건설적인 제안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이뤄내셨던 것이다. 심지어 독특하고 현실적인 시민제안들이 많이 나왔다. (저, 시민제안 워크숍 처음 아니시죠?)

시민제안 워크숍 <서울 제안가들 : 육아 편> 중 육아 스트레스 주제 테이블

아쉽게도 모든 시민제안이 다 반영되어 정책이 되지는 않지만, 워크숍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시며 ‘우리도 저런 좋은 제안을 해볼까?’, ‘우리에게 필요한 게 뭘까?’ 하며 눈을 반짝이던 시민분들을 잊을 수가 없다.

담당하던 나에게도 그 열기와 효능감이 전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참여하신 분들에게도 ‘이게 어렵고, 저게 안되네.’ 하며 경험하던 대화와는 또 다른 느낌이 아니었을까?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고 그것을 제안으로 만들어가던 시민들의 목소리. 그것을 하나하나 담을 수 있음에 행복한 활동이었다.

∙ ∙ ∙

글을 쓰며 다시 돌아보아도 시민들과 호흡을 맞추며 진행한 일들은 내게 너무나 소중한, 살아있는 경험이었다. 초반 민주주의 서울에 어떻게 시민의 목소리를 담을 것인가 막연히 고민했던 나에게 해갈을 주었고, 또 그것을 넘어 활동할 계기를 주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되는 사회. 그 안에서 우리가 이야기 할 수 있고 그것이 들리는 사회. 메아리퍼져 사라지고 우리는 습관적인 무력감을 겪는 것이 아닌, 내 목소리가 잘 반영되었는지 한번 더 돌아볼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그런 사회에 살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가지고 내년엔 또 어떤 시민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어떤 목소리를 담고 나눌 수 있을지 기대하고 또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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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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