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는 시민에게 필요한 의식과 역량은 무엇일까요?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과 빠띠가 함께 한 ‘디지털 시민의식’ 강의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시민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출처 : unsplash @headwayio)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시대의 기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생활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인터넷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의견을 표현하고 함께 논의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와 경제가 작동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우리가 서로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않아도 연결되어 있고 정보와 데이터가 자동으로 축적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이에 머무르지 않고 커다란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고 더 나아가 자동화하고 개인화함으로써 앞으로 더 큰 변화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연결과 축적. 대용량과 자동화라는 특징을 눈여겨본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이 우리가 서로 협력하는 방식도 혁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보를 공개하고 각자의 의견을 표현하며 함께 토론하고 숙의하고 의사결정을 동시에 혹은 각자의 자리와 시간에 맞춰 할 수 있으니까요.

즉, 사회 기본 원칙인 민주주의를 디지털 민주주의로 혁신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며 드디어 모두가 함께 기여하는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인터넷 이전에 우리는 9시 뉴스나 종이신문을 통해서 사회의 소식을 듣고 4년 혹은 5년에 한 번 있는 선거를 통해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했습니다. 물론 정당에 가입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상의 정치란 실제하기가 사실 어려웠습니다.

실제하기 어렵다보니 상상이 제한되고, 자연스럽게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 조직 지역에서도 민주주의란 누군가 나를 대신해 바람직한 결정을 내릴 사람을 결정하는 것에 머물렀죠.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드디어 우리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하고 의사를 표현하며 함께 숙의하고 결정을 내리고 실행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모두가 일상에서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죠.

앞으로 당면한 과제들

하지만 정보 공유, 의사 표현 과정에서의 투명함 등만으로는 우리가 기대한 민주주의가 당장 실현되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다보면 서로를 향한 갈등과 혐오도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방대하게 유통되는 정보 속에는 잘못된 정보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허위 조작한 정보도 쉽게 끼어듭니다.

참여와 소통을 표방하지만 아직 삶 속에서 내재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불명확한 제도 운영을 하고, 형식적인 의사결정과 공론장에 머물러 있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안을 만들어 함께 결정한다는 것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외에도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점점 더 알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연결하고 축적하고 처리하는 디지털 기술을 단순히 적용해서는 우리가 기대했던 모두가 기여하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지금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당면한 과제들을 해소하면서 더 많은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일상의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죠 (출처 : unsplash @bermixstudio)

더 많은,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더 많은 민주주의는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합니다. 더 많은 다양한 사람이 민주주의의 장에 함께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 많은 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주 쉽게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누구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창구를 확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시한 의견을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만듦으로써 각자의 권리를 분명하게 규정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이때 안전함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발언할 수 있는 장과 권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발언하는 사람들이 안전함을 느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발언하는 사람들이 구성원 모두를 다양하게 대표할 수도 있어야 하죠.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채널을 확대하며 다양한 구성원들을 포용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더 많은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작업입니다.

집단지성과 숙의, 공동작업을 위한 시스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결정을 내리는 게 마냥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다수결은 좋은 제도이지만 다수결만으로 모든 결정을 내린다면 소수는 억압받고 전체 사회도 다양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반대로 매번 소수가 자신의 목소리만을 내세우며 우리가 합의한 시스템을 무력화해서도 안 됩니다.

기술을 이용해 더 많이 개방하고 공유하는 경우 우리는 신뢰와 협력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집니다. 다수결 외에도 다양한 의사결정 장치를 우리는 활용해야 하죠. 또한 각자의 의견과 제안을 바탕으로 새로운 집단적인 안을 만들어내는 숙의와 공동 작업의 경험과 시스템이 필요해집니다.

개인 권리의 바탕 위에 집단으로서의 우리가 합리적이고 개인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집단 지성이 작동하는 숙의와 공론을 거치고 서로 간의 신뢰를 더 증진시키는 다양한 의사결정을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더 나은 민주주의란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함으로써 더 나은 안을 실질적으로 만들고 결정을 함께 내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신뢰에 기반한 분권과 자치

실생활에서 투표 외에는 정치 참여나 공동체 기여 경험이 부족한 우리에게 더 나은 민주주의란 디지털 민주주의를 넘어 당면한 커다란 숙제이기도 합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모든 결정에 참여할 수는 없고 그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복잡하고 거대해진 사회는 권한을 나누고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방향, 즉 분권과 자치를 향해야 합니다.
분권과 자치는 투명성과 개방성 신뢰와 협력의 기반 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다른 사회 구성원이 신뢰하지 않고 들여다 볼 수 없으며 함께 결정하지 않는 한 분권과 자치를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만약 어떤 결정이 이루어졌는지 우리가 들여다볼 수 있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으며 현재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수 있다면 우리는 믿을 수 있고 역량이 있는 사람이 다양한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기술에 기반한 분권과 자치는 기술을 활용한 개방성과 신뢰와 협력의 기반 위에 놓이게 될 겁니다.

결국 우리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사회는 공동체의 다양한 자원들이 모든 구성원에게 개방되어 있고 공론과 숙의 결정에 모두가 참여하도록 보장되되 실행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분권과 자치로 이루어지는 곳이 될 겁니다. 이 사회는 디지털 시민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공공재를 늘려나가며 각자가 자율적으로 위임받은 자원을 운영하는 인류가 늘 꿈꿔오던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결국 서로에 관한 믿음과 신뢰가 빛을 만들게 됩니다 (출처 : unsplash @@pavement_special)

디지털 시대, 우리에겐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가 기존의 민주주의보다는 사뭇 복잡하고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예전에는 tv와 신문을 보고 선거 시기에 적절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정부를 비롯한 사회 곳곳의 영역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민주주의로 우리가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시민들이 우선 갖춰야 할 역량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필요한 캠페인을 하는 역량. 시민들이 주도하는 공론장을 구축하고 기관과 기업들이 시민과 함께 협력하는 플랫폼들을 활용하는 역량. 시민 스스로 팩트를 체크하고 시민 스스로 개발에 나서는 시빅해킹 역량들입니다.

디지털 민주주의는 아직 아주 초기 단계로 많은 과제들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첫걸음에 무엇보다도 우리가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고 신뢰와 협력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길게 보면 우리 모두는 동반자이기 때문이죠. 드디어 우리 손 안으로 들어온 모두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이 민주주의를 우리는 잘 바꾸고 키워나갈 수 있을까요. 결국 우리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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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 시스(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장 권오현)
편집자 I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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