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커뮤니티에서 소통하고 협력해보면 어떨까요? 2021년, 빠띠는 커뮤니티 실험실이라는 이름으로 8개의 비영리단체와 이슈에 관심있는 시민들이 공동 오거나이저가 되어 안전하고 자율적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작은 프로젝트를 함께 만드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제로웨이스트패션, 동물권, 가드닝, 대안적 일, 생활속 행동, 기후위기, 가치소비, 다양성. 8가지 이슈를 주제로 항해를 떠난 커뮤니티의 활동들을 하나 하나 만나보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고민은 무엇인지 나눠볼게요.

하고 싶을 때도, 그만하고 싶을 때도 당당히
944프로젝트는 한국다양성연구소와 시민들이 가치소비를 주제로 함께 만든 커뮤니티입니다. 가치를 기준으로 구분하여 소비하자는 뜻에서 '9분하여 4는 4람들'을 줄여 '944프로젝트'라고 이름을 지었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소비를 돌아보고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모임에서 얘기를 나눴던 것이, 점점 모임을 통해 구체화되어 지금은 ‘모두를 위한 리뷰' 사이트를 만들어 가치소비 리뷰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944프로젝트 커뮤니티에서 만든 모두를 위한 리뷰 사이트

첫 호는 넷플릭스, 배달의민족, 마스크를 주제로 리뷰를 하고 이를 모아 뉴스레터도 발행했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참여하기 위해 944프로젝트는 2달 동안 활동기간을 정하고 그때 그때 리뷰어 신청을 받습니다. 활동기간을 정해두니 잠수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만 두고 싶을 때 당당히 얘기 할 수 있고 또 다시 하고 싶을 때도 당당히 선택할 수 있어 커뮤니티의 지속을 돕는 좋은 팁인 것 같습니다. 리뷰어가 있는 한 944프로젝트의 활동은 계속 되겠지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걸 누구나 인지하고 있죠. 혼자 하면 혼자만의 것으로 남고 말 것들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게 되면 그게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시너지로 발전할 수 있어요.”
-944프로젝트 인터뷰 중 (인터뷰 전체 보기 👉 가치소비를 아시나요?)

무거운 주제는 재밌는 아이디어로 하나 하나씩
종평등한 언어생활 커뮤니티는 무심코 사용하는 동물 비하·혐오 표현이나 동물 학대·착취를 정당화하는 표현을 찾아보고, 종평등하고 무해한 새로운 표현을 제안하자는 목적에서 동물해방물결과 시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우선 가장 대표되는 표현인 ‘물살이'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SNS와 빠띠 캠페인즈에서 ‘물고기 아니고 물살이' 인증샷을 모으고, 비건 카페에 포스터를 붙이거나 ‘물살이' 표현에 대한 여러 자료를 모아 알리는 위키도 만들었습니다.

종평등한 언어생활에서 함께 한 물살이 그리기

종평등한 언어생활이라는 게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물살이'처럼 먼저 공감되는 것부터 바꾸고, 우리부터 즐겁게 참여하자는 마음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차별에 대한 시각을 넓혀볼겸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함께 읽거나 도로 빗물받이 앞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게 ‘물살이의 길’ 그림을 그리는 오프라인 모임도 열었습니다. 종평등한 언어생활 커뮤니티는 ‘물살이'처럼 종평등한 표현을 고민하고 알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꺼내며 하나씩 실현해 볼 계획입니다.

“앞으로 새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관심사나 가치관을 통하게 되겠구나 싶어요. 이런 경험으로 그런 만남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종평등한 언어생활> 커뮤니티처럼 이슈나 관심사로 만나는 일은 나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만드는 일 같아요.”
-종평등한 언어생활 인터뷰 중 (인터뷰 전체 보기 👉 ‘물고기’ 대신 ‘물살이’ 더 평등한 언어를 찾는 재미)

때로는 안전하고 편안한 수다만으로 충분한
키위 :위기를 위기로 커뮤니티는 청소년기후행동과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수다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수다처럼 편하게, 기후활동가나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기후위기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말할 수 있습니다. 위기는 너무 크고 나는 너무 작은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죠. 이럴수록 나와 나의 일상에서 더 자주, 더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면서 서로의 위기감을 나누고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일, 키위의 수다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그냥 저는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 자체가 만족스러웠어요. 이런 모임이 종종 서로의 지식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거나, 행동을 감시하는 방식이 되기도 하고, 지금 당장 거리로 나서지 않고 책상에 앉아있어도 되냐는 식의 질책이 오가는 자리가 되기도 하는데, <키위>에서는 서로 경험을 이야기하면 듣고 공감해주거든요. 그 자체가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 느낌을 주어서 용기가 생겼달까요?”
-키위 :위기를 위기로 인터뷰 중 (인터뷰 전체 보기 👉 세계 제일의 기후위기 커뮤니티도 한 걸음부터)

각자가 가진 매력을 발견하고 연결되는 기쁨
오늘의행동 실험실은 사회적협동조합 오늘의행동과 시민들이 함께 더 나은 삶, 더 나은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생활속 행동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민해보며 나만의 행동제안을 만드는 커뮤니티입니다. 첫번째 주제는 ‘코로나 고립감을 낮추는 행동'으로 정하고 우선 자료와 경험을 모았습니다. 캠페인즈 목소리 모으기로 코로나로 언제 가장 외로웠는지 사람들의 경험을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 각자의 행동제안을 만들었습니다.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 : 고립감 낮추는 행동 박람회>를 열어 초대한 사람들에게 행동제안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일상의 아주 작은 행동으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구나 그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행동 실험실은 또 어떤 행동제안을 해 볼지 두 번째 주제로 다음 행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오늘의행동 실험실의 온라인 모임 진행 모습

“커뮤니티 플랫폼을 어떻게 만들고 꾸려갈지 고민할 때 '기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커뮤니티, 플랫폼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이니까요.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 이들과 어떤 경험을 쌓는가가 그 커뮤니티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 참여자 누구나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운영자로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오늘의행동 실험실 인터뷰 중 (인터뷰 전체 보기 👉 내일을 위한 오늘의행동)

직접 경험해봐야 알게 되는 것들
도시 속 액션 가드닝은 마인드풀가드너스와 시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직접 땅을 가꾸지 않아도 우리가 도시에서 함께 살고 있는 풀, 나무, 작은 동물들이 생명으로서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관찰하고 돌보는 정원활동은 무엇이 있을지 함께 찾아보고 시도해 보는 시간들이었는데요. 우선 개인별로는 자신의 동네에 있는, 길을 가다 보이는 다양한 식물의 사진을 각자 위키에 기록하고 공유했습니다.

모임을 통해서는 활용할 만한 자투리 땅을 함께 찾아 나섰고, 발견한 공유지를 함께 가꾸고 씨앗폭탄도 만들어 나눴습니다. 땅도 없고, 식물도 많이 모르지만 우리와 공존하는 생명들과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서로를 돌보는 마음도 함께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액션가드닝의 활동은 겨울에 잠시 쉬고 돌아오는 봄에 더 다양한 정원활동으로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정원은 인간이 자연을 대상화하고 구획하는 활동이었지만, 이제 인간중심이 아니라 벌도 날아들고 새도 날아들 수 있는 ‘서식지로서의 정원’으로 변화해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도시에 있는 큰 건물의 조경을 아름다움과 편의성 외에도 주변 동식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정원 활동이 통해 땅과, 생태, 기후위기까지 연결됨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도시 속 액션 가드닝 인터뷰 중 (인터뷰 전체 보기 👉 마음과 사람, 지구를 잇는 우리의 정원)

고민을 나누니 용기가 찾아왔다
일의 노 뉴멀을 찾아서 커뮤니티는 니트이거나 니트경험을 했던 당사자들이 모여 일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공간으로, 사회비행자와 시민들이 함께 꾸렸습니다. 2편의 영화 <인수인계>, <퇴사하고 오겠습니다> 와 2권의 책 <비노동 사회를 사는 청년, 니트>, <한편 5호 : 일>를 보고 읽으며 직업으로서의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9번의 모임을 통해 일에 대해 질문과 고민을 나눴습니다.

일의 뉴 노멀을 찾아서 커뮤니티 카누

커뮤니티 활동은 니트 당사자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일’에 대해 자유롭게 고민을 나누며 고립감을 줄이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여정을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는 시간이었습니다. 2개월 간의 프로젝트는 일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를 응원하며 마무리했지만 그 여정은 카누에 기록으로 남아 일에 대해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어 줄 수 있을 겁니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데 강압적인 게 하나도 없어서 오히려 '너무 느슨한데, 이러다가 중간에 그만두게 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어요(웃음). 하지만 모임에서 나누는 대화 주제나 내용이 참 좋아서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죠.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사실 고립감을 많이 느끼는 터라, 이렇게 정기적으로 사람들과 만나서 일상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제게 큰 위안이 됐어요.”
-일의 노 뉴멀을 찾아서 인터뷰 중 (인터뷰 전체 보기 👉 ‘일’이 아닌 ‘나’를 기준으로 삼는 ‘일의 뉴 노멀’을 고민합니다.)

누군가와의 만남은 어쩌면 여행일지도
다양성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해 우리에게 어떤 시선과 어떤 실천이 필요할지 고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호모인테르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다여다방 커뮤니티에서는 일상에서 발견한 다양한 사람, 이야기, 장소, 경험, 감정 등 우리의 다양성 여행기를 모으기로 했는데요. 인터뷰 팀, 맵핑 팀으로 나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팀에서는 다양한 세상을 마주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3편의 인터뷰 글을 발행했습니다. 맵핑 팀은 다양성을 마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때의 감정을 지도에 기록하는 다양성 감정 지도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다양성 여행을 함께 떠난 멤버들의 소개와 감정지도, 인터뷰를 모아 다양성 책자를 열심히 만드는 중인데요. 이렇게 일상의 만남과 감정을 따라 떠난 우리의 여행기는 카누에 고스란히 남아 또 누군가의 여행을 돕는 좋은 길잡이가 되겠지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두 편안하게 이 여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아가고, 함께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간 여정 자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여행할 때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거기까지 가면서 본 것들, 만난 사람들, 나눈 대화들이 더 기억에 남고 즐거운 것처럼요.”
-다양성을 만나는 다양한 방법 인터뷰 중 (인터뷰 전체 보기 👉 일상에서 다양성 여행의 루트를 만드는 사람들)

혼자서는 시작하기 어려우니까
다시의(衣)생활 커뮤니티는 오래 입고, 다시 입는 의생활을 제안하는 목적으로 다시입다연구소와 시민들이 함께 모인 공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의류 중 73%는 버려져 매립되거나 소각된다고 하는데요. 다시의생활에서는 이런 의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의류 교환 파티, 21% 파티를 함께 준비하고 진행했습니다.

다시의생활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21%파티

‘엄마랑 딸이 함께 하는 파티'로 컨셉을 정하고, 커피방향제 만들기 등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실천 방법들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행사를 통해 이슈에 관심있는 직접 만나고 교류하다 보니, 문제에 대해 아는 것에서 더 나아가 행동하는 것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각이나 토론에서 끝나지 않고 실행하는 시간까지 있었다는 것. 고민에서 시작해서 작은 움직임까지 한 사이클을 돌 수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 처음만 하거나 끝만 하는 경우도 많은데, 기획 이전 단계부터 마지막까지 할 수 있었어요."
-다시의생활 인터뷰 중 (인터뷰 전체 보기 👉 안 입는 옷을 가져오면 생기는 좋은 일)

어떤 이슈를 가지고 있나요? 커뮤니티에서 함께 할까요?
아무리 관심있는 주제라 할 지라도 서로의 생각을 모으고, 어떤 액션을 할 지 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액션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조정하는 노력들도 계속 필요하고요. 8개의 커뮤니티 실험실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나 보다 우리가 함께 한 과정이 그래서 더 소중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모임을 열고, 모임 안에서 논의하며, 액션을 만들어가는지. 안전하고 자율적인 커뮤니티라는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시도할지. 이슈 커뮤니티의 실험들이 계속 이어지고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지금, 우리의 작은 커뮤니티가 그 시작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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