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액션 가드닝’>은 “식물 이름도 잘 모르고, 땅도 없지만 도시에서 '정원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계절에 맞춰 좋아하는 가로수길을 찾거나, 보도블럭을 비집고 나온 이름모를 새싹에 감탄한 적이 있나요? 나의 것은 아니지만 우리와 공존하는 식물들과 어떻게하면 조금 더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도시 속 ‘액션 가드닝’> 커뮤니티의 미지 님과 유진 님을 만나 ‘정원 활동’을 통해 함께하는 일의 의미를 들어보았습니다. (<도시 속 ‘액션 가드닝’> 커뮤니티는 https://actiongardener.parti.xyz/ 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일단 너무 즐겁다. 길가에 있는 식물을 보고, 이름을 찾는 과정에서 단순 들풀이라고 여겼던 것들도 각자의 이름과 생활 방식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고 있다. 어렵게 어렵게 알아낸 이름을 가지고, 동거인에게 "이것의 이름은 000이야"라며 사실 잘 모르지만 뭔가 알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하는 것도 재밌다.

오늘 출근 길엔, 벼과처럼 보이는 식물을 보며, 저건 그라스와 뭐가 다르지, 크게 다른 거 같지 않은데 등등의 생각을 했다. 만약 우리가 '잡초' 정원을 하게 된다면, 노지의 잡초가 플랜터로 심겨질 때 얼마나 생존하게 될지 모르지만, 하게 된다면 충분히 정원 식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 속 ‘액션 가드닝’> 카누 페이지 “아일의 거리 식물 기록” 중

액션가드닝 커뮤니티 멤버들이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근처에서 자투리 땅을 찾아 정원을 가꾸고 구근 심기를 함께 하는 ‘액션가드닝’을 진행했다.



- 어떤 계기로 <도시 속 ‘액션 가드닝’> 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유진: “부모님이 꾸준히 정원 활동을 해오셔서 자연스럽게 식물과 함께 성장한 편이에요. 혼자 살면서 화초가 없으니 불안해서 직접 키우게 되더라고요.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 취직을 준비하면서 내가 계속 이 일을 하며 살면 행복할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 무렵에 이웃에 사는 어르신 정원에서 함께 분갈이를 하다가 문득 가드닝이 저에게 행복한 일이란 걸 깨달았어요. 이후에 진로를 조경 관리 쪽으로 고려하게 됐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 식물 관련 계정들을 구독하고 있었는데, <도시 속 ‘액션 가드닝’> 이슈 커뮤니티 게시물을 보고 참여하게 됐어요.”

미지: “저는 <도시 속 ‘액션 가드닝’> 이슈 커뮤니티를 제안한 ‘마인드풀 가드너스’의 활동에 평소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정원활동을 통해 커뮤니티의 일상을 회복한다는 ‘공동체 가드닝’이 궁금했거든요. 마침 <도시 속 ‘액션 가드닝’> 이슈 커뮤니티 모집을 직장일을 쉴 무렵에 봐서 참여하게 됐지요. 예전엔 가드닝에 대해 크게 생각이 없었는데, 최근 관련한 문화 컨텐츠가 눈에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그중에서도 ‘피크닉’에서 진행한 ‘정원 만들기’ 전시가 인상 깊었어요. 그 이후부터 제가 어릴 때부터 식물과 관련된 것을 좋아했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가장 좋아하던 동화책이 <리네아의 이야기>(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 레나 안데르손 그림)이었다든지요.”


- <도시 속 ‘액션 가드닝’>은 여태까지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정원 활동’, ‘액션 가드닝’은 어떤 경험인지도 궁금해요.

유진: “도시에 있는 자투리땅들, 그러니까 소유자가 명확하지 않은 땅을 찾아서 맵핑하고, 마지막 모임 때는 그 자투리땅들의 잡초를 정리하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그날 모두 식물에 관련된 선물을 가져와서 사람들이랑 교환하고, ‘씨앗 폭탄'을 만들어서 각자 동네 작은 땅에 뿌리는 이벤트도 진행하고요. 기존의 개인적인 가드닝보다 뭔가 넓은 범위에서 정원 활동을 한 것 같아요. 이를테면 잡초에 대해 함께 알아본다거나, 마인드풀가드너스에서 하는 전시회에 가서 다 같이 구근 심기를 하기도 하고요.”

미지: “‘액션 가드닝’이란 단어를 커뮤니티에 들어와서 접했어요. 제가 이해한 바로는 가드닝을 그저 관상을 위해 꾸미는 활동을 넘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이나, 기후위기 같은 큰 문제와 연결된 활동으로 보는 관점 같아요. 프로젝트도 진행했지만, 그 이전에 커뮤니티니까 모임 활동 자체도 재미있어요. 식물에 대한 수다를 떨기도 하고, ‘마인드풀 가드너스’에서 진행하는 ‘기후위기 정원활동 선언문’에 함께 참여하기도 하고요. 제 경우에는 원래 속해있던 다른 가드닝 커뮤니티에 선언문을 소개해서 공동으로 참여했는데요. 가드닝을 통해 연결망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액션가드닝 커뮤니티에서는 ‘씨앗 폭탄’을 만들어 도시 자투리 땅에 뿌리는 활동을 진행한다.

- 세계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활동 같아요. <도시 속 ‘액션 가드닝’>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달리 보게 된 것이 있나요?

미지: “요즘에는 길에서 자꾸 씨앗이 눈에 들어와요. 자투리땅 정리하던 날에 유진 님이 직접 채집한 씨앗을 갖고 오셨었거든요. 그 뒤로 길에 있는 씨앗들이 보이면서 직접 채종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가을 시즌에 열리는 씨앗이 많거든요. 분꽃 씨앗도 있고, 나팔꽃 씨앗도 있고요.”

유진: “정원이라는 개념이 되게 광범위하다고 생각해요. 물리적으로 식물을 심고 가꾸는 행위도 있지만, 사람들이랑 잡초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무슨 풀인지 알아보고 그 다음부터 그 풀을 알아보게 되는 것도 정원 활동에 포함된다고 봐요. 미지님이 씨앗을 채종하고 싶어지신 것처럼요. 저한테는 <도시 속 ‘액션 가드닝’>를 통해 가드닝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고 같이 평화롭게 식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 자체가 가장 값졌어요. 다른 멤버 분과 앞으로 제로웨이스트가드닝을 주제 삼아 공부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작은 소모임들이 더 생기는 것도 기대되고요.”

미지: “오랫동안 정원은 인간이 자연을 대상화하고 구획하는 활동이었지만, 이제 인간중심이 아니라 벌도 날아들고 새도 날아들 수 있는 ‘서식지로서의 정원’으로 변화해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도시에 있는 큰 건물의 조경을 아름다움과 편의성 외에도 주변 동식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정원 활동이 통해 땅과, 생태, 기후위기까지 연결됨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지역사회든 제가 속한 공동체든 앞으로 이런 액션을 이어가고 싶을 때 이들에게 운을 띄우면 함께 해줄 것 같아서, 지지기반이 생긴 것 같달까요.”


- 만약 친구에게 <도시 속 ‘액션 가드닝’> 커뮤니티를 추천한다면,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유진: “뭔가 멋진 소개말이 생각나진 않는데요.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식물 기르기를 자주 권장하는 편이거든요.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작은 식물이 많이 생겨요. 주변에 나눠주면서 한번 키워보라고 해요. 정원 활동이 너무 좋은 문화여서요. 식물이 자라는 과정은 정적이잖아요. 사람의 속도와는 다른 속도로 오롯이 진행되는데, 그 템포에 맞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뭔가 지향점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성공, 돈, 사회적으로 추구하는 것들 너머의 것이요. 내가 하는 모든 행위가 순환되어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되고. 플라스틱 컵을 보면 이게 흙에 돌아가는 시간까지 생각하게 되요. 화분 하나를 들이는 일이 이 마음가짐으로 이어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두가 각자의 작은 정원을 어떤 형태든지 가지고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커뮤니티가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나서 식물 이야기 말고 사는 이야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니까 고민 많고 낯가리는 사람도 좀 마음을 열 수 있고. 그런 고마운 모임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미지: “커뮤니티도 원하고, 가드닝도 원하는 친구가 있다면 꼭 소개해주고 싶어요. 새로운 만남에 대한 마음도 열려있고 가드닝도 하고 싶다면 정말 좋은 커뮤니티에요.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저한테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살면서 드는 고민이 있잖아요. 저는 요즘 어떻게 살고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를 많이 생각하는데 커뮤니티에서 만난 분들을 통해 여러 가지로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냥 이렇게 살아도 큰일 안 나는구나. 내 옆에 비슷한 사람을 두어도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액션가드닝의 활동소식과 기록들은 빠띠 카누에서 살펴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커뮤니티를 잘 지속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미지: “저희가 매주 수요일에 늘 온라인으로 모이는데 사실 중간에 한 번 힘이 빠졌던 때가 있어요. 그때는 사람이 너무 적게 와서 제가 감히 ‘우리 오늘은 그냥 얘기하고 놀자, 다음 주에 사람들 더 오고싶게 재밌게 놀자!’고 제안하고 사는 얘기를 정말 많이했어요. 헤어지기 싫을만큼 재밌더라고요. 저한테는 그날을 기점으로 진짜 커뮤니티가 된 느낌이 있어요.

물론 그래도 역시 ‘일을 계속 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안 그러면 흐지부지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활동보다는 각자 자기 삶의 인력이 더 크니까요. 그래서 제로웨이스트가드닝 공부 모임 기대되고 끼어들고 싶어요.”

유진: “저도 미지님 생각과 일치해요. 일단 마음은 다들 닿아있으니까 일을 벌려서 뭔가 하는 게 봄이 되면 다시 생기지 않을까요? (미지: 그때 되면 의지가 불타오를 것 같아요.) 저희 커뮤니티는 계절과 함께 가는 것 같아요. 봄이 되면 슬슬 환호하며 모이고, 여름엔 잡초 정리하고 가을엔 채종하고, 겨울에는 월동하고 그런? (웃음)”

인터뷰 진행·정리 : 백희원
편집 : 빠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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