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의외로 쉽지 않지요. 고정관념과 다른 가치관을 가졌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종(種)평등한 언어생활’은 동물권의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 통하는 말을 찾기 위해 만든 이슈 커뮤니티입니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동물 비하·혐오 표현을 찾아내고, 원인을 분석하며, 대체어를 고안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커뮤니티 멤버인 또치님, 버드님을 만나 더 평등한 말을 찾아내는 일의 고민과 즐거움을 두루 들어봤습니다. (‘종평등한 언어생활’ 커뮤니티는 https://alw-language.parti.xyz 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돼지처럼 살 쪘다', '🐔닭대가리', '🐮소처럼 미련한'…누군가를 모욕하거나 얕잡아 말할 때 이처럼 동물에 빗댄 표현을 쓰곤 합니다.
🐷돼지, 🐔닭, 🐮소가 알면 '아니 이런 인간 같은 $%&#@~' 할 일입니다. 또 '일거양득'이라고 하면 될 것을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꿩 먹고 🥚알 먹고' 라 하죠. 굳이 동물을 잡거나 먹을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죠😰.
종평등한 언어생활 커뮤니티에서는 일상에서 사람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동물 비하·혐오 표현😈이나 동물 학대·착취를 정당화하는 표현👿을 찾아보고, 이런 말들을 대신해서 쓸 종평등하고 무해한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봅니다."
-종평등한 언어생활 소개 글



Q. ‘종평등’이라는 용어가 생소합니다. <종평등한 언어생활>이라는 커뮤니티명은 어떤 의미인가요?

버드: “‘종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생활이요. 우리는 인간이 비인간동물보다 더 중요하고 우위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도 동물의 한 종일 뿐인데요. 인간을 동물에 빗대는 말이 대체로 비하적 표현이라는 걸 생각하면 쉽게 와닿으실 거예요. ‘여우같다’고 하면 교활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되고, ‘곰같다’고하면 미련하다는 뜻이 되잖아요. 하지만 실제 여우나 곰은 그런 부정적인 모습과 사실 아무 관련이 없어요. 인간이 동물을 낮잡아 보고 대상화해서 생긴 인식과 표현인데, 이런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실천이 <종평등한 언어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치: “동물의 속성이나 특성같은 걸 표현할 때도 차별적인 말을 써요. 비인간동물의 신체부위를 설명할 때 인간에게도 있는 기관인데 서로 다른 언어를 쓰죠. 예를 들면 ‘삼겹살’ 같은 부위는 사실 인간에게도 있는 부위지만 비인간동물에게만 사용돼요. 사람의 이는 치아라고 하고, 비인간동물의 이는 이빨이라고 하는 것도요.”

물고기 아니고 물살이 캠페인 이미지

Q. 두 분은 어떻게 종차별적 언어에 대해 인식하고, <종평등한 언어생활>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또치: “저는 원래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동물권에도 접근하게 된 것 같아요. 직업으로 삼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의제와 관련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SNS에서 빠띠 계정과 동물해방물결 계정을 구독하고 있다가, 두 조직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알게 되어서 ‘이건 안 하면 안 되겠다’ 했지요.”

또치 : “평소 비속어 사용에 스스로 엄격한 편이에요. 우리가 뱉는 말에는 자기 마음과 상태가 반영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생각을 동물을 비롯해 모든 공존하는 생명에 적용하는 시도에 함께하고 싶었어요. 또 일상에서 비거니즘이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 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이런 활동을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활동을 통해 진로도 탐색해볼 겸 해서요.”

버드: “저는 학교에서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고 있어요.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먼저였고, 기후변화 문제를 고민하다가 이산화탄소 배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공장식 축산’의 실태에 대해 알게 되었지요. 이게 계기가 되어 채식도 시작하면서 비거니즘을 접하게 되었고, 타고 타고 가다 동물권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그때 동물해방물결의 게시물을 봤는데, 거기 소개된 종차별적인 표현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평소에 나도 모르게 종차별적인 표현을 쓰고 있었단 걸 깨달았고, 제 언어생활을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더 자세히 알고 싶었어요. 동물권이라는 개념이 윤리적 논쟁과 철학적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언어생활에 적용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SNS에서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관심 있는 이슈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는 건 어떤 경험인가요?

버드: “저는 이렇게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건 처음인데요. 일단 마음껏 이런 주제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너무 재밌어요. 배울 점도 있고.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만나서 지금은 약간 사이버 친구 느낌인데(웃음)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우연히 다른 활동에서 멤버 분들을 만나기도 하면 반갑고요. 올해 안에 오프라인 모임을 꼭 갖기로 했는데 그러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중이에요.”

또치: “나이를 먹어가고 생활이 변화하면서 관계도 달라지잖아요. 어릴 때는 지역에서, 학교 통해서 만나고 대학은 전공을 통해 관계가 생기고. 앞으로 새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관심사나 가치관을 통하게 되겠구나 싶어요. 이런 경험으로 그런 만남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종평등한 언어생활> 커뮤니티처럼 이슈나 관심사로 만나는 일은 나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만드는 일 같아요.”


Q. <종평등한 언어생활> 커뮤니티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버드: “일단 우리 주변의 종차별적 언어들을 찾아봤어요. 단어, 책, 영화, 매체에서 발견한 표현을 공유하고 그 어원에 대한 뉴스기사나 논문 등을 리서치해보고요.”

종평등한 언어생활 위키페이지. 종차별적인 언어 표현을 커뮤니티 멤버들이 함께 위키로 모으고 있다.

버드: “그리고 ‘종차별철폐의 날’인 8월 25일부터 시작되는 동물해방물결의 2021 동물권 행진에 맞춰 캠페인을 했어요. 저희는 “‘물고기’ 대신 ‘물살이”라는 슬로건을 꼽았습니다. ‘고기’는 “식용하는 온갖 동물의 살”이라는 뜻이에요. 물에 사는 존재를 인간의 먹거리로 대상화해서 불러온 거죠. 저는 평소에도 ‘종차별적인 언어’를 처음 설명할 때 ‘물살이’라는 단어를 꺼내요. 어류에 대해 말할 일이 있어서 물살이라는 표현을 쓰면 자연스럽게 상대가 그게 뭐냐고 묻더라고요. 기회다 싶어서 ‘우리가 소를 소고기라고 부르지 않듯, 물고기도 물고기라고 부르면 안되지 않을까?’하고 말하면 보통 이해 하더라구요. ‘물살이’라는 표현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버드: “개인적으로 이 캠페인을 하면서 처음으로 웹사이트 만들기에 도전해보기도 했어요. 안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했는데 개발을 몰라도 할 수 있는 툴들이 많아서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다른 분들이 UI, UX를 함께 봐주셨고요.”

또치: “캠페인 외에 꾸준히 줌 모임 하는 것도 주요 활동이에요. 프로젝트도 있지만 커뮤니티니까 서로 알아가고 가까워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일 때문에 처음 한두 번 빠지기도 했는데, 참여하는 마음이 약해지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의지로라도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했어요. 줌 모임에 들어가면 너무 재밌어요.”

버드: “맞아요. 한 번은 대부분 멤버가 못 와서 참여자 셋이서 한참 수다만 나눴는데 의외로 너무 즐거웠어요. 말도 더 쉽게 나오구요. 목적없는 모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치: “그래서 다음 모임은 책읽기 모임이에요. 초반에 너무 프로젝트로 달려서 재미있는 것도 해보자는 마음에 제안하게 됐어요. (웃음)”



Q. 커뮤니티 운영도 궁금해지네요. <종평등한 언어생활> 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나요?

버디: “저희는 주로 줌 모임으로 만나고 있어요. 상시소통은 빠띠 카누 앱을 활용하고 있는데 카톡이나 슬랙처럼 실시간 대화 중심이 아니니까 좀 더 느슨한 소통이 가능한 것 같아요.”

또치: “처음에는 <종평등한 언어생활> 프로젝트를 시작한 빠띠와 동물해방물결에서 주도적으로 모임을 공지하고 줌 모임을 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른 구성원들도 더 깊이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초반에는 내가 이걸 해도되나 머뭇거리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익숙해지기도 하고, 못해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고 편안해지더라고요.”


Q. <종평등한 언어생활> 행동강령도 있던데요?

버드: “동물해방물결에 비건 클럽이라는 커뮤니티가 있는데 저희와 유사한 지점이 있어서 그곳 행동강령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저희는 비거니즘을 지향하니까 “동물성 성분이 포함된 논비건(Non-vegan) 제품 또는 동물 실험을 거쳐 생산된 논크루얼티프리(Non Cruelty-free) 제품은 절대 전시하거나 홍보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거기서 따온 거에요. 모든 내용이 너무 중요해요.”

또치: “행동강령을 정할 때 멤버인 빵장님이 몇 가지 행동강령 레퍼런스를 주셨었는데, 저는 그 중에 ‘안전한 모임’에 대한 내용이 다가왔던 것 같아요. 왜냐면 아무리 ‘종차별적 언어’를 배제하려고 노력해도 저 역시 이미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까 종차별 뿐 아니라 성차별이나 다양한 지점에서 잘못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 틀릴 수도 있고, 그에 대해 모임 안에서 건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안전한 모임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합니다. 이런 규칙이 있다는 것 자체가 모임에 대한 책임감과 소속감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종평등한 언어생활 커뮤니티 멤버들 모습

Q. <종평등한 언어생활>가 앞으로도 잘 운영되려면 뭐가 가장 필요할까요?

버드: “일단 재미가 중요한 것 같아요. 취지나 목적, 이슈도 중요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계속하기 어려워서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재미를 느끼는 게 어렵지만 중요한 것 같고요. 지금 생각나는 건 캠페인 이벤트 같은 거요. 생각보다 참여율 높이기가 어렵더라고요. 경품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는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니까 그에 걸맞은 이벤트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지만요.”

또치: “저도 재미가 중요한 것 같아요. 멤버십을 더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단 생각이 드네요. 사실 종평등한 언어 생활을하려면 완벽하게 지켜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분위기가 경직될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으려면 소규모로라도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할 것 같아요.”

버드: “인원을 더 늘려야 할지도 고민이에요. 처음 시작한 멤버 중에 바빠지면서 프로젝트 참여가 어려워진 분도 계시거든요. 하지만 또 커뮤니티를 완전히 오픈해버리면 우리가 느낀 안전함이 계속될까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은 모임의 초기니까 방향이 좀 더 정해지고 나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종평등한 언어생활>에서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또치: “이번에 새롭게 책 모임을 하게 되었는데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만남이 가능해지면 비거니즘 식당이나 제로 웨이스트샵에 가보거나 함께 플로깅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

버드: “저는 이 커뮤니티 하면서 언어의 중요함을 많이 느꼈어요. 언어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이 언어를 만들고. 그런데 한국에선 종차별적 표현을 언어학적으로 연구한 게 없다. 외국엔 그런 자료가 좀 있었거든요. 이런 자료들을 번역하거나 우리 사회에 맞는 이야기로 풀어내거나 하는 식으로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버드: “‘물고기’ 대신 물살이 캠페인에 아직 참여하실 수 있거든요. 혹시나 이 인터뷰를 읽고 관심이 생긴 분이 계신다면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캠페인 참여하기 https://campaigns.kr/campaigns/435/pickets)

인터뷰 진행·정리 : 백희원
편집 : 빠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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