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민주주의 항해일지 1.0] 4화. 시민협력플랫폼을 향해 한 걸음 더 앞으로’에 첨부된 인터뷰입니다. 인터뷰를 보시기 전 4화를 미리 읽어보시길 권장합니다.

  • 빠띠가 시민협력플랫폼의 개념과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서울’(민서)은 아주 소중하고 중요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민서의 운영을 맡은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신 오관영 선생님을 만나 민서의 성과와 의미, 시민협력플랫폼을 포함한 시민참여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관영 선생님은 함께하는시민행동, 경실련 등의 시민사회단체에서 20여 년 간 활동하며 시민 주권 강화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시민협력플랫폼 운영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의 의지’

빠띠(이하 빠) : 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민서에 대해 누구보다 전문가이실텐데요. 이와 같은 시민협력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오관영(이하 오) : 지방자치제도, 시민참여의 기본정신은 민주주의입니다. 주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현재 상황에서는 리더의 생각과 의지가 중요합니다.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내주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행정을 운영하는데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과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 정책을 실현하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에요. 민주주의 서울의 대표적 사례인 난임부부 지원, 길고양이 보호 정책 모두 시민건강국이 담당하는 정책입니다. 담당 부서에서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서울 운영팀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민주주의 서울을 담당한 위원회는 시민의 제안을 받고 이 제안이 논의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죠. 리더가 시민제안이 중요하고 실현되야 하는 일이라는 의지를 표명해야만 작동할 수 있지요.

한편으로 의회의 견제도 어려운 조건입니다. 플랫폼이라고 하는 건 시민의 참여와 권한을 강화하는 어찌보면 직접민주주의적 성격을 가졌는데, 현재 우리 정치제도는 대의민주주의잖아요.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은 의회인데, 행정이 이런 플랫폼을 운영하는 게 의회의 권한을 침범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거죠.

전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오관영 위원장

대의되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빠 : 선생님이 보시기에 민서의 가장 큰 장점 혹은 특징은 무엇이었나요?

오 : 빠띠가 의도한건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 서울의 의미를 저는 이렇게 읽고 설명해왔어요. ‘대의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의하는 공간’. 힘있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낼 수 있죠. 그런데, 난임 부부의 경우만해도요. 저출산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라고 하면서도 아이를 가지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행정이 들어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2020년에는 장애 아동 병원에 대한 지원 같은 토론도 있었고요.

그래서 민주주의 서울은 대의민주주의에서 대의되지 못하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필요하고, 위원회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행정 안에서도 설득이 가능한 이유거든요. 누구든 동의할 수 있고요. 이런 의미 부여를 계속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런 활동이 지속될 수 있어요.

빠 : 빠띠가 민서를 운영하면서 ‘시민제안워크숍’이나 ‘서울시가 묻습니다’ 등의 행사 주제를 선정할 때 기준 중 하나가 ‘다양성’이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참여의 경험이 없거나 참여의 방법을 모르는 시민을 먼저 찾아가자고 했고요. 디지털과 시민참여의 경험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요.

오 : 민주주의 서울이 대의제와 충돌한다고 하는데, 대의되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회에도 힘이 될 수 있어요. 국가적으로 봐도 의회가 이런 시민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정책을 만들어야죠. 그런데 그 길이 막혀있다보니 다들 청와대로 직접 향하는 거예요. 집행을 하는 행정부가 아니라 의회가 역할을 해야하는데 말입니다.

빠띠는 민서를 운영하며 행사 주제를 선정할 때 기준 중 하나로 '다양성'을 고려했다. 사진은 '시민제안워크숍 - 어린이 놀 권리' 편.

자치구 권한 더 강화되어야

빠 : 지금까지는 시의회가 제안의 실행 과정에 초대되는 정도지만, 사실 민서의 발전 전략에는 자치구와 서울시 산하기관, 장기적으로는 시의회와의 연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진전되었나요?

오 : 서울시 산하기관과의 연계는 시범 운영을 해봤는데, 자치구하고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예산이 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자치구의 권한이 더 강화되어야 가능할 겁니다. 시민들도 구정에 관심이 없어요. 서울시에 이야기하는 게 더 쉽고, 예산도 많고, 편하거든요. 참여예산과 직접민주주의는 주민과 제일 가까운 동 주민센터, 구에서 진행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천만도시 서울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하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고민이 있었는데요. 서울에는 25개 자치구가 있지요.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어요. 서울시에서 모든 걸 끌고 가다보니 다 똑같은데, 구별 또는 권역별로 다른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공공기관이나 자치구에서 민주주의 서울처럼 인력을 투입해서 운영하는 곳이 없다는 문제도 있어요. 플랫폼도 마찬가지고 참여예산사업도요. 시에서는 과 단위가 움직이는 사업이지만 공공기관이나 자치구에서는 대부분 담당자 1~2명이 전부죠. 플랫폼 구축이 문제가 아니라 운영이 문제입니다. 운영 인력이나 예산까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건 제도적으로 어렵고요. 그렇다 보니 다시 단체장의 의지를 이야기하게 됩니다. 시민참여, 주민참여예산 잘하는 자치구는 일을 할 사람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서울시가 민주주의 서울을 할 수 있는 건 실력있는 공무원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획, 실행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적절한 자원이 있기에 가능한 부분이 있죠.

디지털은 시민참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빠 : 코로나19 상황에서 디지털을 활용한 참여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데, 시민참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보시나요?

오 : 아직 익숙치 않기는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민주적인 것들이 있어요. 화상회의를 하면 회의시간을 잘 지킵니다. 관리자가 적절하게 시간을 배분하니 발언 기회도 여러 사람에게 주어지더라고요. 면대면보다는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청년들의 참여가 많아지는 장점도 발견했어요.

온라인 숙의가 가능햐나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명 장점이 있어요. 발언을 독점하던 기성세대가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경향이 있어요. 이 부분을 어떻게 잘 살릴까 고민이 들고요.
토론이 활성화되는 건 어렵긴 합니다. 퍼실리테이터를 소모임마다 모두 투입해야 하는데, 적지 않은 인력과 기술이 들어가더라고요. 이 부분은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해보입니다.

행정은 앞으로 많이 바뀌어야 합니다.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했던 많은 부분을 새롭게 바꿔야겠죠. 행정은 서류를 점검하는 것에 익숙한데,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행정이 주도권을 갖고 관리하는 방식을 따른다면 더 많은 통제를 가져오겠죠.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서울시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와 다양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협력반을 구성해서 운영했어요. 온라인 민주주의도 준비되어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메르스 때의 경험을 토대로 과도할 정도로 많은 정보를 공개했어요. 시민들은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훌륭하게 대처했지요.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또 올 수 있다고도 하는데,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해요. 의지를 가지고 민주주의 서울 같은 플랫폼을 유지하고, 실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운영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민주주의 서울(https://democracy.seoul.go.kr)

빠 : 코로나19 이후, 시민참여 사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시민협력플랫폼에 대한 기대를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오 : 민주주의 서울, 서울시민회의 등을 운영해보니 시민참여 사업 전반에서 의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민주주의 서울처럼 모든 것을 열어놓고 제안을 받으면, ‘우리 동네에 이런 걸 만들어주세요’를 넘기 어려워요. 참여예산사업도 마찬가지죠. 짧은 시간에 범위 제한 없이 제안을 받고 숙의해서 정책화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민주주의 서울과 연계한 참여예산 사업을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에만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가요. 담당자들이 정말 힘들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의제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가 있는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서울시민회의는 올해 기후위기를 주제로 진행했어요. ‘시민이 직접 의제를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물론 그것도 좋죠. 하지만 시민이 참여해서 숙의하는 과정에서는, 의제를 명확히 정하고 관심있는 사람들이 참여해서 집중적으로 논의를 하면 어떨까 해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델 만들어지길,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도 존중받아야

빠 : 빠띠는 앞으로도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시민참여, 시민협력 활동을 만들어나가는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빠띠에 제안하거나,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들려주세요.

오 : 앞으로 빠띠가 만들고 있는 디지털 기반의 시민참여 활동이 일상화 되겠지요. 지방자치법이 바뀌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많이 열렸어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의회중심의 모델도 있을 수 있겠고요. 비대면 숙의가 필요한 상황이 계속될테니, 그에 적합한 도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문화가 바뀌는 것도 필요해요. 서구는 시민 한 사람의 목소리가 존중받는데, 우리는 조직된 시민의 목소리가 더 큰 힘을 갖죠. 민주주의 서울에서 50명, 500명의 공감 기준을 잡은 것처럼, 디지털 민주주의에도 세력화를 중요시하는 문화나 제도가 반영되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 이를 온라인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서울시민회의를 운영하면서 유튜브 중계를 했는데, 화상회의 말고 유튜브 시청에만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의결권을 주지 않았어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중계를 열어놨는데, 토론과 관계없는 비방을 하거나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법도 필요합니다. 빠띠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데모스엑스 본부(d.all@parti.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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