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2020년은 어떤 해였나요? 열이면 아홉 이상의 분이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었다’고 답하실 것 같은데요. 빠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빠띠의 2020년 한 해를 돌아보았습니다.

[2020년 회고 ⑤ 빠띠] 오늘의 민주주의 얼마나 나아졌나요?

디지털 전환과 민주주의, 플랫폼 협동조합에 대한 빠띠의 생각


지금까지 2020년 빠띠의 4개 팀 ―실시간공론장팀, 카누팀, 공론장팀, 데이터본부―의 활동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빠띠 각 팀의 활동은 보통 기업의 부서들처럼 서로 다른 사업 부문을 맡는 구조라기보다는 언뜻 겹쳐보입니다. 이는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나은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라는 빠띠의 가치가 복잡한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각 팀이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층위의 현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유와 협업은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의 조직 문화이기도 하고요.

빠띠의 민주주의 활동가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매일 바쁘고 부단하게 일하며, 서서히 민주주의의 기반을 전환해 나가는 큰 변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글은 이 느린 변화의 관점에서 빠띠의 2020년을 돌아보기 위해 ‘디지털 기술’, ‘플랫폼 협동조합’, ‘디지털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앞서 만난 일상의공론장팀의 단디, 믹스팀의 람시, 실시간공론장팀의 쇼니, 카누팀의 씽, 데이터본부의 제이피와 함께 공동 설립자인 달리와 시스까지 무려 일곱 명의 활동가가 함께 나눈 대화를 남깁니다. (이 글을 좀 더 입체적으로 읽고 싶다면 2020년 빠띠의 항해지도를 먼저 읽기를 권합니다)

디지털 전환이 가져온 새로운 풍경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된 한 해 빠띠 활동가들이 본 풍경은 어땠을까요? “디지털에 심리적 거부감을 갖던 분들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는 계기가 됐죠. 전반적으로 기초자치 단위의 거버넌스 활동이 위축된 것 같지만 다른 한편 시공간의 제약이 줄어들면서 그동안 올 수 없었던 새로운 주체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과정도 디지털 공간에 아카이브 되었습니다” 단디 활동가의 말처럼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더 개방적이고 투명한 공론장이 만들어졌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주권, 공익데이터 및 시빅해킹과 같은 새로운 의제가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 활동이 공적 마스크 재고앱 서비스와 시빅 해커(시민 개발자) 커뮤니티인 코드포코리아로 이어지면서 디지털 시민 주권에 대한 논의로 발전되었죠.” 시스 활동가의 말입니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측면도 있습니다. 불안과 공포가 팽배해지며 가짜 뉴스들이 기승을 부렸고 이는 시민들 간의 신뢰를 파괴함으로써 공론장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빠띠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방송기자연합회, 피디연합회, 기자협회와 함께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팩트체크를 진행하는 플랫폼 '팩트체크넷'을 만들었습니다. 별도 재단으로 설립을 마친 팩트체크넷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도록 빠띠는 운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덫은 형식적 민주주의입니다. 단디 활동가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디지털 기술을 비대면의 도구로만 활용하려는 경향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데이터 본부의 제이피 활동가도 “단순 참여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입을 뗐습니다. “권한도 제공되어야 참여하는 시민들이 모두를 위한 공익적 관점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의사결정에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공공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자연히 데이터의 투명성과 신뢰도, 더 나아가 잘 가공된 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겠지요.”

플랫폼 협동조합: 공공재로서의 민주주의 기술

람시 활동가도 앞선 이야기에 공감하며 디지털 전환이 공익과 공공재, 민주주의를 강조하기보다는 영리 상품이나 물류 유통, 비대면 서비스 같은 자본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공공성을 지향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민주적인 소유 구조를 취한 빠띠는 “자율과 분권에 기초하여 공공재를 운영하는 시스템으로서의 민주주의” 그 자체가 다시 "사회의 핵심 디지털 공공재(커먼즈)"로 자리잡을 때 "일상의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한다고 믿습니다. 빠띠가 공공재로서의 민주주의를 만드는 플랫폼 협동조합을 추구하는 까닭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풍요를 누리면서,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더 많은, 더 나은 민주주의가 꼭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민주주의가 디지털 기술을 만나 혁신적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그 때 사용하는 디지털 기술은 또한 디지털 공공재의 하나인 열린 기술이고 시민의 기술이어야 해요. 그래야만 디지털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자 가치인 투명성과 개방성 같은 요소들을 내재화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을 사회의 공공재로 위치시키고,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하려면 플랫폼을 소유하는 곳이 협동조합이어야 가능할 것 같았어요. 플랫폼 협동조합을 통해 시민과 함께 소유하고, 시민의 기여를 요청하고, 함께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기대해요.” 시스 활동가는 말합니다. 열린 기술, 디지털 공공재, 탈중앙화와 같은 개념들은 빠띠의 프로젝트들 곳곳에서 발견되는 특징들입니다.

달리 활동가는 빠띠가 협동조합인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플랫폼 협동조합이라는 가능성이 빠띠가 조직으로서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영리기업이 만드는 서비스들이 주주의 이익이나 시장 원리에 따라 돌아가고, 그로부터 기술의 독점 같은 문제들이 팽배하고 있지 않습니까. 빠띠는 이 상황을 고민하는 시민들과 함께 하며, 플랫폼으로서 빠띠를 시민들과 공공적으로 만드는 방식을 취합니다.”

실제로 빠띠는 빠띠가 만든 민주주의 기술들을 공유재로써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시민들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해왔습니다. 빠띠의 민주주의 활동가들도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일하고 있지요. “단디님, 쇼니님이 시민협력 플랫폼 사업을 리드하면서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현장 활동가들이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그 경험을 다시 달리님, 씽님, 람시님이 속한 플랫폼 본부에서 플랫폼을 개선하는데 활용하죠.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결과물들을 다시 사회에 공공재로 내어 놓고, 현장에 계신 활동가분들이 활용하고 성장하며 사회 곳곳으로 혁신적인 민주주의가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시스 활동가는 말합니다.

진화하는 디지털 민주주의 생태계


그렇게 빠띠 활동가들이 현장과 플랫폼 개발을 오가는 사이에 빠띠의 민주주의 플랫폼은 늘어났습니다. 시민주도 공익데이터플랫폼 빠띠 데이터퍼블릭과 실시간 숙의를 통한 의사결정을 위한 빠띠 타운홀,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숙의가 일어나는 공론장 및 정책 플랫폼 빠띠 믹스, 시민들이 쉽고 빠르게 캠페인을 시작할 수 있는 플랫폼 빠띠 캠페인즈, 협력적 이슈 커뮤니티와 워킹 그룹을 위한 빠띠 카누(전 ‘빠띠 그룹스’)가 그것이지요. 팩트체크넷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빠띠 플랫폼 각각의 역할이 궁금하다면)

“카누팀은 지금까지 빠띠 그룹스라고 불렀던 플랫폼을 빠띠 카누로 바꾸고 개인이나 조직이 쉽게 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소개를 드리려고 해요. 그간 빠띠 그룹스라는 이름으로 커뮤니티를 많이 만들어왔는데요. 정책제안 플랫폼인 ‘버터나이프크루’라든지, ‘기획자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협력적 커뮤니티를 넘어 커뮤니티들 간에 협업을 촉진하면서 카누라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켰고, 플랫폼 안에 빠띠가 지향하는 조직 문화를 반영했습니다.” 씽 활동가가 소개하는 빠띠 카누는 커뮤니티의 가이드와 소개, 정체성이 여러 사람의 기여로 누적되는 위키 기능을 핵심으로 논의와 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설명을 듣다 보니 빠띠 카누의 커뮤니티에 모인 시민들이 빠띠 캠페인즈에서는 시민 주도 캠페인을 진행하고, 빠띠 믹스에서는 해당 주제의 공론장을 만들어 솔루션을 도출하며, 빠띠 데이터퍼블릭에서 이러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공익데이터를 수집해 시빅해커들이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프로세스가 떠올랐습니다. 처음 빠띠 플랫폼을 공개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항해 중인 빠띠의 활동가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단디 활동가는 참여의 수, 동의의 수로 일회성 논의에 그치는 기존 “정책제안 플랫폼” 대신 “시민협력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참여를 넘어 협력이 일어나도록 시민들이 제안 뿐 아니라 숙의와 토론,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빠띠 믹스가 만드는 일상의 공론장에서 빠띠 카누가 만드는 커뮤니티로 갈 수도 있고, 순서가 바뀌는 것도 가능하고, 다양한 적용 사례들을 만들수 있겠죠.” 시민이 직접 공론장을 설계하고, 커뮤니티도 만들 수 있는 빠띠 플랫폼의 생태계 안에서라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달리 활동가는 “민주주의 OS(Operating System, 운영체제)”라는 말을 소환했습니다. “조직을 만들 때부터 빠띠에서는 민주적 소통과 협력이 무엇이고, 어떤 의사결정 절차가 필요한지 고민을 했었고,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면서 아는 곳에서 모르는 곳으로 이동해 왔어요. 플랫폼 하나 하나를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의 필요에 따라 적응하며 점진적으로 만들어 왔어요. 빠띠의 비전과 미션은 계속 변화해 왔습니다.”

변함없이 변화하는 빠띠

2020년에도 빠띠는 목표했던, 또 예상하지 못했던 도전을 계속해 왔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나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현장이 있다면 주제에 상관없이 협업했고, 시민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역량을 제공하는 민주주의 플랫폼들을 만들어 내면서 디지털 기술을 시민의 힘으로, 우리 모두의 것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요. 이해관계자 숙의 공론장, 협력적 커뮤니티, 시민주도 캠페인에 이어 공익데이터 영역의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고요. 빠띠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갈까요?

빠띠에서 앞으로도 변화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 것 같으냐는 질문에 쇼니 활동가는 이렇게 입을 뗐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요. 변화하는 시민들에게 계속 적응하며 변화하겠지만 시민을 만난다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더 나은 민주주의, 더 많은 민주주의를 경험할수록 그 다음 단계의 민주주의를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되면서도 동시에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민주적인 것의 범위는 계속 확장되고 변화하는 것 같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합니다. 민주주의의 범위가 확장될수록 시민의 범위도 함께 확장되는데 춤추듯 함께 움직이는 게 저희 역할인 것 같습니다.”

사업목표 대신 항해지도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일까요? 다섯 번에 걸쳐 빠띠의 활동가들을 만나며 바다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것이 궁금해졌습니다. 파도가 바다의 움직임을 이끌어나가는 것일까 아니면 바다가 파도를 만드는 걸까? 과학자들의 정의는 모르겠지만 아마 파도 없이는 바다도, 바다 없이는 파도도 없겠지요.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 같아보이다가도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한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의 활동이 민주주의의 바다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변화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물론 이는 우리도 빠띠의 움직임에 맞춰 함께 움직여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빠띠는 2021년에도 새로운 민주주의 방법론을 찾고,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들, 기업,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 다양한 협업 파트너들을 찾고 있습니다. (끝)

이어서 읽기

  1. [2020년 회고 ①실시간공론장팀] ‘진짜’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디테일들
  2. [2020년 회고 ② 카누팀] 자유롭고 안전한 커뮤니티들의 사회
  3. [2020년 회고 ③ 공론장팀] 변화는 혼자서 단숨에 만들 수 없으니까
  4. [2020년 회고 ④ 데이터본부] 데이터가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면
  5. [2020년 회고 ⑤ 빠띠] 오늘의 민주주의 얼마나 나아졌나요?

글 | 백희원 decembre.hw@gmail.com
편집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 찐쩐 gj@parti.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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