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혁신하고 확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본 글은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http://www.sdm.go.kr/social/) 에서 진행하고 작성한 [소셜라운드 입주기업 인터뷰] 내용입니다.

사실 ‘민주주의’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요. 민주주의를 조금 더 친근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민주주의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입니다. 빠띠는 정부나 기관, 단체가 시민, 이해관계자들과 쉽게 협업할 수 있는 공론장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시민들이 캠페인을 주도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한편 공익데이터를 모으고, 다양한 방식의 민주주의를 실험해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빠띠는 민주주의 문화를 혁신해서 사회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는데요. 그룹스팀의 씽과 소년, 이레를 만나 빠띠의 커뮤니티 사업과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빠띠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씽) 빠띠는 ‘더 민주적인 세상'을 만드는 민주주의 활동가들의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민주주의를 지금 이 시대에 맞게 혁신하고, 사회와 일상 속으로 확산하는 미션을 갖고 활동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그룹스팀은 일상에서 커뮤니티를 쉽게 조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과 툴킷(도구들)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뜻이 맞는 파트너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맞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요?

(소년) 이전에는 한정된 사람들이 모여 찬반을 논의했다면,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의견을 모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정치참여의 형태도 기존의 시민단체 중심 활동에서 가볍게 모였다 흩어지는 커뮤니티로 변화하고 있구요. 개인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사회 분위기도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개인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씽) 사회문제의 성격도 달라졌어요. 이전의 경제발전, 민주화 같은 이슈는 찬반이 뚜렷하게 나뉘는 문제였다면 지금은 훨씬 복잡합니다. 기후 위기나 젠더 이슈, 세대 갈등 등의 경우 정답이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가뿐만 아니라 문제 당사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잘 풀어나가기 위해서라도민주주의가 잘 작동해야 한다 생각해요.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소년)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상근활동가가 아닌 분들도 빠띠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어요. 사회적협동조합은 다양한 사람들이 조합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현재는 직원 조합원이 14명, 생산자(프리랜서) 조합원이 3~5명이고요. 앞으로 조합원을 더욱 늘려갈 생각입니다.

(씽) 협동조합을 만들기엔 초기에 인원이 부족해서, 유한책임회사로 만들었다가가 2019년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는데요, 민주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법적인 강제성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고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익을 지향해야 하죠. 이런 특성이 저희가 생각하는 조직의 모습과 잘 맞는 법적 형태라고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그룹스팀의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소년) 여성가족부, 진저티프로젝트와 함께 진행했던 ‘버터나이프크루’ 프로젝트를 들고 싶은데요, 여성가족부에서는 청년들이 좀 더 참여적으로 성평등정책을 만들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기존의 방식이라면, 주제별로 분과를 나누고 그 속에서 정책 아이디어를 모아 문서화했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이 100명 정도의 청년이 젠더이슈를 같이 해결하는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보았고, 구성원 모두가 토론하고 함께 만든 정책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했어요. 그래서 15개 팀에서 각자 정책안을 만들되, 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관심 있는 정책안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100명이 공동으로 하나의 정책안을 만들어내는 거죠.

실제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나요?

(씽) 문턱을 낮추기 위해 ‘버터나이프크루’ 전용 플랫폼을 만들고 재밌는 컨셉을 더했어요. 정책안에 참여하는 것을 나이프(칼)로 버터를 잘라 나눠주는 것에 비유했어요. 또 정책 문서를 ‘버터 보드’라고 부르고 누군가 수정하거나 내용을 덧붙이면 ‘버터를 더한다’고 했죠. 사례를 추가한다던지, 기대효과를 정리해서 수정하는 식으로요. 많은 이들이 조금씩 덜어준 버터 조각이 모여 하나의 큰 버터, 최종 정책안이 만들어집니다.

(소년) 정책 문서 아래에는 ‘버터를 추가한 크루’가 남아서, 어떤 사람이 버터 보드에 기여했는지 알 수 있게 했어요. 그러다 보면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커뮤니티 안에서 존중받게 됐죠.

(씽) 또한 정책을 당사자나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아 발전시키게 했어요. 열 명 이상의 크루들이 참여했는지, 당사자의 목소리나 피드백을 정책에 반영했는지, 기존의 정책들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같은 사항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정책안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넣었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했어요.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네요. 또 다른 커뮤니티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씽) 저희 팀은 ‘빠띠 그룹스’라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 덕질’인데요.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캠페인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입니다. 2018년에는 카페에서 여름에 일회용컵을 얼마나 쓰는지 모니터링하고, 이를 정리해서 각 프랜차이즈사에 보냈죠. 이후 스타벅스가 가장 먼저 매장 내 일회용컵을 줄였고,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관심 있는 이슈를 중심으로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해보는, 커뮤니티의 좋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빠띠 그룹스가 기존 플랫폼(카페, 밴드 등)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씽) 빠띠 그룹스는 함께 만드는 커뮤니티를 위한 플랫폼이고요. 어떤 것이든 ‘함께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룹스에는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능이나 정책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룹스에서 활동할 때 이용자들에게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기록을 남겨달라고 요청드려요. 회의록이나 캠페인 경험 같은 기록이 남아있으면 다른 분들이 활동할 때 도움이 되겠죠.

(이레) 저희는 어떤 이야기든 안전하게 할 수 있으면서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소수에게 권한이 집중된 것이 아니라 참여자 모두가 함께 협력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래서 공동편집 문서나 참여자 통계 같은 기능으로 커뮤니티 운영을 돕고 있어요. 프로젝트의 시작과 과정, 결과를 하나의 폴더나 위키 문서로 쉽게 공유하게 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노하우도 정리해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툴킷도 플랫폼과 함께 연동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그에 맞는 가이드를 참고하는거죠.

(씽) 저희는 빠띠 그룹스를 비롯해 빠띠가 만드는 민주주의 플랫폼을 사회에 필요한 공공 인프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마치 한국전력이 전기선을 깔고 전기 계량기를 만들듯 저희도 이 시대에 필요한 공공재를 만드는 거죠. 정부가 아니라 시민들의 조합이 스스로 필요한 공공재를 만든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활동을 통해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씽) 앞에서 소개한 ‘쓰레기 덕질’의 매장 내 일회용 컵 줄이기 캠페인에 참여했던 분의 말씀이 기억나요. “나는 평소에 정부나 기업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런 내가 이번에 캠페인을 해낼 수 있었던 건 안전하게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작지만 용기있는 목소리가 모인 덕에 쓰레기덕질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나 일회용컵 보증금제 부활 같은 사회적 변화도 만들어낸 것 같아요.

(이레) 이번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청년연대은행 토닥’에서 매년 하던 총회를 빠띠 그룹스에서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어떻게 총회를 해’하는 반응이었대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서로 댓글로 토론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오프라인 보다 댓글을 쓰며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요. 이런 피드백을 들으면 뿌듯하죠.

올해 예정된 사업이나 목표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레) 일단 ‘빠띠 그룹스’를 누구나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개편할 예정이고요. 공론장에 초점을 맞춘 ‘빠띠 믹스’라는 플랫폼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시민주도 공익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서 시민의 데이터 역량을 강화하고, 시민의 데이터를 확대하는 공익데이터 사업도 시작합니다.

또 빠띠의 미션에 공감하거나, 조합원이 되고 싶어하는 분들과 함께 빠띠 활동가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빠띠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를 넓혀가는 거죠. 이용자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커뮤니티가 필수적인 것 같아요.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툴킷과 플랫폼을 함께 발전시켜 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정부기관, 단체와 함께 커뮤니티, 공론장, 공익데이터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지속해나갈 예정입니다.

빠띠의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요?

빠띠의 비전은 민주적인 삶을 위한 생활 필수품'이 되는 것이에요. 우산이나 손톱깎기 같은 생활용품 같은 것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민주주의라고 할까요.. 민주주의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부담스럽잖아요. 때로는 무엇을 판단하는 잣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민주주의가 생활에서 즐겁게 쓸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여겨졌으면 해요. 그룹스팀의 목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커뮤니티를 만들고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빠띠 홈페이지: https://parti.coop/
빠띠 그룹스: https://parti.x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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