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경남 사회혁신 국제포럼 ‘코로나19, 로컬 민주주의’가 2020년 10월에 열렸습니다. 그 중 세 번째 세션 ‘디지털 기반의 시민참여와 협치’ 세션에 토론으로 참여하고 왔습니다. 스페인과 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당일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짧은 후기를 작성합니다.

*이 글은 당일의 토론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참여민주주의 플랫폼 ‘디사이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시 민주혁신과장 아르노 몬테르테

아르노 몬테르테에 따르면 참여민주주의플랫폼 ‘데시딤’은 도시/단체들을 위한 공동의 오픈소스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한 참여민주주의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정치/기술/민주주의의 연계로서의 ‘기술정치technopolitics’라는 관점, 모든 영역에서의 시민참여 방식이라는 의미로서의 ‘pars-carpere’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의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데시딤은 시민참여와 기술정치의 관점에서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그리고 정치와 시민의 매개로서의 시민참여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여,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방식의 다층적인 참여 생태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시도인 셈입니다.

데시딤의 사례에서의 함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오픈소스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시민참여는 대의민주주의와 광장, 정치와 시민을 매개하여 참여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층위에서의 다양한 형태의 시민참여’와 ‘대의정치와 시민/운동의 매개’가 핵심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대만의 디지털 시민참여와 사회혁신
대만 공공디지털혁신공간 서비스디자인팀장 창하오팅

대만의 경우는 연결, 공유, 협력의 가치를 전제로 부처·조직들 간의 칸막이를 넘어 정부 내 여러 부처·조직들을 연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전국의 지자체들과 현장의 시민들을 연결하고자 합니다. 시민(참여)정책제안 플랫폼 ‘Pol.is’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받습니다. 부서 칸막이를 극복하는 동시에 시민들의 제안을 모으는 역할을 하기 위한 ‘참여담당관 네트워크(PO Network)’는 ‘Pol.is’를 통해 모은 시민제안들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 전문가, 정부관계자가 모인 ‘협력회의’을 열어 실제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합니다. 제도가 형식화 되지않도록 세심하게 간극을 메우고자 하는 것이 인상깊은 부분입니다.

대만의 사례에서의 함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시민참여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형성된 제도 변화 압력의 힘과 참여담당관 네트워크와 같은 정부구조 내에 경계를 허물고 연결하는 기제가 만나면 이해관계자, 전문가, 정부 등에 의한 협력적 거버넌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민의 주도적 참여’와 ‘시민주도 공론장과 거버넌스의 연결’이 핵심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광역지방장치단체 정책제안 서비스 현황과 개선방안
조희정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세 번째, 조희정 박사의 발제는 한국 지방자치정부들의 정책제안플랫폼들에 대해 분석하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발제 내용에 따르면, 정책제안플랫폼은 폐쇄성, 불투명성, 부서간 칸막이, 수동적 동원, 시민의 부재를 넘어 개방성, 투명성, 공론장, 진정성 있는 시민참여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에는 시민참여를 통한 제도 개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정책 제안, 공론화, 커뮤니티의 연결을 통한 제도 개선의 관점이 내재되어야 합니다. 이는 ‘제안 → 심화 → 숙의 → 공론화 → 투표 → 평가 → 제도 개선’의 프로세스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적인 공론 형성 프로세스 체계 구축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가 인상 깊었습니다.

지자체 정책 서비스 개선방안 연구의 함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정부, 지방정부의 정책제안 플랫폼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정책 제안, 공론화, 커뮤니티의 연결에 의한 시민참여를 통한 제도 개선’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시민주도의 공론장, 커뮤니티, 정책 제안이 연계된 민주주의 플랫폼"이 핵심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빠띠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역시,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빠띠의 생각, 빠띠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압축적으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빠띠는 일상에 민주주의를 혁신하고 확산함으로써 더 민주적인 세상으로 나아가길 꿈꿉니다. 빠띠는 정부, 시민사회, 마을, 커뮤니티, 협동조합,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신뢰하고 협력하는 생태계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빠띠는 ‘시민주도'로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자료를 모으고, 투표를 하고, 논의 및 제안을 하고, 그룹을 형성하고, 다양한 사회정치참여활동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시민주도로 다양한 주체들이 신뢰하고 협력하는 디지털 민주주의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촉진하고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민주주의의 관점은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요인들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합니다. 한국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층위에서의 불투명성과 비개방성은 민주적 소통의 부재를 의미하며, 이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불신을 낳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 공론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는 혐오와 인신공격, 루머와 허위조작 정보, 개인정보 침해 문제, 검증되지 않은 기업 독점의 알고리즘 등의 문제로 일어나고 있고,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합니다. 변화된 조건들 속에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형식화되어 민주주의가 민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포스트 민주주의’의 상황을 극복해야 합니다.

빠띠는 시민의 디지털 권리와 주권을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민주주의’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공론장의 구축, 협력적 거버넌스 등을 추진함으로써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더 많은, 더 나은 민주주의로의 길은, 자율과 분권에 기초한 디지털 커먼즈로서의 민주주의 플랫폼을 통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일상의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빠띠는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나은 민주주의를 추구하며, 이를 통해 일상의 민주주의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빠띠는 현 시대의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중요한 키워드를 디지털 커뮤니티, 디지털 캠페인, 시민주도와 기관주도의 투트랙 디지털 공론장, 시빅 해킹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섯가지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플랫폼 빠띠 그룹스는 지속되는 모임, 소통, 토론, 협업 등을 가치로, 채널, 알림, 투표, 위키 등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100여명의 청년 기획자들이 만나 협업하기도 하고 여성가족부와 함께 성평등 프로젝트팀의 모임을 하기도 하고, 청소년 공익활동가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커뮤니티도 있습니다.

캠페인 플랫폼 빠띠 캠페인즈는 서명, 인증샷 아카이빙, 지도 표시, 특정 대상 답변 촉구 등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와 함께 아청법 개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고, 참여연대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의 다양한 이슈 관련 온라인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공론장 플랫폼 빠띠 믹스는 ‘제안’과 ‘투표’를 핵심 기능으로 하며, 소식과 모임 기능도 제공하는 공론장 플랫폼입니다. 믹스는 서울시와 함께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합한 공론장과 연계한 시민참여플랫폼 ‘민주주의 서울'로부터 출발하였습니다.‘민주주의 서울’은 제안, 숙의, 결정, 실행의 단계를 거치며, 자치구 산하기관, 시의회, 참여예산 등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공론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되어 진행됩니다.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 역시 발제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데모스X’라는 이름으로 오픈소스가 공개되어 있으며, 오픈가이드 또한 제공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서울, 데모스X 등을 거쳐 탄생한 빠띠 고유의 시민주도 공론장 플랫폼 ‘빠띠 믹스’는 ‘열린 공론장’이라는 이름으로 기관주도 공론장의 제약을 벗어나 다양한 주제로 공론장을 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사결정 플랫폼 빠띠 타운홀은 제안, 응원, 배틀, 투표, 점수투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실시간 행사에서의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비대면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논의나 행사, 그리고 총회를 진행하는데 적합합니다. 구로구 시민들과 시민총회를 열어 정책도 논하고, 한국의 미래를 논하는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아이디어 순위도 정하고, 토론을 통해 사회적 제안을 만들어 행안부에 전달도 하고 경쟁적인 정책들간의 배틀 형식의 공론장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은 공익데이터와 시빅해킹을 돕는 빠띠 데이터퍼블릭입니다. 빠띠 데이터퍼블릭은 시민주도 공익데이터 플랫폼으로써 데이터 활동가들과 협업하여 공익 데이터의 오픈 소스 방식의 공유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이터 액티비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함께 시민이 제안한 공익데이터 프로젝트를 전문가와 협업하여 작업하기도 하고 코로나19 관련 공공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대응을 제안하고 시빅해커들과 함께 공개된 데이터로 여러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빠띠의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시민주도의 협치

이 표는 세 발제 내용의 핵심과 빠띠의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의 범주들을 종합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시빅해킹, 시민주도 캠페인, 디지털 커뮤니티, 시민주도 공론장, 기관주도 제도 공론장들은 다양한 층위에서의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에 입각한 민주주의 활동들로써 정부,대의정치와 시민, 시민사회단체를 매개해야 한다고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데시딤 사례에서 도출한 명제를 적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정부와 연결되어 정책 제안을 통한 제도 개선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조희정, 창하오팅의 논의와 관련됩니다. 다양한 형태의 다층적인 시민참여는 시민들의 참여생태계 조성을 촉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발제에 대한 이해와 빠띠가 추구하는 바를 종합하고자 한 이 표는 빠띠가 이미 다 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상 큰 틀에서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각각이 제시하는 강조점들을 더욱 깊이 이해하여 더 세심하게 잘 준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디지털 플랫폼을 경유한 시민주도의 민주주의의 심화의 흐름이 지구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경상남도의 협치(디지털 거버넌스)에 대한 제언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지방장치단체의 디지털 협치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시화 된 사회의 디지털 전환의 필요는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시민참여의 심화 및 협치 체계의 구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의제의 발굴, 정책 제안의 형성, 정책의 심화, 정책의 결정, 정책 집행 과정, 정책의 평가 등 다양한 층위에서, 공론장, 자문회의, 공청회, 협업 등 다양한 방식의 시민주도의 참여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론장과 거버넌스의 연계를 통해 의제 발굴 및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제도화의 과정에서 지자체 차원의 강력한 리더십이 확보되어야 시민의 주도적 참여가 지자체의 일에 반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플랫폼의 운영을 위해 기존 공무원 조직 체계와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시민 요구를 수용하거나 실험하는 조직 체계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독립적인 조직체계는 기존 정부 시스템과의 융합이 가능하며 충돌을 줄이는 완충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공무원조직과 독립조직의 협업, 독립조직의 독자적 운영 등을 고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의 주도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부처 칸막이 문제의 극복에 참여담당관 제도와 같은 제도적 개입이 필수적이지만, 공무원들의 반발을 넘어 이를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시민들에 의한 민주적 통제의 힘입니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형태의 시민참여 제도가 이 역할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시민참여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면 작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형식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표출되고 있는 시민의 목소리는 항상 현존함을 인식하고, 이 힘과 제도가 실질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 빠띠 공론장팀 람시 ramsci@parti.coop
메인 섬네일 출처 : kor.pngt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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