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데이터 공개, 이를 가능케 한 법률 조항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방역 정책은 투명한 정보(데이터)공개를 바탕으로 한 대응으로 요약된다. 인터넷(정보통신망)을 통한 확진자 동선공개 등 투명한 정보공개 정책은 이른바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온라인 정보공개 정책이 즉흥적 대응의 결과가 아니라 올해 3월에 개정된 감염병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개정 전 법률은 방역 당국에 “신속히” 공개할 의무만 부여했던 반면 개정법에서는 “정보통신망 게재” 까지 명시한 것이다. 지난 정부가 메르스 사태에서 불투명한 정보공개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을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개정 전 개정(현행)
제34조의2(감염병위기 시 정보공개)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 시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 병 예방을 위하여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하여야 한다. 다만, 공개된 사항 중 사실 과 다르거나 의견이 있는 당사자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제34조의2(감염병위기 시 정보공개)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으로 인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제2항에 따른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 게재 또는 보도자료 배포 등의 방법으로 신속히 공개하여야 한다. <개정 2020. 3. 4.>

감시권위주의 국가의 출현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우려

한국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 정책에 대해 프랑스의 한 변호사가 이른바 감시 권위주의라는 취지로 비판하여 큰 관심을 일으킨 바 있다.[1] 아마도 최근 한국의 시민의식이나 민주주의의 눈부신 발전 사례가 프랑스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만 최근 통신 기록을 바탕으로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추적하거나 노래방 등의 시설 방문 시 방문자의 개인정보를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논의 중이라고 하는데, 이후 감시 권위주의로 이어지지 않도록 비판적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지 여부 역시 논쟁적이다. 시민사회에서 정보인권 측면에서 지켜야할 원칙을 발표하기도 하였다.[2] 방역이라는 공익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공익 간 균형있는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확진자 동선 데이터에는 개인의 성명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쉽게 개인이 식별된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함께 공개되는 자택 주소와 회사 주소 나이와 성별 등의 데이터 속성과 언론의 추가 취재 등을 바탕으로 하면 언제든지 개인이 식별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보다 본인의 동선이 공개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는게 더 힘들었다는 한 확진자의 인터뷰는 이를 방증한다.[3] 방역 당국에서도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여 확진자의 동선 데이터를 확진자가 마지막 접촉자와 접촉한 날부터 14일 후 온라인 상에서 삭제하기로 하였다.[4]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 방역 정책 전반에 대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확진자의 동선 데이터 중 방문 시각, 방문지 주소 외에 나이와 성별 등 개인에 관한 데이터가 방역 목적상 꼭 공개가 필요한 것인지 재고가 요구된다.

차별과 배제가 아닌 포용과 연대의 데이터 리터러시로

확진자 동선 공개로 인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우려에 신속하게 대응한 방역 당국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한번 온라인에 공개된 데이터를 2주만 공개하고 2주 후에 온라인 상에서 모두 삭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요샛말로 한번 “박제”되어 다양한 경로로 유통되는 데이터는 사후 통제가 힘들다. 바로 데이터와 인터넷의 힘이다.

관점을 달리해 보자. 혹시 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더 문제가 아닐까. 확진자 동선 데이터는 개인이 식별되지 않는 한 익명의 확진자가 특정 시각에 특정 장소에 방문했는지 여부만을 보여준다. 최근 문제가 된 이태원 클럽 사례를 보더라도 데이터의 어디에도 확진자 개인에 대한 성적 지향은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확진자의 방문 장소를 근거로 확진자의 성적 지향을 부각하는 일부 언론 보도와 일부 댓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성 소수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데이터를 해석하는 우리의 시각이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 공개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게 하려면 공개하는 데이터 자체 뿐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하는 과정에도 주목해야 한다. 데이터를 가치 있게 활용하려면 데이터를 해석하는 문해력, 즉 데이터 리터러시(literacy)가 중요한 데, 데이터가 사회적 약자나 특정 커뮤니티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수단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확진자 동선 공개 사례는 앞으로 본격적인 데이터 기반 행정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우리의 데이터 리터러시도 변해야 함을 잘 보여준다. 요컨대 확진자 동선 데이터는 주요 감염경로를 확인하거나 본인이 해당 시각에 해당 장소에 방문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해석하면 충분한 것이다. 방역 국면이 지나간 후 우리의 데이터 리터러시는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포용과 연대를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글 | 빠띠 공익데이터팀 제이피 jp@parti.coop

참고자료

[1]이서준, "프랑스 변호사 "한국은 감시국가"…'대응 방식' 비판", JTBC, 2020년 4월 13일
[2]정보인권연구소, "코로나19 대응, 정보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2020년 3월 28일
[3]김규원, “감염·격리 불안보다 ‘마구 돌아다녔다’ 손가락질에 더 고통”, 한겨레신문, 2020년 3월 6일
[4]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감염병예방법 ) [시행 2020. 4. 5.] [법률 제17067호, 2020. 3. 4., 일부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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